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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편
고별운행
29년을 달린 트럭에게 남긴 편지
고시촌 무인 빨래방
조용한 게 제일 힘들더라고요. 3번 앞에 의자가 하나씩 늘어난다.
공대생, 세종 밑에서 증기기관 만들다
졸업 작품 발표장에서 쓰러진 공대생, 깨어 보니 장영실 옆자리
군견이 나보다 계급이 높다
상관은 열 살 말리노이즈, 나는 사료 당번 이병
그 골짜기에 불을 낸 사람
골 안은 초소에서 안 보인다. 밭에서 고추 따는 할머니만 본다.
꼴찌 소환사가 부른 건 용이 아니라 닭이었다
새벽 다섯 시, 내 닭이 울면 잠든 것들이 깬다
내 이름을 쓰지 말아 주십시오
이름을 쓰지 말아 주십시오. 다른 이름으로 불러 주십시오.
눈 오는 날만 미래에서 편지가 온다
그 정거장에서는 아직 오지 않은 편지를 받을 수 있다
던전 철거 전문, 견적은 무료입니다
털고 버린 던전, 다시는 안 열리게 닫아 드립니다
도서관 창고에서 엄마의 연애편지가 나왔다
첫인상은 틀렸고, 두 번째 인상은 더 틀렸다. 세 번째는 묻기로 했다
마흔에 다시 입대했다, 분대장은 스무 살
마흔 살 이병의 허리는 훈련소 첫날 먼저 항복했다
망한 기획사 연습생 넷으로 데뷔시키기
음치 매니저와 늦깎이 넷, 관객 일곱에서 방송 무대까지
무기수가 교도소에 도서관을 세우기까지 십일 년
교도소 안에서 11년이 걸렸습니다
무림 고수들이 내 의원에 외상을 달았다
침 세 대에 살아난 천하 고수들, 값은 장작으로 치른다
바닷가 게스트하우스의 마지막 손님
이름 없는 숨은 아무나 가져간다. 그래서 이름부터 받는다.
방출 통보 받은 날, 스무 살 신인으로 돌아갔다
서른다섯 기억으로 스무 살 팔을 쥔 투수, 이번엔 마흔 개에서 멈춘다
사람들은 고양이 앞에서만 운다
오십 분에 스무 마디. 나머지는 고양이가 한다.
사람이 떨어진 옥상에 매일 밤 앉는 세 사람
여덟 시에 옥상에 앉는 사람이 셋에서 마흔여덟이 될 때까지
삼백열두 번 반려당한 사람들
어제 통과된 서류가 오늘은 반려된다
상단 막내가 무림맹을 샀습니다
칼은 못 쓰지만 값은 깎는다, 녹림 관문 앞의 흥정꾼
석 달째 이름을 못 물은 단골
아홉 시에 가로등이 꺼져도 이 골목은 늦어도 받아 준다
선발전 라이벌과 룸메이트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1점 차로 진 그 애가, 오늘부터 아래 칸에서 잔다
소설로 배우는 사주팔자
같은 날 태어나도, 같은 삶은 아니다
솥을 뒤집을 때마다 사람이 늘어나는 섬
솥이 늘면 배가 온다. 그 섬에서 아무도 떠나겠다고 말하지 않는 이유.
십이 년 전 내가 보낸 고백이 반송돼 돌아왔다
십이 년 전 답장이 오늘 밤 반송함에 있었다.
악녀는 결혼 첫날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처형 결말을 아는 악녀가 위자료로 드레스 서른 벌을 챙겼다
악녀와 성녀가 손을 잡았다
뺨을 때려야 할 자리에서 둘 다 한국말이 튀어나왔다
용병 회사가 우리 사단을 샀다
회사의 손실률 셈에 국군 병사 서른은 들어가지 않는다
이 년째 서로를 몰래 기록한 두 사람
이 년 동안 말 한 번 안 한 사람이, 나를 칠백열두 번 적었다
이 집의 규칙: 22층은 열지 말 것
12층에서 내려다보면 사람은 점이다. 이름을 알기 전까지는.
이름을 맡기면 일자리를 주는 목욕탕
안에서 부르면 안에 묶이고, 밖에서 부르면 밖으로 기운다.
이십이 년 같은 첫차를 탄 남자
같은 열차를 타는데 우리는 매일 세 정거장을 다르게 산다
재벌 3세의 경호원은 연애 금지 조항을 어겼다
연애 금지를 계약서에 넣은 사람이, 그 계약의 피경호인이다
적국 황태자를 인질로 데려왔더니 내 책사가 되었다
쇠사슬 찬 인질이 첫날 밤 장군의 행군도에 붉은 붓을 댔다
전역하고 취직한 곳이 해적 잡는 회사였다
첫 출근 날 배에 태워졌다. 행선지는 해적 바다였다
제자 셋 남은 문파의 장문인이 되었다
장례 치른 다음 날, 쌀 반 가마로 무림 대회에 나간다
첫사랑의 서점
구월 삼십일 저녁 여덟 시, 불 꺼진 칸은 빈 점포가 된다.
칠 년 동안 밤에만 일한 관제사
07을 누르면 아무도 묻지 않는다. 한 사람이 물었다.
폐쇄 직전 우주정거장, 마지막 연락 상대가 그녀였다
편지가 닿는 데 십사 분. 그 십사 분이 두 사람 사이의 전부였다
폭군의 호위무사로 빙의했는데 폭군이 나만 본다
원작에서 한 줄로 죽는 호위무사, 폭군을 살리기로 했다
화성 이주 추첨에 우리 할머니가 뽑혔다
여든둘 할머니가 화성에 간다. 따라갈 사람은 딱 하나
GOP 이등병은 오늘도 고라니와 싸운다
감지기가 울리면 고라니였다. 그 밤 철책 밑엔 사람이 있었다
S급 헌터들의 짐꾼입니다만
헌터 넷이 쓰러진 44층, 짐을 진 짐꾼만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