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출 통보 받은 날, 스무 살 신인으로 돌아갔다
서른다섯 기억으로 스무 살 팔을 쥔 투수, 이번엔 마흔 개에서 멈춘다
정이한중견 작가@jeongihan작품 소개
2026년 10월, 강화의 2군 구장 창고 방. 가상의 프로야구 구단 인천 해무에서 열다섯 해를 버틴 투수 채윤석은 다리 짧은 접이식 의자에 기운 채 앉아 방출 통보를 듣는다. 1군 마운드는 끝내 한 번도 밟지 못했다. 그날 밤 주차장에서는 열두 해 전 단짝 포수 예솔을 승부조작으로 끌어들인 브로커 오상필이 캔커피를 들고 웃으며 그를 기다리고 있다. 소주 한 병을 비우고 불펜 마운드에 누운 윤석이 눈을 뜬 곳은 2011년 2월, 일본 남쪽 섬 오키나와의 전지훈련 숙소다. 옆 침대에서 스무 살 예솔이 경운기처럼 코를 골고, 팔꿈치 안쪽에 있던 수술 흉터는 없다. 그리고 내일은 지난 생에 그가 신인의 오기로 공 백사십 개를 던지다 팔꿈치 안에서 처음 「딸깍」 소리를 들은 날이다. 이번엔 다르게 던진다. 공 마흔 개에서 멈추고, 감독의 사흘 연투 지시를 거절하고, 지난 생에 배운 체인지업을 스무 살의 손가락에 다시 쥐인다. 앞을 막는 사람은 많다. 신인을 깔아뭉개는 주전 마무리 강현태는 어깨가 아픈 것을 숨기고 있고, 2군 감독 마정구는 재계약을 위해 신인의 팔을 쓰려 하며, 단장 권상규는 선수를 숫자와 트레이드 카드로 센다. 오상필은 지난 생보다 두 해 일찍 숙소 앞에 나타나 신인들에게 고기를 산다. 그리고 윤석이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지난 생에 그 자리로 대신 올라갔던 동기 투수 서경호의 자리가 하나씩 비어 간다. 서른다섯 아저씨 말투를 숨기지 못하는 스무 살, 아무도 모르는 2026년 유행어를 내뱉는 회귀자. 그가 다시 오르는 계단은 육성선수에서 2군, 2군에서 1군 불펜까지다. 19세 이상 · 연재 중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드라마
야구장에는 1군 마운드를 한 번도 밟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는 사람이 1군 선수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 사람들이 마지막 날 들고 나가는 상자 하나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회귀물의 즐거움은 다 아는 미래를 쥐고 이기는 데 있지만, 투수에게 미래를 안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 팔이 언제 망가지는지 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윤석의 첫 싸움은 더 세게 던지는 것이 아니라 덜 던지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웃음은 윤석이 스무 살 몸에 서른다섯의 말버릇을 싣고 다니는 데서 많이 나옵니다. 무릎에서 소리가 안 나서 놀라는 사람, 「킹받네」를 아무도 못 알아듣는 2011년의 라커룸, 열다섯 해 뒤 자기 상사가 될 막내 트레이너에게 무심코 「팀장님」이라고 부르는 신인이요. 아픈 자리는 친구 쪽에 두었습니다. 윤석이 올라가면 누군가는 내려가고, 윤석이 지키려는 친구는 지켜 주는 손을 고마워하지 않습니다. 윤석도 깨끗한 사람이 아닙니다. 지난 생에 친구가 무너지는 것을 알고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인천 해무와 리그의 다른 구단, 등장하는 선수·감독·단장·브로커는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 실제 구단이나 선수, 실제 있었던 사건을 옮기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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