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별운행
이수·드라마
1997년 10월 28일, 정재복은 쉰 살에 처음으로 자기 차를 가졌다. 감청색 포터 한 대. 그날 아침 그는 차 앞에 서서 속으로 한 마디 했다. 「내가 너 안 버릴 테니까, 너도 나 버리지 마라.」 두 달 뒤에 IMF가 왔다. 다들 무언가를 잃던 해에 그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두 달 전에 하나를 얻어 놨기 때문이다. 새벽 네 시에 빵을 싣고 서른두 군데를 돌았고, 눈 내린 산동네 비탈을 내려왔고, 그렇게 아이 둘을 키우고 가르쳤다. 29년. 448,000킬로미터. 무사고, 그리고 무고장. 그 차는 단 한 번도 그를 길에 세워 둔 적이 없다. 이제 그 차를 보내야 한다. 고장이 나서가 아니다. 철판에 녹이 슬었고, 그 나이의 부품을 세상이 더는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약속을 어기는 쪽은 차가 아니라 그다. 그는 평생 고맙다는 말을 입 밖에 내 본 적이 없다.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그런 사람이 마지막 날 아침, 달력을 뜯어 뒤집어서 편지 한 장을 썼다. 그리고 폐차장으로 가는 길에 스물아홉 해 돌던 코스를 한 바퀴 돌았다. 서야 할 가게는 이제 거의 없었다. 혼잣말인 줄 알았던 그 편지를, 누군가 사진으로 찍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덟 편의 이야기. 한 번에 다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물아홉 해를 함께 달린 트럭을 보내며 앞유리에 편지를 남긴 한 분의 이야기에서 왔습니다. 1997년 10월 28일이라는 날짜도, 448,000킬로미터라는 거리도, 무사고·무고장도, 그리고 그 편지에 담긴 마음도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인물의 이름과 집안 이야기는 지어냈습니다. 실제로 겪지 않으신 일까지 그분의 것이 되지 않도록, 사연과 마음만 옮기고 사람은 따로 세웠습니다. 여덟 화로 끝나는 단편입니다. 한 번에 다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총 5화 · 평균 5,629자
이수작가2026.10.09· 1화
작가 이수입니다. 스물아홉 해를 달린 트럭에게 남기는 편지입니다. 1화의 448,000이라는 숫자 뒤에 있는 시간들, 여러분에게도 오래 함께한 물건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한줄요약2026.09.11· 3화
빵은 가볍고 커서 힘들다는 문장이 너무 좋아요. 코스 번호 7은 실제로 있던 번호예요?
이수작가2026.09.12
번호는 지어냈어요. 스물아홉 해 같은 번호였다는 것만은 바꾸고 싶지 않았습니다.
조용한책상2026.09.10· 1화
알람을 안 맞췄는데 네 시 십 분에 눈이 떠진다는 데서 아버지 생각이 났어요.
이수작가2026.09.11
몸이 먼저 기억하는 게 제일 오래가더라고요. 아버님께도 안부 전해 드려요.
짧게 보고, 이어서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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