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연재 중역사재치 있는따뜻한긴장된비정기

공대생, 세종 밑에서 증기기관 만들다

졸업 작품 발표장에서 쓰러진 공대생, 깨어 보니 장영실 옆자리

도경중견 작가@dokyung
10화·조회 4·저장 0·완독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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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갑인년 늦여름, 경복궁 경회루 남쪽 담 아래 공방. 기계공학과 졸업반 한도진은 졸업 작품 심사장에서 쓰러졌다가 놋쇠 깎는 소리에 눈을 뜬다. 몸에는 학과 이름을 박은 대학 점퍼가 그대로 걸려 있고, 주머니에는 샤프 한 자루와 접은 도면 한 장, 배터리가 9퍼센트 남은 휴대폰이 들어 있다. 바로 옆에서 갓 쓴 사내가 물시계의 쇠구슬 홈을 들여다보고 있다. 도진이 교양 수업 화면으로만 보던 자격루, 스스로 시각을 알리는 그 물시계다. 그 사내의 이름은 장영실이다. 도진은 구슬이 걸리는 자리를 먼저 짚었고, 그 손 하나로 목숨을 건진다. 곧 공방에 공조 참판 권억이 들이닥친다. 권억은 관노 출신 장인들이 임금 곁에서 쇠를 만지는 꼴을 못 견디는 사람이다. 그는 정체 모를 사내를 보자마자 곤장부터 친다고 한다. 장영실이 그 앞을 막아선다. “이 자 말을 들어 보겠소.” 그날부터 도진은 공방에서 ‘한 서방’으로 불린다. 장가도 안 갔는데 말이다. 도진이 가진 것은 머릿속 증기기관 하나다. 1712년 영국에서 처음 돈 그 기계를 조선 전기의 놋쇠와 숯과 소가죽으로 만들어야 한다. 피스톤은 새고, 공방의 소는 압수되고, 쌀과 쇠는 끊긴다. 그래도 증기 풀무가 쇠를 두 배 빨리 녹이자 이번에는 장인들이 묻는다. 쇠가 두 배 빨리 녹으면 우리는 반만 있어도 되는 거냐고. 권억은 그 물음을 칼로 쓴다. 그리고 명나라 사신이 경회루 연회에 온다. 증기 양수기로 그 연못 물을 퍼 올려 보이라는 시연 날짜가 잡힌다. 도진은 하나를 더 안다. 여덟 해 뒤 임술년, 장영실이 만든 임금의 가마가 부서지고 장영실은 기록에서 사라진다. 기계가 성공할수록 장영실을 미워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도진은 그 날짜를 혼자 쥐고 경회루 못가에 보일러를 앉힌다. 19세 이상 · 연재 중

작가의 창작 노트

장르
역사

조선 전기 공방에는 이미 엄청난 손이 모여 있었습니다. 물시계가 저절로 종을 치고, 해시계가 길가에 서고, 활자를 새로 부었습니다. 그 손들 옆에 증기기관 도면 하나가 떨어지면 무엇이 먼저 움직일까요? 저는 그 물음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기계를 만드는 사람은 현대에서 온 공대생이지만, 기계를 되게 하는 것은 공방 장인들의 손으로 두었습니다. 도진은 원리를 알고, 장인들은 쇠와 가죽과 불을 압니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피스톤이 한 번도 올라가지 않습니다. 웃음은 도진의 말에서 나옵니다. 「실린더」를 「실 린다」로 듣는 장인들, 공방 소에게 몰래 붙인 이름, 임금 앞에서 튀어나온 「아 그거 어렵지 않아요」 같은 것들입니다. 아픈 자리는 기술이 사람을 덜어 내는 데서 나오게 했습니다. 풀무가 빨라지면 풀무꾼이 남고, 남는 사람을 관노로 돌리자는 말이 나옵니다. 도진은 기계를 퍼뜨리면서 그 값을 누가 치르는지 끝까지 봐야 합니다. 세종과 장영실은 실존 인물입니다. 장영실이 동래 관노 출신으로 궁의 기술 일을 맡았다는 것, 자격루가 이 무렵 완성되었다는 것, 임술년에 임금의 가마가 부서진 일로 장영실이 벌을 받았다는 것은 기록에 있습니다. 두 사람의 성품과 사업은 기록 범위 안에서 그렸고, 기록에 없는 마음은 도진도 모른다고 썼습니다. 한도진, 공조 참판 권억, 공방 장인들, 명나라 사신 일행, 증기기관을 만드는 일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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