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국 황태자를 인질로 데려왔더니 내 책사가 되었다
쇠사슬 찬 인질이 첫날 밤 장군의 행군도에 붉은 붓을 댔다
작품 소개
정전 첫해 늦가을, 연나라 도성 연경. 하나라 황태자 담연은 발목에 한 자 반짜리 쇠사슬을 차고 북방 대장군 위강의 장군부 문턱을 넘는다. 그가 국경을 넘은 지 아흐레 만에 아우가 보위에 올랐다. 이제 자기가 무슨 황태자인지 담연도 모른다. 장군부 정당 윗자리에는 장군이 아니라 재상 곽문이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다. 곽문은 인질의 허물을 장군이 진다는 칙서를 읽게 하고, 무릎 꿇고 술을 따르라고 한다. 담연은 잔이 넘치도록 따른 다음 소매로 재상의 손을 닦는다. 이긴 쪽의 잔은 넘치게 채우고 넘친 것은 진 쪽이 닦는 게 하나라 법도라면서. 그날 밤 술 한 잔에 귀가 빨개지는 장군 앞에서, 담연은 북방군 이천이 건널 백하 나루에 붉은 동그라미를 친다. 장군이 칼을 뽑는다. “그 길로 가면 사흘 뒤 이천이 죽습니다.” 재상은 정전을 핑계로 북방군을 해산하고 국경을 제 조카에게 넘기려 한다. 담연이 북방군을 살려야 하는 까닭은 하나다. 장군의 군대가 사라지면 겨울마다 국경 너머 하나라 마을이 털린다. 인질은 장군부 서생이 되고, 대전에 서고, 연회에서 장군 대신 술잔을 비우고, 결국 제 손으로 하나라 마을 셋 위에 국경선을 긋는다. 재상은 그 선을 하나라 조정에 먼저 보낸다. 아우는 차 덩이 속에 밀서를 넣어 보낸다. 돌아오면 황위를 주겠다는 편지다. 장군은 사슬 열쇠를 담연 손바닥에 올려놓고, 언제 풀지는 당신이 정하라고 한다. 무뚝뚝한 장군과 혀가 칼보다 빠른 인질이 술상과 지도 사이에서 정전 협정을 짠다. 사슬을 언제 풀지, 누구 곁에 앉을지는 담연이 정한다. 19세 이상 · 연재 중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BL·GL
인질과 책사는 정반대 자리입니다. 인질은 아무것도 못 고르는 사람이고, 책사는 남의 판을 대신 골라 주는 사람이지요. 한 사람이 한 겨울 사이에 그 거리를 건너가면 어떻게 될까 하는 데서 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는 담연이 스스로 고르는 자리에서만 깊어지게 했습니다. 쇠사슬이 채워져 있는 동안에는 장군이 열쇠를 건네기만 하고, 그 열쇠를 언제 돌릴지는 끝까지 담연 손에 두었습니다. 웃음은 주로 장군부 사람들한테서 나옵니다. 두 잔이면 탁자 밑에서 자는 장군, 문을 들고 나가는 부장, 고봉밥을 남기면 장군을 혼내는 부엌 아주머니, 개구리 맛을 궁금해하는 금군이 있습니다. 아픈 자리는 셈이 맞는 선택이 사람한테는 맞지 않는 데서 나오게 했습니다. 열둘을 지키려고 셋을 내주고, 이천을 살린 날 수레꾼 열하나가 죽습니다. 담연은 그 값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습니다. 연나라와 하나라, 두 나라의 인물과 지명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 실제 역사나 실존 인물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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