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녀와 성녀가 손을 잡았다
뺨을 때려야 할 자리에서 둘 다 한국말이 튀어나왔다
백해원중견 작가@baekhaewon작품 소개
성년식 시즌 첫날, 루미엘 왕국 수도의 대신전. 공작 영애 이사벨라는 지금 막 무릎 꿇은 성녀의 뺨을 때려야 한다. 웹소설 『루미엘의 성녀』 3화에 그렇게 적혀 있고, 사흘 전 그 몸에서 눈을 뜬 국문과 대학원생 윤채령은 그 장면을 논문 각주로 달아 본 적까지 있다. 그런데 손을 들기도 전에 성녀가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린다. “제발 때리지 마라, 부기 겨우 빠졌는데.” 서울 응급실 간호사 한도희의 목소리였다. 원작에서 둘은 서로를 죽인다. 악녀는 성녀를 독살하려다 시즌 마지막 날 마녀 재판에서 불에 타고, 채령이 아는 외전에서는 악녀가 살아남는 대신 성녀가 같은 화형대에 오른다. 재판은 마녀 하나를 반드시 태운다. 둘이 같이 살려면 재판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어야 한다. 그 재판을 쥔 사람은 대신관 오르텐이다. 그는 성녀를 평생 교단에 묶는 서약을 받아 내고, 악녀를 제물로 세워 왕실 앞에서 교단의 힘을 보이려 한다. 첫날부터 그는 끓는 성수 그릇을 내밀었고, 성녀는 그 그릇에 제 손을 넣었다. 그날 이후 둘은 원작이 서로를 죽이게 만든 사람들, 배신하는 하녀와 화형대로 끌고 가는 기사와 소문을 퍼뜨리는 영애와 진짜 마녀로 몰릴 마탑 견습을 하나씩 제 편으로 데려온다. 사교계는 「악녀와 성녀가 차를 마신다」는 소문에 술렁이고, 청혼할 상대를 잃은 왕태자는 둘을 노려본다. 둘이 손을 잡은 것이 살기 위한 동맹인지, 그보다 다른 무엇인지는 둘도 아직 모른다. 19세 이상 · 연재 중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BL·GL
악녀 빙의물을 읽을 때마다 성녀 쪽 사정이 궁금했습니다. 그 몸에도 누가 들어가 있었다면, 그 사람도 결말을 안다면, 두 사람이 서로 원작대로 움직이기를 기다리며 노려보는 대신 한국말로 “혹시?” 하고 묻는다면. 그 질문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웃음은 대부분 두 사람의 귓속말에서 나옵니다. 궁정 말투로 서로 “영애” “성녀님” 하면서 아래로는 “언니 그거 원작 87화 대사잖아요”가 오갑니다. 아픈 자리는 엘리스의 손에 두었습니다. 성력은 남의 상처만 고치고 제 상처는 못 고칩니다. 응급실에서 남의 피만 닦던 사람이 이 세계에서도 그렇게 삽니다. 모든 인물과 나라는 지어낸 것입니다. 실존 인물이나 실제 종교와 관계없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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