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짜기에 불을 낸 사람
탑에선 골 안이 안 보이는데, 군의원은 골 안 여자가 불을 냈다 한다
작품 소개
1994년 여름, 석 달째 비가 오지 않은 경상도 율산군. 갈미봉 산불 감시탑은 사방이 유리라 한낮의 볕이 해가 지고도 한 시간은 식지 않는다. 스물여섯 살 감시원 노희재는 연기를 눈보다 코로 먼저 안다. 칠월 스무닷새 저녁, 바람에 탄내가 섞여 오고, 무너미골 능선 위로 흰 연기가 선다. 방위판 바늘은 112도, 골 어귀 임도 쪽이다. 골 안쪽은 탑에서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밤새 불을 끄고 난 다음 날, 검게 탄 비탈에 군의원 맹두석이 흰 지프를 몰고 올라온다. 그는 불이 골 안에 혼자 사는 여자 단옥의 집에서 났다고 한다. 벌을 치느라 쑥불을 피우는 여자, 팔지 않겠다고 버티는 땅의 주인. 희재는 연기가 처음 선 곳이 임도 어귀였다고 맞선다. 군의원은 웃으며 묻는다. 계약직 감시원 아가씨가 지서에 가서도 그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군청 산림계장은 제 눈으로 본 것만 올리라고 하고, 희재가 본 것은 연기뿐이다. 그래서 희재는 골 안을 보는 사람을 찾아 내려간다. 불이 난 밤 벌통 뚜껑을 하나씩 열어 벌을 날려 보내던 여자. 스물두 해 전 같은 골에서 불을 처음 보고 알렸다가 불 낸 사람이 된 여자의 딸. 맹두석의 회사에는 희재의 남동생이 다니고, 불탄 골짜기에는 골프장 측량선이 숨어 있다. 바람의 방향, 습도, 탄 나무의 밑동, 골 어귀 점방 할머니가 본 자동차 불빛. 희재는 불이 난 그 저녁을 한 조각씩 맞추고, 단옥은 마당에 흰 천을 단 장대를 세운다. 탑에서 안 보이는 골 안을, 골 안 사람의 손으로 보이게 하려고. 19세 이상 · 연재 중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BL·GL
산불 감시원은 하루 종일 지켜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켜보는 탑에서 정작 안 보이는 자리가 있다면, 거기서 난 불은 누가 먼저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데서 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본 사람이 불 낸 사람으로 몰리는 골짜기, 그리고 그걸 알면서 탑 위에서 바람만 재고 있을 수 없는 사람을 세웠습니다. 증거는 종이가 아니라 바람과 연기와 탄 나무 밑동, 사람의 눈과 코에 두었습니다. 웃음은 감시탑 교대 근무자 왕봉순에게서 나옵니다. 지방 라디오에 사연 엽서를 보내는 게 낙인 사람인데, 엽서마다 희재 이야기를 써서 보냅니다. 탑의 무전기는 한 대 쳐야 말을 하고, 가끔은 택시 회사 배차를 대신 들려줍니다. 아픈 자리는 지키고 싶은 것이 둘일 때 생기게 했습니다. 골 안 여자의 결백과 동생의 내일이 같은 저녁, 같은 임도 위에 서 있습니다. 1994년 여름의 더위와 가뭄은 실제였지만, 율산군과 갈미봉, 무너미골, 그리고 모든 인물과 사건은 지어낸 것입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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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0화 · 평균 5,5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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