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일흔, 남편은 서른
마흔 해 먼저 늙은 아내가, 막 깨어난 남편 곁에서 남인 척한다
하윤슬@hayunseul작품 소개
2060년 3월, 경기 하남의 냉동 수면 병원 에버슬립. 마흔 해 전 불치병 판정을 받은 남편 서이겸과 함께 잠들었던 아내 탁효란은, 잠든 해 여름 혼자 먼저 깨어났다. 병원은 기계 고장이라고 했다. 한 번 깬 몸은 다시 잘 수 없었다. 효란은 종로 골목에서 시계를 고치며 마흔 해를 살았고, 일흔 살이 되던 봄에 치료법이 나왔다. 서른 살 몸 그대로 남편이 깨어나는 날, 효란은 비누칠을 해도 마디를 넘지 않는 금반지를 카디건 주머니에 숨기고 기상실 앞에 선다. 원장 마동규는 조건을 건다. 아내라고 하지 말 것, 보호자로만 곁에 있을 것. 깨우는 날은 병원이 정하고, 오늘이 아니어도 된다고 한다. 동규에게는 아직 잠든 사람 삼천 명과, 첫 완치 기상자의 웃는 얼굴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걸려 있다. 효란은 이름을 빌려 옆 병실 보호자 할머니가 되고, 이겸은 눈을 뜨자마자 할머니의 손을 잡고 묻는다. 제 아내 탁효란, 못 보셨어요? 이겸은 귤 껍질을 한 줄로 길게 까는 손을 알아본다. 알아보고도 모르는 척한다. 할머니가 된 아내를 다시 사랑해 보려는 서른 살 남편과, 남편의 서른 살을 붙잡지 않으려는 일흔 살 아내. 둘 사이에 예순넷이 된 남편의 여동생과, 효란 곁을 스무 해 지킨 일흔넷의 구두 수선공과, 같은 밤에 깨어나 아직 잠든 아내를 기다리는 노인이 끼어든다. 병실의 실랑이는 가정법원의 후견 심문으로, 다시 시간이 어긋난 부부를 어떻게 할지 묻는 국회로 넓어진다. 마흔 해 전 여름밤, 효란의 캡슐을 연 것은 정말 고장이었을까?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SF · 5060 · 3040
냉동 수면 이야기는 보통 깨어난 사람의 눈으로 갑니다. 낯선 미래, 달라진 거리, 사라진 가게. 저는 그동안 깨어 있던 사람의 마흔 해가 궁금했습니다. 효란은 기다리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시계 고치는 일을 처음부터 배웠고, 미용실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싸웠고, 스무 해 동안 곁에 있어 준 남자의 청혼을 거절했고, 매달 남편의 보존료를 냈습니다. 그 마흔 해를 「기다림」이라는 한 낱말로 줄이지 않으려고, 효란이 고친 시계와 낸 돈과 거절한 말을 하나씩 장면에 놓았습니다. 웃음은 시간이 어긋난 자리에서 냈습니다. 서른 살 남편이 2060년의 무인 가게 앞에서 문자 보내는 법을 묻는 장면, 일흔넷 구두 수선공과 서른 살 남편이 누가 효란의 장바구니를 들지 다투는 장면, 「낙원동 할매회」 단톡방이 원장을 두고 작전을 짜는 장면. 아픈 자리는 반대로 조용히 두었습니다. 응급실 접수대에서 서른 살 남편이 일흔 살 아내의 보호자 칸 앞에 서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먼저 나오고 그 뒤에 아프게 했습니다. 동규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마흔 해 전 물난리 밤, 스물여섯 살 기술자가 내린 결정은 지금 봐도 옳을 수 있습니다. 옳은 결정이 한 여자의 마흔 해를 가져갔다는 것과, 그 결정 덕에 남편이 살았다는 것이 같은 식탁에 앉습니다. 에버슬립과 모든 인물과 병, 법안은 지어낸 것입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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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5화 · 평균 5,399자
1화(5,400자)
서리
2026.11.01
2화(5,400자)
한 줄로 깐 귤
2026.11.01
3화(5,355자)
첫 완치 기상자
2026.11.01
4화(5,475자)
탁 시계방
2026.11.01
5화(5,350자)
손끝
2026.11.01
6화(5,339자)
물 자국
2026.11.01
7화(5,347자)
넷과 스물
2026.11.01
8화(5,638자)
두 번째 주사
2026.11.01
9화(5,497자)
위로금
2026.11.01
10화(5,336자)
혼자 사는 하루
2026.11.01
11화(5,357자)
간판
2026.11.01
12화(5,339자)
총회
2026.11.01
13화(5,333자)
공청회
2026.11.01
14화(5,396자)
보호자
2026.11.01
15화(5,420자)
같은 식탁
2026.11.01
댓글 4
하리온2026.11.01· 9화
마흔 해 거짓말한 사람 맞다고 손 얹는 효란 할머니 멋져요. 동규 원장도 나쁜 사람만은 아닌 것 같아서 더 어려워요.
하윤슬작가2026.11.01
동규도 마흔 해 동안 같은 서류를 품고 살았어요. 두 사람이 같은 유리 덮개에 비치는 장면을 일부러 넣었습니다.
단풍국2026.11.01· 2화
귤 껍질이 한 줄로 끊기지 않고 돌아 나오는 장면에서 소름 돋았어요. 이겸이 벌써 눈치챈 거죠?
하윤슬작가2026.11.01
이겸의 손끝은 아직 둔하지만, 마흔 해 전 매일 보던 손은 몸이 먼저 기억합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춘 발소리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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