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빌리는 몸
주말에 스물다섯 몸으로 파도를 탄 사이, 내 몸이 사람을 쳤다
여오령@yeooryeong작품 소개
2039년 여름, 서울. 보험사 사고조사부 부장 길병곤은 마흔여섯이다. 금요일 밤마다 신체 대여 회사 「여벌」의 성수 센터에 가서 손목에 흰 접속 밴드를 차고 눕는다. 눈을 뜨면 스물다섯 살 대학원생의 몸이다. 주말 이틀 동안 양양 바다에서 서핑을 하고, 일요일 밤 열 시에 제 몸으로 돌아온다. 그동안 빌려준 사람은 잠들어 있고, 병곤의 몸은 센터 지하 보관실 침대에 비어 있다. 가족에게는 회사 산악회에 간다고 말해 왔다. 7월 11일 월요일 아침, 허리를 짚으며 식탁에 앉은 병곤은 텔레비전에서 제 얼굴을 본다. 일요일 새벽 네 시 사십 분, 성수동 횡단보도에서 첫차를 타러 가던 예순세 살 조리원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 용의자. 남색 정장 바지, 걷어 올린 셔츠 소매, 느슨한 넥타이, 손목의 흰 밴드까지 병곤이다. 다만 밴드 끝의 작은 불이 초록색이다. 초록 불은 몸 안에 주인 아닌 사람이 들어 있을 때만 켜진다. 「여벌」 대표 금세창은 보관실 기록을 내민다. 고객님 몸은 주말 내내 침대에 있었고, 빈 몸에는 아무도 못 들어간다고. 투자 유치를 코앞에 둔 세창에게는 지켜야 할 회사와 몸을 빌려주고 사는 사람 이천 명이 있다. 경찰은 몸이 한 일은 몸 주인이 한 일로 보고, 몸 대여에 관한 법은 아직 없다. 병곤은 일하던 버릇대로 기록을 쫓는다. 차의 실내 영상, 양양 서핑 숍의 새벽 화면, 피해자가 들은 낯선 말투, 출입 카드로만 열리는 지하 2층. 그 길 한가운데 병곤이 주말마다 빌린 몸의 주인 옥찬율이 있다. 회사 기록을 넘기면 대여 계약이 끊기고 다음 학기 등록금이 막히는 사람이다. 내 얼굴로 저지른 일을 내가 아니라고 말하는 방법이 있을까? 그리고 남의 젊음을 주말마다 빌려 온 사람에게, 제 몸을 돌려받을 자격이 있을까?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SF · 3040
마흔 넘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반드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 헬스장 등록하고 세 번 가고, 필라테스 체험권 끊고, 젊어 보이는 안경테를 고르고, 월요일 아침이면 허리를 붙잡습니다. 그 마음을 끝까지 밀어붙여 봤습니다. 아예 젊은 몸을 빌릴 수 있다면 우리는 주말을 어디에 쓸까. 그리고 그동안 비어 있는 내 몸은 누가 지키고 있을까. 웃음은 병곤의 월요일에 몰아 두었습니다. 스물다섯 몸으로 파도를 타고 돌아와 마흔여섯 허리로 출근하는 아침, 필라테스 강사 아내가 골반만 만져 보고 거짓말을 잡아내는 저녁, 영포티라고 놀리면서도 아빠 얼굴이 돌아다니는 숏폼마다 신고를 누르는 딸, 스물다섯 살인데 이름이 병곤이라서 양양 바다에서 놀림받는 남자. 아프게 한 자리는 따로 두었습니다. 첫차를 타러 가던 사람과 그 딸, 그리고 일 년 동안 토요일을 한 번도 깨어서 보내지 못한 스물다섯 살. 여벌, 온새손해보험, 등장하는 의원과 법안, 모든 인물과 사건은 지어낸 것입니다. 서울 성수동과 강원도 양양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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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5화 · 평균 5,491자
1화(5,551자)
초록 불
2026.11.01
2화(5,417자)
몸이 한 일
2026.11.01
3화(5,413자)
잠든 사람
2026.11.01
4화(5,648자)
자네
2026.11.01
5화(5,554자)
병곤이
2026.11.01
6화(5,398자)
첫차
2026.11.01
7화(5,354자)
지하 2층
2026.11.01
8화(5,356자)
신체 귀속
2026.11.01
9화(5,438자)
깨어 있는 토요일
2026.11.01
10화(5,329자)
어허
2026.11.01
11화(6,272자)
밀려나는 시간
2026.11.01
12화(5,428자)
고객님
2026.11.01
13화(5,364자)
빌려준 사람들
2026.11.01
14화(5,350자)
거울
2026.11.01
15화(5,494자)
제 몸으로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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