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 선언 아내 옆집에 이사 온 첫사랑
남편은 담을 쌓고, 첫사랑은 장미를 넘겼다
석담율@seokdamyul작품 소개
2027년 4월 첫 토요일 아침, 경기 용인 산자락의 전원주택 단지 느티울 7호. 결혼 서른두 해 만에 「졸혼」을 선언하고 남편을 서울 아파트로 보낸 지 꼭 한 달, 쉰아홉 살 손영란은 밀짚모자를 쓰고 앞마당 텃밭에 상추 모종을 심고 있다. 낮은 돌담 너머로 덩굴장미 화분 하나가 쑥 넘어온다. “담 밑에 심으면 담을 타고 올라가요.” 깔끔한 은발에 베이지 카디건, 대학 통기타 동아리에서 함께 노래하다 말 한마디 없이 입대해 버린 첫사랑 도기백이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막 옆집 8호로 이사 온 참이다. 같은 날 오후, 대문 앞에 커다란 여행 가방이 멈춘다. 남편 우영칠이다. 졸혼은 동네 망신이라며 주말마다 내려와 집을 지키겠다고 한다. 영칠에게는 서른두 해 동안 혼자 벌어 식구를 먹인 자부심이 있고, 영란에게는 같은 서른두 해 동안 한 번도 자기 이름으로 살아 본 적 없는 하루하루가 있다. 옆집 남자가 누구냐는 물음에 영란은 숨기지 않는다. “첫사랑이요.” 이튿날부터 영칠은 돌담 위에 벽돌을 한 단씩 올린다. 영란은 벽돌 밑에 장미를 심는다. 기백은 남의 집 일에 끼고 싶지 않은데, 하필 키가 백팔십이 넘어 담이 아무리 높아져도 담 너머가 다 보인다. 마을 노래 교실과 공동 텃밭에서 두 사람이 마흔 해 전 노래를 다시 부르는 동안, 단지 단톡방은 들끓고, 주민회장은 집을 팔 사람을 데려오고, 엄마 편이던 딸은 아빠가 혼자 쓰러진 밤 이후 마음이 흔들린다. 싸움은 담장 하나에서 단지 전체로, 단지에서 졸혼을 이혼으로 바꿀지 다투는 가정법원으로 번진다. 서른두 해를 누가 먹여 살렸는가. 담장 위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벽돌일까, 장미일까?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로맨스·로판 · 5060
졸혼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웃음이 먼저 났습니다. 결혼을 졸업한다니, 학교처럼 졸업장이라도 주는 걸까. 들여다볼수록 웃을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법에는 없는 말이라 집 한 채를 두고 다투기 시작하면 결국 법에 있는 말, 이혼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서른두 해 동안 월급을 날라 온 사람의 자부심도, 이 월급으로 서른두 해 동안 집을 굴린 사람의 시간도 둘 다 진짜인데, 법정은 하나만 고르라고 합니다. 둘 사이를 쓰고 싶었습니다. 웃음은 쉰과 예순의 하루에서 가져왔습니다. 머리에 얹어 두고 온 집 안을 뒤지는 돋보기, 동창 단톡방의 아침 꽃 사진, 1.5배속으로 보는 벽돌 쌓기 동영상, 상추를 지키려고 우산을 들고 고라니를 쫓는 새벽, 목포 말씨로 단지를 다스리는 주민회장. 아픈 자리는 소리 없이 두었습니다. 혼자 라면을 끓이다 쓰러진 남편의 부엌, 가족 단톡방에 뜬 「나갔습니다」 한 줄. 느티울 전원마을, 통기타 동아리 소리샘, 노래 「사월의 골목」, 모든 인물과 사건은 지어낸 것입니다. 용인과 수원, 서울 상계동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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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5화 · 평균 5,393자
1화(5,579자)
담 너머 화분
2026.10.31
2화(5,438자)
한 단
2026.10.31
3화(5,453자)
사월의 골목
2026.10.31
4화(5,406자)
거름
2026.10.31
5화(5,371자)
가족 회의
2026.10.31
6화(5,403자)
어버이날
2026.10.31
7화(5,448자)
계약하는 날
2026.10.31
8화(5,428자)
소장
2026.10.31
9화(5,390자)
막걸리 두 병
2026.10.31
10화(5,328자)
심장내과 칠 층
2026.10.31
11화(5,336자)
나간 사람
2026.10.31
12화(5,339자)
조정실
2026.10.31
13화(5,325자)
느티울 잔치
2026.10.31
14화(5,325자)
증인석
2026.10.31
15화(5,323자)
담장 위의 장미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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