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년 만의 동창회
졸업식 날 말없이 떠난 반장이 동창회장 선거에 나왔다
석담율@seokdamyul작품 소개
2027년 5월, 충북 청주 시내 호텔의 이 층 연회장. 무심여고와 무심고가 처음으로 함께 여는 동창회에 「졸업 40주년」 현수막이 붙었다. 현수막은 재작년에 뽑은 것이고, 동창회는 기금 다툼으로 두 해를 미뤘다. 사별한 지 세 해 된 예순한 살 피아노 학원 원장 서선옥은 입구에서 마흔두 해 만에 한 남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졸업식 날 말 한마디 없이 서울로 떠난 남고 반장 탁상렬이다. 상렬은 그날 오후 단상에 올라 동창회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말한다. 상렬은 서울에서 탁산건설을 일군 사람이다. 동창회 기금 이억으로 동창들의 고향 마을 느릅실에 요양 쉼터를 짓고, 모자라는 돈은 자기가 채우겠다고 한다. 청주 시내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들을 고향 집 가까이 모시고, 언젠가 우리도 거기서 늙자는 말에 박수가 터진다. 선옥은 박수 사이로 반음 어긋난 소리를 듣는다. 기금은 삼십 년 동안 후배들 장학금으로 쓰라고 모은 돈이고, 돈을 내 온 동창 절반이 장학금을 원한다. 선옥은 그날 밤 열한 시 오십팔 분, 동창회 단톡방에 출마를 알린다. 단톡방에는 하루에도 음성 메시지가 수십 개씩 올라온다. 산악회 버스에서, 문장대 꼭대기에서, 합창단 연습실에서 두 사람은 부딪치고, 사십 년 전 일이 하나씩 열린다. 졸업식 날 정류장에 누가 있었는지, 선옥 아버지의 정미소가 망하던 겨울 누가 보증을 섰는지. 버스 통학 시절부터 단짝인 염갑분은 황혼 이혼 서류를 들고 상렬의 쉼터 사무장 자리를 택한다. 일은 동창회 하나에서 느릅실 마을 전체로, 마을에서 탁산건설이 노리는 골짜기 개발 부지로 넓어진다. 개발 부지 한가운데, 다리 어귀의 옛 정미소 터는 선옥의 땅이다. 사십 년 전에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 요양원에서 화투를 치는 여든일곱 살 어머니, 회사를 지키려는 상렬의 아들, 땅을 팔라는 서울의 딸. 총회 날, 누가 무엇을 내놓게 될까?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로맨스·로판 · 5060
동창회 단톡방을 들여다보면 하루가 꽃 사진으로 열립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래로 손주 사진, 등산 사진, 누군가 실수로 보낸 사십 초짜리 음성 메시지가 이어집니다. 들어 보면 전 부치는 소리와 트로트와 남편 기침이 다 섞여 있습니다. 예순 넘은 사람들의 연애와 선거를 그 소리들 사이에 놓고 싶었습니다. 다 늙어서 무슨 첫사랑이냐는 말을, 다 늙었으니까 이번엔 끝까지 하겠다는 말로 받아치는 사람들입니다. 웃음은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다니는 산악회 대장 모기팔, 이름 때문에 손주들에게 갑분싸 할머니로 불리는 염갑분, 요양원 화투판에서 판돈 대신 사탕을 따는 어머니 한봉녀에게 맡겼습니다. 아픈 자리는 따로 두었습니다. 마흔두 해 동안 가방 속에 있던 편지, 빚을 정리하려고 서둘러 치른 결혼,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도 평생 아무 말 하지 않은 죽은 남편. 아무도 나쁘지 않았다고 쓰지 않았습니다. 다들 자기가 지키려던 것을 지키다가 남의 것을 밟았습니다. 무심여고와 무심고, 느릅실 마을, 탁산건설과 모든 인물은 지어낸 것입니다. 청주와 무심천, 속리산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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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5화 · 평균 5,445자
1화(5,492자)
현수막
2026.10.31
2화(5,451자)
음성 메시지
2026.10.31
3화(5,350자)
문장대
2026.10.31
4화(5,371자)
정미소
2026.10.31
5화(5,575자)
측량 깃발
2026.10.31
6화(5,393자)
보증
2026.10.31
7화(5,356자)
토론회
2026.10.31
8화(5,382자)
편지
2026.10.31
9화(5,595자)
기부 약정
2026.10.31
10화(5,488자)
서문교
2026.10.31
11화(5,310자)
이사회
2026.10.31
12화(5,398자)
이십팔억
2026.10.31
13화(5,550자)
합창
2026.10.31
14화(5,414자)
총회
2026.10.31
15화(5,557자)
여섯 시 사십 분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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