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위해 다시 칼을 든 검왕
서른 해 두부만 눌러 온 손바닥이 다시 칼자루를 쥐었다
노범우@nobeomu작품 소개
명나라 가정 서른세 해 늦봄, 강남 소주 성 밖의 운하 마을 버들나루. 예순두 살 독고철운은 서른 해째 새벽마다 맷돌을 돌려 두부를 누른다. 아들과 며느리가 염방과 직방으로 일하러 나간 뒤, 여덟 살 손주 소석을 서당에 데려다주는 일도 철운의 몫이다. 며느리가 남긴 잔소리 목록을 소매에 넣고, 몰래 엿 한 조각을 손주 입에 넣어 주고, 두부 판을 어깨에 얹고 버드나무 길을 걷는 아침. 서당 앞 마당에 관아 포졸들이 몰려와 있다. 현령 사마도각은 훈장 육계담이 조정이 금한 시집 『기저음』을 가르쳤다며 서당을 닫고 아이들을 관아로 데려가겠다고 한다. 도각의 말은 틀리지 않다. 훈장이 가르친 시는 황제의 제단에 바칠 비단을 짜느라 밤을 새우는 어미들의 노래이고, 조정은 이 노래를 요사한 글로 정했다. 현령이 눈을 감으면 현령의 목이 날아간다. 아이들의 습자지 가운데 금서의 시를 가장 또박또박 옮겨 쓴 것은 소석의 글씨다. 철운은 두부 장수의 얼굴로, 칼 없이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 두부 판으로 문을 막고, 흥정을 하고, 관아 마당에서 수결 하나를 두고 버틴다. 그러나 북쪽에서 금의위 천호 위지현곡이 내려오고, 아이들을 실은 배가 새벽 나루를 떠나려 할 때, 철운은 맷돌 밑에 묻어 둔 천 감은 장검을 꺼낸다. 서른 해 전 천하제일검으로 불리던 이름이 드러나고, 옛 원수들이 손주를 노리기 시작한다. 시아버지가 누구였는지 알게 된 며느리 반채향은 아들을 데리고 떠날지 남을지 갈림길에 선다. 판은 서당 마당에서 소주 관아로, 관아에서 금서를 핑계로 강남의 문인과 무인을 쓸어 내려는 조정의 칼끝으로 넓어진다. 칼을 들수록 지킬 것이 늘고, 하나를 갚을 때마다 새 빚이 생긴다. 서른 해 동안 철운이 숨겨 온 것은 칼만이 아니었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무협 · 5060
손주를 돌보는 할아버지들을 생각하며 썼습니다. 새벽에 일하고, 아침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며느리의 잔소리 목록을 소매에 넣고 다니는 어른. 그런 어른에게 한때 천하를 흔든 이름이 있었다면 어떨까. 늙은 몸이 느려도 판단은 날카롭고, 허리가 아파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을 쓰고 싶었습니다. 나이를 놀림감으로 쓰지 않으려 했습니다. 웃음은 철운이 스스로 터뜨리게 했습니다. 웃음은 우물가 할멈들의 소문, 며느리의 잔소리, 두부 맛을 보러 왔다가 맷돌을 돌리게 된 젊은 도전자 셋, 돋보기 대신 쓰는 애체를 늘 이마에 올려 두고 찾는 현령에게 맡겼습니다. 아픈 자리는 손바닥에 두었습니다. 두부를 누르는 굳은살과 칼을 쥐던 굳은살, 그리고 서른 해 동안 솥에 덴 자국이라고 둘러댄 흉터 하나. 가정 연간과 소주, 현묘관, 금의위, 황제의 도교 제사와 비단 징발, 바다의 왜구는 실제 역사에서 빌렸습니다. 버들나루 마을, 사마도각 현령, 시집 『기저음』과 금서 사건, 모든 인물은 지어낸 것입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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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5화 · 평균 5,452자
1화(5,433자)
두부 판
2026.10.31
2화(5,530자)
수결
2026.10.31
3화(5,707자)
한 칼
2026.10.31
4화(5,516자)
손님
2026.10.31
5화(5,739자)
연무장
2026.10.31
6화(5,575자)
이레
2026.10.31
7화(5,350자)
은자물쇠
2026.10.31
8화(5,370자)
위지
2026.10.31
9화(5,410자)
현묘관의 방
2026.10.31
10화(5,342자)
현령의 책
2026.10.31
11화(5,385자)
손바닥
2026.10.31
12화(5,332자)
현묘관 마당
2026.10.31
13화(5,313자)
왼손
2026.10.31
14화(5,408자)
불타던 밤
2026.10.31
15화(5,371자)
두부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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