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전날로 회귀한 부장
쉰여덟 부장이 눈뜬 곳은 부도 열흘 전, 옛 과장의 몸이었다
노범우@nobeomu작품 소개
2027년 봄, 서른 해 원단을 판 쉰여덟 살 부장 반용준은 명예퇴직 송별회를 마치고 을지로 뒷골목을 걷는다. 첫 직장 탁산섬유의 본사가 있던 자리, 골목에 하나 남은 공중전화 앞에서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진다. 눈을 뜨니 1997년 11월 18일 아침, 상계동 아파트의 낯선 이불 속이다. 거울 속 얼굴은 2:8 가르마에 뿔테 안경을 쓴 서른일곱 살 남자, 스물여덟 살의 용준을 가르치던 영업2과 과장 편우곤이다. 탁산섬유는 열흘 뒤 부도가 나고, 동료 이백 명이 한꺼번에 길에 나앉는다. 회장 탁재황은 은행 세 곳에서 끌어온 단기 빚으로 하루하루 부도를 막는다. 웃는 얼굴로 직원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고, 우리사주 2차 신청서를 들고 사무실마다 돈다. 소문이 이 층 밖으로 나가면 사내 예금 창구에 줄이 서고, 줄이 서면 은행이 먼저 알고, 그러면 열흘이 아니라 하루라고 말한다. 탁재황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용준은 날짜도 금액도 알지만 과장의 명함으로는 회장실 문턱도 넘지 못한다. 용준은 열흘 동안 을지로에서 대구 염색공장으로, 구미 직물공장으로, 안산 봉제공장으로 뛴다. 영업2과 막내 자리에는 스물여덟 살의 자기 자신이 앉아 있고, 단짝 동기 곽순구는 친구의 말을 믿고 회사를 먼저 떠날지 남아서 함께 막을지 갈린다. 남편이 달라졌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챈 아내 여금채, 직기 소리만 듣고 고장을 짚는 구미의 반장 하소례, 회장과 스무 해 술친구인 은행 지점장 엄우택. 밤 열두 시마다 편우곤의 삐삐에는 1997년에는 없는 「010」 번호가 뜬다. 일은 과 하나에서 공장 셋으로, 공장에서 외환 위기에 빠진 한 나라의 첫 열흘로 넓어진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판타지 · 5060
1997년 11월을 기억하는 분들은 날짜보다 소리를 먼저 떠올리십니다. 밤 뉴스의 발표, 공장 셔터 내려오는 소리, 다이얼 전화가 쉬지 않고 울리던 사무실. 그 열흘로 돌아간 사람이 미래를 안다고 해서 무엇을 막을 수 있을까를 오래 생각했습니다. 나라에 달러가 바닥난 일은 한 사람이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한 사람이 지킬 수 있는 것은 있습니다. 동료의 집, 통장에 모은 돈, 다음 날 아침 갈 일자리. 반용준은 지킬 것이 늘어날수록 회장을 닮아 갑니다. 입을 다물고, 거짓말을 하고, 남의 도장을 찍습니다. 웃음은 2027년의 쉰여덟 살이 1997년의 서른일곱 살 몸에 들어가서 나는 것들에 맡겼습니다. 삐삐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고, 돋보기를 찾다가 글씨가 다 보여서 놀라고,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오르다가 무릎이 안 아파서 웃습니다. 영업2과 막내로 앉은 스물여덟 살의 자기를 꾸짖다가 「꼰대」 소리를 듣고, 2027년의 아내는 병상의 남편이 잠꼬대로 부르는 「금채」가 누구냐고 따집니다. 아픈 자리는 회장 탁재황의 말이 끝까지 맞는 대목에 두었습니다. 탁산섬유와 세 은행, 미국 의류회사 그레이슨 어패럴, 모든 인물은 지어낸 것입니다. 1997년 11월의 환율과 정부 발표는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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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5화 · 평균 5,337자
1화(5,342자)
자줏빛 넥타이
2026.10.31
2화(5,326자)
공중전화
2026.10.31
3화(5,308자)
회장실 문턱
2026.10.31
4화(5,384자)
염색 물
2026.10.31
5화(5,304자)
직기 소리
2026.10.31
6화(5,362자)
국제통화기금
2026.10.31
7화(5,348자)
사내 예금
2026.10.31
8화(5,325자)
금채
2026.10.31
9화(5,338자)
줄
2026.10.31
10화(5,302자)
견본
2026.10.31
11화(5,373자)
인감
2026.10.31
12화(5,315자)
계약
2026.10.31
13화(5,320자)
한 사람 몫
2026.10.31
14화(5,341자)
셔터
2026.10.31
15화(5,361자)
열흘째 밤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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