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당신한테는 아직 못 한 말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말을 하려고 적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 두면 언젠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적습니다. 먼저 셈부터 적겠습니다. 당신은 셈을 좋아하셨으니까. 표사의 급은 아홉입니다. 오르는 법은 하나뿐입니다. 맞으면 오릅니다. 스승이 급소를 하나 짚어서 때리고, 맞고 서 있으면 한 급 오릅니다. 주저앉으면 안 오릅니다. 첫째는 정강이입니다. 열두 살에 맞습니다. 여섯째는 뒤통수 아래입니다. 저는 그것을 열아홉에 맞았고, 사흘 동안 오른쪽 눈이 안 보였습니다. 일곱째에서 씹는 것을 잃고, 여덟째에서 숨을 잃고, 아홉째에서 말을 잃습니다. 이걸 오른다고 합니다. 저는 열두 해 동안 그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아홉째는 세 도시를 통틀어 하나여야 합니다. 그게 당신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아홉째가 되려면 당신이 없어야 합니다. 저는 그 셈을 작년 가을부터 서른한 번 했습니다.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무협
무협의 주인공은 대개 수련으로 강해집니다. 이 이야기의 표사들은 맞아서 오릅니다. 스승이 급소를 짚어 때리고, 맞고도 서 있으면 한 급이 오르고, 오를 때마다 눈이나 숨 같은 것을 하나씩 내줍니다. 강해진다는 말은 몸에 무엇을 남길까요? 이 물음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싸움보다 맞은 뒤의 날들을 오래 적었고, 여섯째에서 다섯 해째 멈춰 있는 유원이 말을 잃은 아홉째에게 쓰는 긴 편지로 이야기를 지었습니다. 웃음은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냈습니다. 해마다 같은 질문을 던지는 스승과 해마다 “아직입니다”로 버티는 제자, 씹는 힘을 잃는다는 일곱째인데도 밥을 잘 먹는 스승. 아픈 자리는 기록에 남지 않는 것에 두었습니다. 표국 기록에는 맞은 날과 누운 날수만 적히고, 무엇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적을 칸이 없습니다. 유원도 깨끗한 사람이 아닙니다. 아홉째가 사라져야 자기 자리가 난다는 계산을 서른한 번이나 했습니다. 스승도 악인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때린 손은 열두 해 동안 “원래 그렇다”는 말 아래에서 움직였습니다. 건너말과 윗물, 아랫여울, 여울목 네 도시와 급의 규칙, 모든 인물은 지어낸 것입니다. 왕조 이름은 대지 않았습니다. 짐을 지키며 먼 길을 가는 표국과 표사라는 이름만 무협의 오랜 전통에서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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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안·조회 1.5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