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살의 가출
회갑 날 아침, 엄마의 기저귀를 갈고 나는 강릉행 기차를 탔다
윤은류@yuneunryu작품 소개
2027년 10월 14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삼 층. 예순 살 조숙경은 회갑 날 새벽에도 아흔 살 어머니 마봉실의 기저귀를 갈고, 공기업 시험 일곱 해째인 서른두 살 아들 진태루의 달걀을 부친다. 어머니는 사람을 부를 때 은색 탁상 종을 친다. 한 번이면 물, 두 번이면 기저귀. 열다섯 해 동안 아침마다 압정을 밟는 발뒤꿈치와 어긋나는 허리를 아무도 보지 않았다. 숙경은 달력 뒷장에 쪽지를 쓰고, 가격표도 안 뗀 베이지 트렌치코트를 꺼내 입고, 작은 갈색 가방 하나를 들고 서울역으로 간다. 위치 공유 앱으로 누나를 찾아낸 남동생 조두배가 무릎 보호대를 찬 채 플랫폼으로 뛰어 내려온다. “엄마가 누나한테 집 줬잖아. 나를 맡아 달라고. 그럼 엄마는 누나 몫이야.” 틀린 말이 아니다. 열다섯 해 전 어머니는 화곡동 빌라를 숙경의 이름으로 넘기며 그렇게 말했다. 숙경은 동생 손에서 가방끈을 빼내 강릉행 기차에 오르고, 두배는 사촌 서른 명이 있는 친척 대화방에 누나의 가출을 올린다. 강릉 사천진 바닷가에서 숙경은 신발을 벗고 처음 소리 내어 웃고, 손목을 다친 민박 주인 곽말춘에게 일당과 방값을 따로 정해 일을 얻는다. 서울에서는 태루가 할머니를 처음 혼자 돌보며 엄마를 데려와야 할지 보내 줘야 할지 갈린다. 두배는 요양병원 구급차를 부르고, 효도 조건 붙은 집을 돌려받는 판결을 들이밀고, 끝내 열다섯 해 동안 지갑 속에 접어 두었던 어머니의 종이 한 장을 꺼내게 된다. 사진에서 잘려 나간 종이의 아랫단에는 무엇이 적혀 있었을까?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드라마 · 5060
부모를 모시는 자식에게 집을 먼저 주는 집안이 많습니다. 집에는 늘 말이 붙어 옵니다. 나를 맡아 다오. 이 말을 받은 사람은 갚기 시작하고, 갚아도 갚아도 남습니다. 받은 것이 집이라 다른 형제들은 빚이 끝났다고 믿습니다. 열다섯 해 동안 갚은 사람이 회갑 날 아침 기차를 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떠나는 사람만 쓰지 않고 남은 사람들, 동생과 올케와 아들과 아흔 살 어머니가 저마다 무엇을 쥐고 놓지 않았는지를 같이 썼습니다. 웃음은 아흔 살 어머니에게 많이 맡겼습니다. 종 하나로 집안을 부리고, 돋보기를 일부러 이마에 올려 두고, 말로 채널을 바꾸는 텔레비전과 싸워 짧은 동영상의 스타가 되는 사람입니다. 거짓말을 하면 귀부터 빨개지는 쉰일곱 살 동생, 「마카」를 끝까지 서울말로 안 바꾸는 강릉 민박 주인, 기저귀 테이프를 위에서부터 붙이다 할머니에게 곰 발바닥 소리를 듣는 취업 준비생도 있습니다. 아픈 자리는 허리 사진 한 장과 반짇고리 밑바닥에 두었습니다. 화곡동 빌라, 물빛민박, 해담개발, 두배타일, 국토물길공사와 모든 인물은 지어낸 것입니다. 사천진 해변과 강릉, 서천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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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5화 · 평균 5,405자
1화(5,495자)
회갑
2026.10.31
2화(5,426자)
맨발
2026.10.31
3화(5,410자)
보호자는 나여
2026.10.31
4화(5,366자)
서천 논
2026.10.31
5화(5,352자)
스물네 평
2026.10.31
6화(5,560자)
마흔두 킬로그램
2026.10.31
7화(5,440자)
다섯 해
2026.10.31
8화(5,354자)
남의 손
2026.10.31
9화(5,473자)
마흔두 칸
2026.10.31
10화(5,374자)
아래 테이프부터
2026.10.31
11화(5,348자)
열쇠
2026.10.31
12화(5,388자)
관 짜서 나간다
2026.10.31
13화(5,340자)
손님
2026.10.31
14화(5,382자)
서천 농협
2026.10.31
15화(5,367자)
파도 끝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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