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판사 추첨제
닭 튀기던 손에 판사봉이 쥐어졌다, 피고는 단골이다
은해록@eunhaerok작품 소개
2040년 3월, 사법부를 믿는 사람이 열에 둘도 안 되던 해. 국민 가운데 추첨으로 석 달짜리 재판장을 뽑는 국민 판사 추첨제가 시행된 지 이 년째다. 수원지방법원 대법정의 투명한 추첨 기계에서 노란 공 하나가 굴러 나오고, 공 안의 번호를 받아 든 사람은 영통 골목에서 열두 해 닭을 튀겨 온 마흔두 살 이금분이다. 기름 얼룩 묻은 빨간 앞치마를 풀 새도 없이 검은 법복을 걸친다. 거절하면 벌금 천만 원, 닭으로 치면 삼백 마리가 넘는다. 첫 사건 기록의 피고인 칸에 낯익은 이름이 있다. 세온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 조정목. 지난겨울 한파가 몰아친 밤, 별관 중환자실의 전기가 나가고 비상 전원이 들어오는 빨간 콘센트는 병상 절반 몫만 남았다. 누구를 꽂을지 정목이 골랐고, 아침까지 환자 열두 명이 숨졌다. 정목은 금요일마다 반반에 목을 따로 시키는 단골이고, 세 해 전 금분의 남편 경호의 가슴을 열어 살려 낸 의사다. 곁에 앉은 정식 판사 한병찬은 첫날부터 말한다. 법리대로라면 무죄이고, 국민 판사가 할 일은 이 결론을 사람 말로 쓰는 것이라고. 병찬은 감정으로 내린 판결 하나가 제도 전체를 무너뜨리는 것을 이미 한 번 보았다. 법원 정문 앞에는 영정 열두 장을 세운 유족들이 날마다 앉아 있고, 맨 앞자리는 금분의 앞치마 주머니를 꿰매 준 상가 수선집 편미경이다. 판결을 내리면 단골과 동네 인심과 가게를 잃고, 미루면 미경이 굶기 시작한다. 법정에서 시작한 다툼은 영통 상가의 단톡방과 배달 앱 별점으로, 상가 건물을 쥔 병원 재단의 발전기실로, 국민 판사제를 없애려는 국회 법안으로 넓어진다. 닭 튀기는 사람의 눈은 기름 색을 보고 손님의 눈을 본다. 금분은 닭집 사장의 눈으로 법정의 사람들을 끝까지 본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드라마 · 3040 · 사회고발
배심원도 아니고 판사를 추첨으로 뽑는다면 누가 뽑힐까 생각했습니다. 오후 네 시에 닭 오십 마리를 손질하고 밤 열한 시에 마지막 배달을 내보내는 사람이었으면 했습니다. 판결문 한 장을 쓰려고 열두 해 지킨 가게를 내놓는 사람이요. 어느 한 사람을 악당으로 만들어 쉽게 이기지 않으려 했습니다. 정목은 어둠 속에서 골랐고, 병찬은 제도가 감정에 무너지는 걸 막으려 했고, 재단 상임이사 도상철도 자기 숫자를 들고 골랐습니다. 미경은 엄마가 왜 콘센트에서 뽑혔는지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웃음은 법정 말투와 장사 말투가 부딪치는 자리에 두었습니다. 개정 선언 대신 어서 오세요가 먼저 나오는 판사, 공판 중에 울리는 배달 앱 주문 알림, 법률 유튜브를 보고 조항 번호를 틀리게 외는 남편, 리뷰 답글을 소설처럼 쓰는 알바생이 있습니다. 아픈 자리는 빨간 콘센트 하나에 모았습니다. 숨진 열두 명은 끝까지 이름과 삶이 있는 사람으로 썼습니다. 국민 판사 추첨제, 세온대학병원과 세온의료재단, 금분이네 통닭과 배달 앱 한입배달, 모든 인물과 사건은 지어낸 것입니다. 수원과 영통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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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5화 · 평균 5,520자
1화(5,596자)
노란 공
2026.11.01
2화(5,504자)
거절하면 벌금
2026.11.01
3화(5,812자)
빨간 콘센트
2026.11.01
4화(5,688자)
발전기실
2026.11.01
5화(5,487자)
별점 하나
2026.11.01
6화(5,524자)
책임 간호사
2026.11.01
7화(5,584자)
두 시 십사 분
2026.11.01
8화(5,344자)
단식
2026.11.01
9화(5,494자)
목 따로
2026.11.01
10화(5,366자)
합의실
2026.11.01
11화(5,305자)
플러그
2026.11.01
12화(5,554자)
안부 전화
2026.11.01
13화(5,419자)
공청회
2026.11.01
14화(5,519자)
마지막 말
2026.11.01
15화(5,598자)
선고
2026.11.0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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