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의 첫 답장 "밥은 먹었니?"
오십 년 만의 우주 답장을 막내 언어학자가 엄마 말투로 옮겼다
은해록@eunhaerok작품 소개
2035년 가을, 대전 천문연구원 지하 이 층 해독실. 오십 년 전 지구가 예순 개 말의 인사를 점과 틈으로 바꿔 하늘에 띄웠고, 제주 억새 들판의 큰 접시가 마침내 첫 답장을 받았다. 매일 새벽 네 시 십이 분, 똑똑, 쉬고, 똑똑똑. 팀장은 목록대로 「안녕하세요」라고 발표하려 하고, 들어온 지 사흘 된 마흔두 살 막내 소화영은 이어폰을 빼고 말한다. “이건 묻는 말이에요. 밥은, 먹었니.” 근거를 묻자 화영은 대답한다. 우리 엄마요. 요양원의 어머니는 세 해 전 뇌졸중 뒤로 이 한 마디만 하고, 화영은 어머니가 하는 한 마디의 높낮이를 삼백 번 넘게 녹음해 두었다. 해독실이 웃음바다가 된 순간, 국방부 파견 대령 편정훈이 지도 한 장을 펼친다. 답장 끝에 매일 붙어 오는 점 일곱 개가 전부 세계의 곡창 지대다. 밥을 먹었냐고 묻고 곳간 일곱 군데를 짚었다. 안부라고 하시겠습니까? 화영의 한 줄은 여섯 시간 만에 나라의 경계 태세가 되고, 마트의 쌀이 동나고, 흰 양복의 목사는 하늘이 생명의 떡을 묻는다고 외친다. 번역은 박사님 것, 해석은 제 것. 대령은 화영이 틀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한다. 연구원에서 잘린 화영은 자기 번역을 무기로 쓰는 대령 밑으로 들어가 제주 관측소에 내려간다. 이십팔 년 동안 하늘 소리만 들어 온 접시 곱단이와 몸국 끓이는 관측소 지기, 젓가락으로 우주의 박자를 두드려 주는 쌀국수집 사장과 이주민 여덟 사람, 아침마다 김제의 어머니에게 「묵었어라」 하고 거짓말하는 대령. 다툼은 해독실에서 국방부 회의실로, 뉴욕 유엔 회의장으로 넓어지고, 하늘은 대답을 듣지 못한 채 두 번째로 묻는다. 그사이 어머니의 옛집 장롱에서 카세트테이프 하나가 나온다. 「85. 10. 7 천문대 — 하늘에 띄운 내 목소리」. 인류는 하늘에 보낼 답장 한 줄을 두고 처음으로 같은 상에 앉는다. 엄마인지 사냥꾼인지 모르는 상대에게, 우리는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할까?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SF · 3040
아침마다 듣는 말이 있습니다. 밥은 먹었니. 대답은 늘 같습니다. 먹었어. 먹지 않은 날에도 그렇게 대답하고 현관문을 나섭니다. 우주에서 처음 온 말이 그 한 마디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해독은 공식과 기계가 아니라, 같은 말을 삼백 번 들어 온 딸의 귀가 하게 했습니다. 걱정할 때 한 마디, 반가울 때 두 마디 올라가는 끝. 사람이 매일 겪는 일로 우주를 옮겨 보고 싶었습니다. 웃음은 충청도 말끝의 요양보호사, 제주 말로 접시를 아이처럼 부르는 관측소 지기, 경상도 병장의 「묵을 끼 없다」, 김제 어머니의 김치통, 휘어진 숟가락으로 몸국을 떠먹는 각국 대표들에게 맡겼습니다. 아픈 자리는 어머니가 입을 닫는 날입니다. 딸이 지키려고 꺼낸 녹음이 어머니를 세상의 어머니로 만들어 버리는 날. 대령도 바보로 두지 않았습니다. 곳간을 짚은 상대에게 대답하지 않는 것도 아이들을 지키는 한 방법이고, 대령은 끝까지 그 이유를 놓지 않습니다. 대전 천문연구원, 제주 관측소와 곱단이, 첫말씀교회, 1985년의 신호와 테이프, 모든 인물과 사건은 지어낸 것입니다. 대전·제주·김제·뉴욕은 실제 지명을 빌렸고,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밥을 먹었냐는 말로 인사한다는 것은 실제 말버릇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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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5화 · 평균 5,396자
1화(5,396자)
다섯 박자
2026.11.01
2화(5,395자)
안녕하세요는 쉬지 않는다
2026.11.01
3화(5,495자)
여섯 시 사십 분
2026.11.01
4화(5,440자)
해 뜨는 차례
2026.11.01
5화(5,460자)
먹을 것이 없다
2026.11.01
6화(5,448자)
젓가락 박자
2026.11.01
7화(5,469자)
장롱 속 테이프
2026.11.01
8화(5,366자)
꿩 피리
2026.11.01
9화(5,395자)
오지 마라
2026.11.01
10화(5,341자)
오리 피리
2026.11.01
11화(5,342자)
삼백열두 번
2026.11.01
12화(5,362자)
김제 햅쌀
2026.11.01
13화(5,368자)
억새밭의 긴 상
2026.11.01
14화(5,342자)
너도 먹어
2026.11.01
15화(5,328자)
숟가락 뒷면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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