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 고수가 우리 팀장이었다
음성 변조로도 못 숨긴 말버릇 하나, “자, 귀 열고.”
문채겸@moonchaegyeom작품 소개
2027년 7월, 서울 강남의 브레이크 부품 회사 두루제동. 품질팀에서 소음과 진동을 듣는 서른일곱 살 과장 오승표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리딩방 「팔부능선 — 연 300% 수익방」의 저녁 음성 방송을 듣는다. 물속처럼 뭉개진 목소리가 “자, 귀 열고.” 하고 헛기침을 두 번 한다. 두 번째 기침이 반 박자 늦고, ‘ㅅ’ 소리마다 앞니 금니 틈으로 바람이 샌다. 팔 년 동안 아침 회의에서 듣던 소리다. 이튿날 새벽 지하 주차장, 세 칸 건너 차 안에서 팀장 맹근호의 입이 승표의 이어폰 속 목소리와 같이 움직인다. 근호는 숨기지 않는다. 회사 직원 백여 명을 리딩방에 데려왔고, 석 달 동안 정말로 돈을 벌게 해 줬다. 월급만으로는 아무도 집을 못 사는 회사에서, 구매팀 대리 하나는 그 돈으로 빌라를 샀다. 근호는 다음 주 목요일 「마지막 한 방」을 예고하고, 종목은 당일 아침 아홉 시 정각에만 공개한다. 승표도 아내 몰래 전세 보증금의 절반을 근호의 종목에 넣어 두었고, 근호는 그 금액까지 알고 있다. 승표는 마지막 한 방이 세력의 털기라는 것을 엿듣는다. 세력이 미리 사 모은 주식을 리딩방 사람들에게 넘기고 빠지는 날이다. 막으려 하자 승표를 리딩방에 데려온 입사 동기 변주찬은 대출 2억을 쥔 채 근호 편에 서고, 회사는 소리를 만지는 일이 직업인 승표의 녹음을 조작이라 부른다. 싸움은 품질팀 회의실 하나에서 회사 전체로, 회사에서 같은 고수 목소리를 쓰는 리딩방 마흔 개로 넓어진다. 마흔 개 방에서 동시에 “자, 귀 열고.”가 울리는 아침, 승표는 진짜 목소리 하나를 찾으러 간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스릴러·공포·추리 · 3040 · 사회고발
리딩방 이야기를 쓰면서 처음 떠올린 사람은 사기꾼이 아니었습니다. 회사에서 제일 오래 일한 팀장, 후배들 집 걱정을 진심으로 하는 사람, 그런데 그 걱정을 남의 돈으로 풀려는 사람이었습니다. 맹근호는 끝까지 자기가 식구를 돌본다고 믿고, 실제로 석 달 동안은 돌봤습니다. 승표도 깨끗하지 않습니다. 정체를 안 다음 날 혼자 팔고, 하루 동안 입을 닫습니다. 그 하루를 숨기지 않는 화자로 쓰고 싶었습니다. 웃음은 3040의 하루에서 가져왔습니다. 팀장 말버릇을 회의 때마다 세는 막내 사원, 이니셜 캡을 못 벗는 영포티 동기, 계산 끝에 늘 “그래서 얼마?”를 붙이는 수학 강사 아내, 반찬값 버는 방 링크가 올라오는 유치원 단톡방. 아픈 자리는 목소리에 두었습니다. 사람들이 석 달 동안 들은 가짜 목소리를 믿고, 처음 듣는 진짜 목소리를 합성이라 부르는 밤입니다. 두루제동, 뫼빛파트너스, 팔부능선, 솔채전지·도톰로보틱스·결정바이오를 비롯한 회사와 종목, 모든 인물과 사건은 지어낸 것입니다. 리딩방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수법은 뉴스에 이미 많이 나온 그대로 구체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수익 인증 화면과 바람잡이, 무료방에서 VIP방과 평생 회원으로 올라가는 계단, 원금 보장과 연 300%, 손실 보전방, 대출 권유, 소액만 출금되는 가짜 거래 앱, 하룻밤에 터지고 새 이름으로 다시 열리는 방. 승표가 화마다 하나씩 알아채고, 금융감독원 「제도권 금융회사 조회」, 1332와 112 신고, 피해자끼리 모여 하는 고소로 맞섭니다. 세력 쪽 이야기도 판결문과 기사 수준에서 숨기지 않았습니다. 거래가 적은 종목, 남의 이름 계좌끼리 주고받는 거래, 회원들의 매수를 받아 파는 털기, 돈을 나눈 몫, 거래소의 이상 거래 적발과 계좌 추적, 자본시장법 시세조종 처벌까지. 다만 따라 할 수 있는 매매 순서나 수치, 적발을 피하는 방법, 종목 권유는 한 줄도 담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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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5화 · 평균 5,729자
1화(5,924자)
귀 열고
2026.10.31
2화(5,816자)
팔았다
2026.10.31
3화(5,836자)
쥐
2026.10.31
4화(6,129자)
대강당
2026.10.31
5화(5,996자)
VIP
2026.10.31
6화(6,380자)
대리
2026.10.31
7화(5,818자)
마흔 개
2026.10.31
8화(6,033자)
선생님 이름으로
2026.10.31
9화(5,520자)
맘방
2026.10.31
10화(5,418자)
두 목소리
2026.10.31
11화(5,441자)
녹음
2026.10.31
12화(5,340자)
면회
2026.10.31
13화(5,335자)
송출실
2026.10.31
14화(5,430자)
여덟 시 오십구 분
2026.10.31
15화(5,524자)
깔끔하게
2026.10.31
댓글 4
오세림2026.11.01· 9화
1332, 112 신고 순서까지 나와서 실제로 도움이 됐어요. 반장님네처럼 당하면 바로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
문채겸작가2026.11.01
네, 금융감독원 1332와 경찰 112, 그리고 돈 보낸 은행에 바로 지급 정지를 거는 게 먼저예요. 빠를수록 돌려받을 길이 넓어집니다.
마필제2026.11.01· 2화
장이 열리는 아홉 시에 백 명이 휴대전화로 옮겨 가는 소리를 마른 나뭇잎이 뒤집히는 소리로 쓰신 거, 회사원이라 소름 돋았어요.
문채겸작가2026.11.01
저도 그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어요. 조용한데 다들 숨을 참고 있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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