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만나는 남녀북남
새벽 세 시 십 분에 잠들면, 철조망 건너 북쪽 하사가 있다
기담오@gidamo작품 소개
2028년 봄, 서울 마포 소방서 숙직실. 구조대 소방장 강유채는 출동을 마치고 새벽 세 시 십 분에 눕는다. 눈을 감으면 분홍빛 새벽이 멈춘 바닷가가 나오고, 발목까지 오는 물속에 가는 철조망 한 줄이 바다 끝까지 뻗어 있다. 철조망 건너편에는 국방색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마른 남자가 서 있다. 압록강 가 신의주 국경 초소의 하사 리광혁. 두 사람은 한 달 넘게 밤마다 만나 짜장면과 강냉이밥을, 불 끈 이야기와 강 지킨 이야기를 주고받아 왔다. 같은 시각에 잠들어야 만나고, 꿈에 들고 간 물건은 손에 남지 않고, 꿈에서 들은 말은 깨어나도 한 글자까지 남는다. 어느 밤 광혁이 부탁한다. 엔진이 꺼진 채 서해를 떠내려가는 목선 한 척, 파란 방수포, 사람 셋. 유채가 아침에 해양 긴급 신고 번호를 누르고, 오후에 배가 백령도 서쪽 바다에서 발견된다. 저녁에는 한국 정보기관 담당관 서민영이 소방서 차고로 찾아와 묻는다. “몇 시에 주무세요?” 강 건너편에서는 보위부 소좌 오창익이 광혁의 초소를 뒤진다. 민영은 유채에게 초소의 총과 근무 순서를 캐 오라 하고, 창익은 광혁에게 남쪽 정보기관의 이름을 받아 오라 한다. 민영은 열 살 때 서해 경계선 너머로 끌려간 아버지를 잃었고, 창익은 스무 해 전 압록강 한가운데에서 누이를 잃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지키려고 거짓을 섞는다. 거짓이 섞인 밤마다 바닷가의 철조망이 한 뼘씩 높아지고 가시가 돋는다. 다툼은 꿈속 바닷가에서 두 기관의 신문실로, 압록강 유람선과 단둥의 강변으로, 다시 두 나라가 몰래 마주 앉는 자리로 넓어진다. 그러는 사이 사진 한 장이 나온다. 광혁의 할아버지가 일흔여덟 해 동안 품어 온 사진 속 소년과 소녀. 유채의 할머니는 사진을 보자마자 말한다. “내 오라비다.” 철조망 건너 손끝이 닿기 직전에, 두 사람은 꿈이 아닌 곳에서 만날 길을 고른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로맨스·로판 · 3040
남과 북 사이에는 전화선도 끊기고 우편도 없는데, 잠만은 아무도 막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같은 시각에 잠드는 두 사람이 있다면, 두 나라는 그 잠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연애 이야기를 쓰려다가 두 기관과 두 나라와 두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데려오게 됐습니다. 광혁의 하루는 초소와 배급 감자와 배고픈 동료의 하루로 썼습니다. 북쪽을 깎아내리지도 치켜세우지도 않고, 강가에서 밤을 새우는 서른세 살 남자의 하루로요. 웃음은 아재 개그로 출동 대기실을 데우는 구조대 팀장, 소개팅 앱과 씨름하는 막내 소방사, 늘 배고픈 상등병 철민, 그리고 이름은 옥순인데 평생 한 번도 순했던 적이 없다는 아흔 살 할머니에게 맡겼습니다. 아픈 자리는 민영과 창익에게 두었습니다. 둘 다 국경에서 사람을 잃었고, 둘 다 자기 방식으로 다시는 잃지 않으려 합니다. 두 사람이 틀렸다고 쓰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마포 소방서 숙직실, 꿈속 바닷가, 모든 인물과 사건은 지어낸 것입니다. 신의주와 단둥, 백령도와 판문점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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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5화 · 평균 5,393자
1화(5,539자)
세 시 십 분
2026.11.01
2화(5,388자)
감자 두 알
2026.11.01
3화(5,397자)
시험 문장
2026.11.01
4화(5,313자)
신문실
2026.11.01
5화(5,477자)
한 뼘
2026.11.01
6화(5,348자)
붉은 수건
2026.11.01
7화(5,483자)
오라비
2026.11.01
8화(5,355자)
여섯 손가락
2026.11.01
9화(5,350자)
받아쓰기
2026.11.01
10화(5,323자)
목까지
2026.11.01
11화(5,323자)
빈 바닷가
2026.11.01
12화(5,352자)
잠 안 재우기
2026.11.01
13화(5,344자)
구조 계획
2026.11.01
14화(5,563자)
대동강 얼음
2026.11.01
15화(5,339자)
콘크리트 턱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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