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노조 파업
오백 년 야근한 귀신들이 머리띠를 맸다, 교섭은 신입 몫이다
기담오@gidamo작품 소개
2030년 12월, 자정을 넘긴 서울 시청역 2호선 승강장. 막차 문이 닫히자 형광등이 징 하고 울고, 반투명한 하늘색 귀신 칠백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다들 이마에 붉은 머리띠를 맸다. 맨 앞에 뜬 조선 순라군 귀신 장귀석이 종이 상자를 뜯어 만든 피켓을 흔들며 선언문을 읽는다. 막차 승객을 깨워 주고 언 계단을 알려 주고 졸음운전 택시 기사의 목덜미에 찬 바람을 불어 온 지 오백 년, 야근 수당도 제삿밥도 없었다. 서울귀신노동조합은 오늘 밤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 선언문을 받아 든 사람은 시청 지하 3층 귀신관리과에 발령받은 지 석 달 된 스물아홉 살 주무관 여소연이다. 과 직원은 과장까지 둘이고, 과장은 전화로 하품을 하며 말한다. “교섭 담당 너야.” 서울시는 귀신에게 줄 예산 항목이 법에 없다고 버티고, 귀신이 손을 뗀 서울의 밤에는 사고 신고가 하룻밤 사이 세 배로 뛴다. 시는 퇴마 업체 맑은밤퇴마를 불러 팥 자루와 꽹과리 스피커로 파업 귀신을 서울 밖으로 밀어내려 한다. 귀신은 막차부터 첫차 전까지만 보이고, 산 사람 몸을 만지지 못하고, 누가 이름을 불러 차려 준 밥을 먹어야 기운이 난다. 소연이 쥔 것은 낮의 결재판과 밤의 보온병뿐이다. 교섭 사흘째 밤, 막차 맨 끝 칸에서 노조 부위원장이 나온다. 주황 형광 조끼에 고무장갑을 낀, 육 년 전 시청역에서 밤 청소를 하다 쓰러진 소연의 엄마 민정숙이다. “교섭 중에는 엄마 말고 부위원장이라고 부르세요.” 싸움은 막차에서 시장실로, 퇴마 업체의 팥 줄로, 남산 목멱대왕이 앉은 서울 신령들의 모임으로 넓어지고, 동짓날 가장 긴 밤의 막차에서 죽은 사람들의 첫 임금 협상안이 오른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판타지 · 1020
막차를 타면 늘 누군가 졸고 있습니다. 내릴 역을 지나칠 것 같은데 신기하게 다들 제때 일어나 내립니다. 누가 깨워 주는 걸까, 그 사람은 수당을 받을까. 그런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밤에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밤에 일하다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웃음은 노조 말투를 쓰는 조선 귀신들, 투쟁가를 디제이 멘트로 트는 선전부장, 결재 반려 사유에 「귀신이 사람인지부터 정리할 것」을 적는 시청, 「귀신이 안 깨워 줘서 차량기지까지 갔어요」 같은 민원 전화에 맡겼습니다. 귀신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웃음거리로 쓰지 않았습니다. 아픈 자리는 소연이 엄마에게 육 년 동안 밥 한 그릇 차려 드리지 않았다는 데 두었습니다. 시청의 이유도, 퇴마 업체의 이유도, 신령들의 이유도 끝까지 살려 두려고 했습니다. 법에 없는 돈을 쓰지 않는 공무원은 옳고, 사람 목숨을 협상 카드로 쓰지 말라는 퇴마사도 옳습니다. 서울귀신노동조합, 맑은밤퇴마, 모든 인물과 사건은 지어낸 것입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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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5화 · 평균 5,422자
1화(5,742자)
무기한 파업
2026.11.01
2화(5,422자)
삼각김밥 한 개
2026.11.01
3화(5,629자)
부위원장
2026.11.01
4화(5,527자)
가족 면담
2026.11.01
5화(5,338자)
시장실 점거
2026.11.01
6화(5,352자)
팥 한 줌
2026.11.01
7화(5,397자)
막차 밥상
2026.11.01
8화(5,322자)
목멱대왕
2026.11.01
9화(5,333자)
밥상 단톡방
2026.11.01
10화(5,419자)
총회
2026.11.01
11화(5,306자)
꽹과리
2026.11.01
12화(5,306자)
첫 제사
2026.11.01
13화(5,305자)
인정
2026.11.01
14화(5,309자)
동지 팥죽
2026.11.01
15화(5,617자)
첫 임금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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