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드라마 속 악녀로 빙의했다
삼 분 안에 뒤집지 못하면, 같은 삼 분이 처음부터 다시 돈다
윤솔채@yunsolchae작품 소개
2027년 겨울, 콜센터 야간 상담을 마친 스물다섯 주이레는 2호선 막차에서 백 화짜리 세로 숏폼 로판 「황태자의 계약 신부」를 1.5배속으로 보다 잠든다. 눈을 뜬 곳은 드라마 첫 화의 황궁 연회장. 손에는 와인 잔이 들려 있고, 앞에는 하얀 드레스의 여주인공이 서 있다. 이레가 들어간 몸은 화마다 누군가에게 뺨을 맞다가 서른 번째 화에서 처형되는 악녀 공녀다. 출연진 자막에도 「악녀 공녀」 넉 자뿐, 이름조차 없다. 머리 위에는 휴대전화 화면 테두리가 떠 있고, 분홍 재생 막대가 초침 소리에 맞춰 차오른다. 숏폼 드라마의 법칙대로 삼 분 안에 무언가 뒤집히지 않으면 장면은 넘어가지 않고 같은 삼 분이 처음부터 되풀이된다. 뺨을 내주지 않으려면 다른 것을 뒤집어야 한다. 보는 사람들이 「헐」이라고 쓸 만큼 세게, 매번 새것으로. 이레는 와인 잔을 제 머리 위에서 뒤집는다. 원작 여주인공 에블린은 처음부터 이곳이 드라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베개 밑으로 날아오는 쪽대본을 백 번 읽은 에블린은 서른 번째 화에서 공녀가 죽어야 드라마가 백 번째 화까지 가고, 그 마지막 장에서 자기가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는다고 믿는다. 매 장면 바뀌는 악녀를 보던 황태자 카시안은 원작에 없던 질문을 하기 시작하고, 이레가 버틴 삼 분마다 같은 계단을 다시 오르는 시녀장과 손을 들 곳을 잃은 공작도 대본 밖에서 눈을 뜬다. 쪽대본 여백의 빨간 펜 글씨는 점점 다급해진다. 「요즘 공녀 왜 이럼??」 싸움은 삼 분짜리 장면에서 황궁으로, 황궁에서 결말을 쥔 숏폼 드라마 작가의 방으로 깊어진다. 서른 번째 화부터는 코인 결제다. 처형대까지 남은 삼 분들 동안, 이레는 무엇을 뒤집고 무엇을 내주게 될까?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로맨스·로판 · 1020
출퇴근길에 숏폼 드라마를 1.5배속으로 넘기다 보면, 악녀는 늘 같은 자리에서 맞고 같은 자리에서 무너집니다. 삼 분마다 반전이 오지 않으면 사람들이 넘겨 버리니까요. 이 법칙을 세계의 규칙으로 뒤집어 보고 싶었습니다. 반전을 못 만들면 넘어가는 대신 되돌아가는 세계. 보는 사람의 손가락이 배속과 건너뛰기로 시간을 정하고, 댓글이 하늘에 떠서 흘러가는 세계에서, 이름 없는 악녀 안에 들어간 사람이 처음으로 아프다고 말하는 이야기입니다. 웃음은 숏폼 클리셰를 비트는 데서 냈습니다. 상담원 말투로 공작의 손바닥을 막는 악녀, 양파 접시를 협탁에 두는 여주인공, 커튼 밑으로 군화가 보이는 황태자, 감옥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들어오는 작가. 아픈 데는 쟁반을 든 시녀장의 손목과, 마지막 장 하나만 보고 백 화를 버텨 온 에블린의 손바닥에 두었습니다. 에블린은 끝까지 자기 행복을 고르는 사람이고, 작가도 끝까지 자기 이름을 지키려는 사람입니다. 누구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처형대 위의 삼 분이 무거웠습니다. 「황태자의 계약 신부」와 등장인물, 숏폼 앱과 편성팀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 서울 2호선과 시청역은 실제 이름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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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2화 · 평균 5,376자
1화(5,598자)
엎은 잔
2026.10.31
2화(5,311자)
쪽대본
2026.10.31
3화(5,329자)
반지가 고른 손
2026.10.31
4화(5,482자)
찻쟁반
2026.10.31
5화(5,396자)
아버지의 손
2026.10.31
6화(5,336자)
2호선막차
2026.10.31
7화(5,330자)
프린터 너머
2026.10.31
8화(5,308자)
기획안
2026.10.31
9화(5,315자)
폐위
2026.10.31
10화(5,314자)
초하루의 찻잔
2026.10.31
11화(5,307자)
특별 출연
2026.10.31
12화(5,487자)
이름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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