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귀신을 만난 은퇴 교장
퇴직수당으로 산 폐교, 1979년 졸업생 열두 명이 졸업장을 거부한다
하청오@hacheongo작품 소개
2027년 3월 2일 아침 여덟 시 사십 분, 서른여덟 해 교직을 마친 예순세 살 전직 교장 임길례가 전남 곡성 섬진강 상류의 덕골초등학교 정문 쇠사슬을 푼다. 퇴직수당을 털어 계약한 폐교에 할머니들 한글 교실과 손주들 숙제 방을 열 생각이었다. 같은 날 군청 관광과장 마상태가 드론과 태블릿을 들고 찾아와 정문에 현수막을 건다. 「귀신 학교 체험관(가칭) 부지」 잔금 전에 군이 먼저 살 수 있다는 계약서 특약과 함께. 해 질 녘, 6학년 교실 문을 연 길례 앞에서 아이들 열두 명이 일어나 경례한다. 몸에 맞지 않는 교복, 1979년 2월 15일에 멈춘 달력. 반장 서봉님이 말한다. “졸업장 주러 오신 거면 도로 가셔요.” 교장실 금고에는 사십팔 년 동안 아무도 받지 못한 졸업장이 열세 장 들어 있고, 열세 번째 이름의 주인은 마을 어귀에서 다슬기를 판다. 마을은 아이들이 졸업식 끝나고 자기들끼리 얼음 지치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기억한다. 1979년 담임이던 이장 추동섭은 학교를 헐든지 귀신집을 하든지 하라며 체험관 편에 서고, 군청 영상은 하룻밤에 120만 조회 수를 넘긴다. 길례는 체육 창고의 줄넘기 줄로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로, 사진관 다락으로, 저수지 둑으로 나간다. 교실 하나에서 마을 전체로, 마을에서 1979년 겨울의 둑 위로. 둑을 지은 회사의 아들이 체험관을 짓겠다고 나서고, 길례 자신이 덮어 둔 다섯 글자도 신문에 실린다. 아이들은 언제, 누구 앞에서 졸업장을 받을까?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판타지 · 5060
폐교 매각 공고를 오래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교실 몇 칸, 운동장 몇 평, 감정가 얼마. 숫자 밑에 학교마다 마지막 졸업식이 있었을 것입니다. 귀촌한 예순 넘은 교장이 폐교를 사면 무엇부터 할까 생각하다가, 교문 옆에 서서 정수리를 세는 버릇부터 나오겠다 싶었습니다. 정수리를 세는 사람이 졸업장을 받지 못한 아이들을 만나면 어떻게 될지 쓰고 싶었습니다. 웃음은 돋보기를 목에 걸고 다니면서 하루에 열 번 찾는 길례와, 무슨 말에든 엄지만 보내는 남편, 귀신은 공짜고 수제비는 팔천 원이라는 구판장 주인, 방공호 음모론 영상을 믿는 경로당 할머니들, 짜장면 냄새로 두 그릇을 먹는 열세 살 고만덕에게 맡겼습니다. 아픈 자리는 사고 장면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의 손에 두었습니다. 사십팔 년 동안 사탕 봉지를 두고 돌아선 담임의 손, 봉투를 무릎에 누르던 할머니들의 손, 수문 바퀴를 반 바퀴 돌린 털모자 노인의 손. 덕골 마을과 덕골초등학교, 덕골 저수지, 덕산토건, 1979년 준공식 사고와 모든 인물은 지어낸 것입니다. 곡성과 순천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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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5화 · 평균 5,420자
1화(5,469자)
차렷, 경례
2026.10.31
2화(5,470자)
금고
2026.10.31
3화(5,355자)
얼음판
2026.10.31
4화(5,331자)
소풍 줄
2026.10.31
5화(5,367자)
마을 총회
2026.10.31
6화(5,540자)
사진관
2026.10.31
7화(5,350자)
수문
2026.10.31
8화(5,594자)
털모자
2026.10.31
9화(5,538자)
짜장면
2026.10.31
10화(5,415자)
훈화
2026.10.31
11화(5,340자)
임시회
2026.10.31
12화(5,357자)
자물쇠
2026.10.31
13화(5,331자)
돌기둥
2026.10.31
14화(5,364자)
교단
2026.10.31
15화(5,474자)
졸업식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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