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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
그 골짜기에 불을 낸 사람
골 안은 초소에서 안 보인다. 밭에서 고추 따는 할머니만 본다.
내 이름을 쓰지 말아 주십시오
이름을 쓰지 말아 주십시오. 다른 이름으로 불러 주십시오.
눈 오는 날만 미래에서 편지가 온다
그 정거장에서는 아직 오지 않은 편지를 받을 수 있다
바닷가 게스트하우스의 마지막 손님
이름 없는 숨은 아무나 가져간다. 그래서 이름부터 받는다.
밤의 해안선에서 다시 만나요
동생이 탄 배에 내 이름이 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고양이 앞에서만 운다
오십 분에 스무 마디. 나머지는 고양이가 한다.
석 달째 이름을 못 물은 단골
아홉 시에 가로등이 꺼져도 이 골목은 늦어도 받아 준다
솥을 뒤집을 때마다 사람이 늘어나는 섬
솥이 늘면 배가 온다. 그 섬에서 아무도 떠나겠다고 말하지 않는 이유.
십이 년 전 내가 보낸 고백이 반송돼 돌아왔다
십이 년 전 답장이 오늘 밤 반송함에 있었다.
이 년째 서로를 몰래 기록한 두 사람
이 년 동안 말 한 번 안 한 사람이, 나를 칠백열두 번 적었다
이름을 맡기면 일자리를 주는 목욕탕
안에서 부르면 안에 묶이고, 밖에서 부르면 밖으로 기운다.
퇴사하고 걸었더니 내가 없앤 동네였다
회사를 그만둔 첫 주, 나는 매일 도시를 가로질러 걸었다. 내가 없앤 길이었다
폐쇄 직전 우주정거장, 마지막 연락 상대가 그녀였다
편지가 닿는 데 십사 분. 그 십사 분이 두 사람 사이의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