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역도 국가대표가 택배 상하차 야간조에 들어갔다
쓰러진 동료를 지병이라 덮은 밤, 전직 국가대표가 상자를 내려놓았다
성재담@seongjaedam작품 소개
2027년 십이월, 택배 성수기의 경기 이천 동부 허브 물류센터. 허리 수술 자국을 안고 은퇴한 역도 국가대표 육지숙은 고향에 열었다 망한 역도교실의 빚 사천칠백만 원을 갚으려고 상하차 야간조에 들어간다. 출근 사흘째 밤, 그녀는 무거운 상자 앞에서 습관처럼 손바닥에 박스 먼지를 문지르고, 지게차 기사 공삼분은 그 모습을 보고 즉석 트로트를 지어 부른다. 그날 새벽 두 시 칠 분, 13번 도크 컨테이너 안에서 옆자리 노광석이 쓰러진다. 지숙은 팔십 킬로그램이 넘는 그를 끌어안고 컨테이너를 빠져나오지만, 무전기 너머 센터장 엄평구의 목소리는 레일을 세우지 말고 정문 말고 뒷문으로 옮기라고 한다. 구급대원이 광석의 가슴에 손을 얹기까지 삼십일 분이 걸린다. 다음 날 아침 엄평구는 광석의 딸 앞에서 그것을 개인 지병이라고 부르고, 지숙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해 줄 거라고 한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쓰러진 사람의 몫까지 그녀의 도크에 쌓는다. 그날 밤을 본 사람은 넷이다. 심폐소생술을 하며 숫자를 센 베트남 출신 막내 응우옌 반 탄, 지게차 위에서 무전을 들은 공삼분, 무전을 옮긴 반장 기봉, 뒷문을 열어 준 경비실. 다들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체류 연장, 은혜, 아이, 촉탁 계약. 엄평구는 증인 하나하나의 사정을 정확히 쥐고 흔들고, 지숙의 허리는 밤마다 두 사람 몫의 상자 밑에서 조금씩 무너진다. 바벨을 끝까지 놓지 않다가 허리를 잃은 여자가, 이번에는 무엇을 들고 무엇을 내려놓을지 정해야 한다. 성수기의 가장 긴 밤이 다가온다. 19세 이상 · 연재 중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드라마 · 사회고발
역도에는 바벨을 버리는 기술이 있습니다. 들다가 안 되면 몸을 빼고 바벨을 앞이나 뒤로 떨어뜨리는 법을 첫날부터 배웁니다. 놓을 줄 알아야 다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국가대표까지 간 사람일수록 놓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물류센터의 밤에 들어간다면, 거기서 모두에게 버티라고 말하는 사람과 맞선다면 어떻게 될까에서 시작했습니다. 웃음은 지게차 위의 공삼분에게서 나오고, 상자 앞에서 박스 먼지로 의식을 치르는 지숙의 버릇에서 나옵니다. 아픈 자리는 쓰러진 노광석과 그 딸, 그리고 말하면 잃는 것이 있는 증인들에게 두었습니다. 엄평구는 괴물이 아닙니다. 그도 상하차에서 허리를 버리고 올라온 사람이고, 숫자를 맞춰야 야간조 자리가 남는다고 진심으로 믿습니다. 지숙도 깨끗하지 않습니다. 빚이 있고, 그 빚 앞에서 한 번은 그가 내민 자리를 받습니다. 이천 동부 허브와 회사, 모든 인물과 사고는 지어낸 것입니다. 실제 물류 기업이나 선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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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2화 · 평균 5,434자
1화(5,843자)
박스 먼지
2026.10.25
2화(5,435자)
두 사람 몫
2026.10.25
3화(5,398자)
놓는 법
2026.10.25
4화(5,409자)
배정 문자
2026.10.25
5화(5,485자)
조장
2026.10.25
6화(5,379자)
열한 시
2026.10.25
7화(5,369자)
트로트 공
2026.10.25
8화(5,396자)
무전
2026.10.25
9화(5,332자)
들어 올리는 손
2026.10.25
10화(5,396자)
손을 놓는 밤
2026.10.25
11화(5,408자)
일 분과 사 분
2026.10.25
12화(5,354자)
본사 앞
2026.10.25
댓글 6
책갈피곰2026.10.26· 1화
역도 선수였으면 상자 드는 건 쉬울 텐데, 1화에서 왜 그렇게 힘들어해요?
성재담작가2026.10.27
드는 힘과 버티는 힘이 달라서요. 역도는 몇 초 동안 한 번 드는 운동이고, 상하차는 여덟 시간 동안 수천 번 드는 일입니다. 그 차이를 1화에 담고 싶었어요.
소금빵2026.10.26· 2화
두 사람 몫이라는 게 쓰러진 동료 몫까지 한다는 뜻인가요? 회사는 그걸 알고 있어요?
성재담작가2026.10.26
회사는 숫자만 봐요. 그날 처리량이 맞으면 누가 몇 개를 들었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그 빈틈에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귤까는중2026.10.26· 3화
놓는 법이라는 제목이 바벨 놓는 얘기인가요, 다른 뜻인가요?
성재담작가2026.10.26
둘 다예요. 바벨은 잘 놓아야 다치지 않는데, 주인공은 다른 걸 놓는 법을 몰라서 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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