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는 영사기사를 사랑했다
그 극장에서는 어느 영화든 한 번씩 화면이 까매졌다. 오늘은 안 까매진다.
작품 소개
1978년 여름, 부산 국제시장 뒷골목 단관극장 창선극장. 40도까지 오르는 영사실에서 기사 하태식은 검열로 잘린 자리마다 같은 길이의 검은 필름을 끼우고, 맨 뒷줄 임검석의 정보과 형사 곽병두는 그 십오 초를 스톱워치로 잰다. 서울에서 내려온 간판 화가 문경섭은 배급사 사진대로 젖은 계단을 그렸는데, 그 계단은 영화에 없다. 영사실 마루판 밑에는 팔 년 동안 태우지 않은 잘린 필름이 있다. 계단 삼백육십 칸은 곽의 눈앞에서 태워지지만, 전국 극장은 같은 칸에서 자른다. 대구, 마산, 진주, 광주, 대전. 태우지 못한 영사기사들이 한 칸씩 보내온다. 매표소에서 십구 년 동안 사십일만 장의 표를 판 주순임이 가운데서 편지를 넘긴다. 극장이 헐리는 11월 30일 마지막 회 오십삼 분, 까만 자리에 계단을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BL·GL
끼어들지 못한 채 지켜보기만 하는 시선이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영사실이 그런 자리입니다. 극장에서 화면을 제일 잘 보는 사람이 정작 관객석에는 앉지 못합니다. 검열로 잘린 필름을 소재로 삼은 것은, 없어진 것을 보관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였습니다. 잘라 내는 일은 기록으로 남지만 잘린 것 자체는 남지 않습니다. 남지 않은 쪽을 주워 모으는 사람은 대체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을 1978년에 둔 것은 그 시절이 특별해서가 아닙니다.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 시대라면, 말하지 않는 습관이 어떻게 몸에 배는지 더 또렷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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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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