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록에 남은 조선의 불륜 재판
같은 간통인데 누구는 교형, 누구는 곤장이었다
서지오중견 작가@seojio작품 소개
성종 11년, 1480년 10월의 한양 의금부 옥. 나장 오순돌은 새벽마다 우물물을 길어 귀 하나가 떨어져 나간 놋 사발에 담는다. 할아버지가 쓰던 사발이다. 그 물을 받는 사람은 여러 남자와의 관계로 수사를 받는 여자 어우동이다. 옥문 앞에서는 옥 우두머리 구득룡이 쌀 한 되씩 받고 구경꾼을 판자 틈에 세운다. 순돌은 그 틈을 몸으로 막아선다. 편전에서는 조정이 둘로 갈린다. 형률에 없는 사형을 이 여자에게 매길 수 있는가? 법 밖의 처벌은 안 된다는 신하들이 있었고, 풍속을 바로잡으려면 본보기가 필요하다는 쪽이 있었다. 실록은 그 다툼과 결말을 남겼다. 교형이었다. 그런데 따로 실린 기사에는 협박으로 맺어진 관계도 적혀 있다. 그 관계까지 「간통」이라는 한 낱말에 묶어도 되는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옥, 같은 사발이 있다. 세종 9년, 1427년의 젊은 나졸 오갑산은 질투한 안주인에게 갇혔던 비첩 덕금을 헛간에서 데리고 나오고, 남편을 떠나 여러 관계를 맺었다는 유감동이 곤장과 변방 노비로 끝나는 것을 본다. 세조 때에는 여종 우지와의 관계로 심문받은 조안이 고신만 빼앗기고, 매를 맞고 자백한 승려 신월의 사건은 다시 조사하라는 명을 받는다. 그리고 성종 23년, 1492년. 남편에게 버림받은 뒤 다른 사람과 살았던 성철종이 끝내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채 옥에서 죽는다. 여섯 재판, 여섯 가지 처벌. 대를 이어 물을 떠 주는 오씨네 나장과 대를 이어 구경 값을 받는 구씨네 옥 우두머리가 옥문 앞에서 맞선다. 기록에 남은 것은 고발과 판결이고, 당사자의 마음은 남지 않았다. 그 마음을 지어내 팔려는 사람과 모른다고 말하려는 사람의 싸움이 지금 시작된다. 19세 이상 · 연재 중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역사
실록을 읽다가 같은 「간통」이라는 말 아래 처벌이 너무 다르다는 데서 멈췄습니다. 누구는 목숨을 잃었고, 누구는 곤장을 맞고 먼 고을의 노비가 되었고, 누구는 관직 증서만 빼앗겼습니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이 무엇이었는지, 조정의 말과 형률과 신분이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재판 순서대로 따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다만 실록은 조정의 기록입니다. 고발과 증언과 판결은 남았지만, 그 여자들과 남자들이 무엇을 바랐는지는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본문에서 당사자의 마음은 쓰지 않았습니다. 기록이 말하지 않는 자리는 말하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기록인 것은 사건의 해와 달, 당사자와 집안 사람의 이름, 처벌을 두고 오간 다툼의 방향, 그리고 판결입니다. 화마다 끝에 기댄 실록의 권과 날짜를 적었습니다. 창작인 것은 옥을 지키는 오씨네 나장과 구씨네 옥 우두머리, 서리와 구경꾼, 그리고 실존 인물이 나오는 장면의 대사입니다. 실존 인물의 대사는 기록의 줄거리를 벗어나지 않게 새로 지었습니다. 기록에 없는 성적인 장면은 한 줄도 넣지 않았습니다. 강요와 협박은 연애와 따로 적었습니다. 웃음은 옥문 앞에서 나옵니다. 엿을 달고 사는 서리, 쌀 한 되 내고 쥐 한 마리 보고 가는 구경꾼, 소문을 세 번 건너며 이야기를 갑절로 불리는 떡장수 할미가 맡았습니다. 재판받는 사람을 웃음거리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아픈 자리는 귀 떨어진 놋 사발입니다. 예순다섯 해 동안 그 사발에 물을 받은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가 이 작품의 몸통입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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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0화 · 평균 5,090자
1화(5,217자)
귀 떨어진 사발
2026.10.20
2화(5,041자)
형률에 없는 죽음
2026.10.20
3화(5,096자)
따로 적힌 관계
2026.10.20
4화(5,095자)
조모가 아프다는 말
2026.10.20
5화(5,026자)
곤장과 변방
2026.10.20
6화(5,021자)
거둬 간 고신
2026.10.20
7화(5,081자)
매로 받은 자백
2026.10.20
8화(5,045자)
아니라고 했다
2026.10.20
9화(5,114자)
여섯 개의 판결
2026.10.20
10화(5,167자)
실록 밖의 송사
2026.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