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081자)

매로 받은 자백

실록에 남은 조선의 불륜 재판 · 서지오

세조 10년, 1464년 5월의 한양 옥 마당에는 모내기 철 비가 사흘째 그치지 않았다.

열여덟 살 오순돌은 나졸 옷을 처음 입고 그 빗속에 서 있었다. 옷은 아버지가 입던 것을 어머니가 줄여 준 것이었는데, 비에 젖으니 줄인 솔기가 다시 늘어나 소매가 손등을 덮었다. 순돌은 소매를 두 번 접었다. 할아버지가 처음 옥졸이 되던 해에도 소매를 두 번 접었다는 이야기를 순돌은 몇 번이나 들었다. 할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두 번째 접은 자리를 손가락으로 짚어 보였다.

갑산은 예순하나였다. 아직 옥에 나왔지만 이제는 문을 지키지 않고 우물가에 앉아 있었다. 아무도 그 자리를 갑산의 자리라고 정하지 않았는데, 갑산이 앉아 있으면 아무도 그 돌에 앉지 않았다. 갑산의 허리춤에는 여전히 귀 하나 떨어진 사발이 매여 있었다.

득룡은 스물넷이었다. 정식 나장이 되었고, 아버지 억쇠가 다리를 절게 된 뒤로는 문간 일을 거의 도맡았다. 그리고 그해 봄부터 심문 마루에서 매를 들었다. 매를 드는 일은 나장 가운데서도 힘센 사람에게 돌아갔다. 득룡은 그 일을 자원했다. 자원한 이유를 득룡은 숨기지 않았다.

“매 드는 사람이 제일 가까이서 봐. 가까이서 본 사람 이야기가 제일 비싸게 팔려.”

*

그달 옥에는 신월이라는 승려가 들어 있었다.

일의 줄기는 이랬다. 신월과 박운산의 아내 사이에 간통이 있었다고 했다. 그 일이 드러난 뒤 박운산의 아우가 방화와 살인을 당했다. 누군가 불을 질렀고, 박운산의 아우는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은 두 일을 하나로 이었다. 간통한 승려가 있고, 그 뒤에 불과 죽음이 왔으니, 그 일을 저지른 것도 그 승려라고.

순돌은 그 이음새가 너무 매끄럽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 열여덟 살 나졸이 무슨 생각을 하든 그것은 이음새를 바꾸지 못했다.

죽은 사람은 이 일에서 늘 박운산의 아우라고 불렸다. 그 일이 일어나던 때 그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누가 그를 위해 울었는지 순돌은 듣지 못했다. 옥 마당에서 오가는 말은 모두 신월에 관한 것이었다. 간통이 먼저 이야기되고, 죽음은 그다음에 이야기되었다. 순서가 거꾸로라고 순돌은 생각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

심문은 비가 오는 날에도 했다. 심문 마루는 처마가 깊어서 비가 들이치지 않았다. 마루 아래 마당에 형틀이 놓였다. 일곱 해 전 기와 조각 위에서 기우뚱하다 쓰러진 그 형틀이었다. 이제는 기와 조각을 받치지 않았다. 누가 짧은 다리를 새로 깎아 붙였다.

득룡이 매를 쥐고 형틀 옆에 섰다. 순돌은 형틀 반대편에 섰다. 나졸 둘이 승려를 끌고 나왔다. 신월은 순돌이 생각한 것보다 나이가 들어 보였다. 깎은 머리에 빗물이 맺혀 흘러내렸다.

마루 위의 관원이 무어라 묻고, 신월이 무어라 대답했다. 아니라고 하는 것 같았다. 관원이 손을 들었다.

득룡이 순돌을 보았다.

“어깨 잡아.”

순돌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순돌. 어깨 잡으라고.”

“못 잡겠소.”

득룡이 매를 쥔 채 한 걸음 다가왔다. 빗소리가 처마를 때렸다. 마루 위의 관원은 마당의 두 나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관원의 눈에 그것은 나졸 하나가 굼뜬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득룡의 눈에는 그렇지 않았다.

“못 잡겠다고? 이게 자네가 고르는 일이야? 나라 일이야.”

“어깨 잡는 게 나라 일이오?”

“매가 나라 일이면 어깨도 나라 일이지. 자네 할아버지가 장 칠 때는 누가 어깨 잡았는지 알아? 우리 아버지야. 그때 우리 아버지가 못 잡겠다고 했으면 자네 할아버지가 어쩔 뻔했어?”

순돌은 그 말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우물가 쪽을 보았다. 할아버지가 빗속에 앉아 있었다. 갓도 쓰지 않고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는 이쪽을 보고 있었는데,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았다.

“잡든지, 나가든지.”

득룡이 말했다. 순돌은 나갔다. 형틀 곁을 떠나 마당 끝으로 걸어갔다. 다른 나졸 하나가 순돌 자리에 섰다. 순돌은 등 뒤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매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 그리고 사람 목에서 나는 소리. 빗소리가 그 소리들을 다 덮지 못했다.

순돌은 우물가로 가서 할아버지 옆에 섰다. 할아버지가 손을 뻗어 순돌의 젖은 소매를 한 번 쥐었다가 놓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날 저녁 득룡이 나졸 방에 와서 순돌 앞에 섰다.

“이번 달 녹봉에서 쌀 다섯 되 깐다. 위에 그렇게 올렸어. 심문 중에 나졸이 자리를 떴다고.”

“알았소.”

“알았소? 다섯 되야. 자네 어머니 한 달 반찬값이야.”

“알았다고 했소.”

득룡은 순돌을 오래 보았다. 열한 살 때 짠지 한 쪽을 내밀던 아이가 지금 쌀 다섯 되를 내놓고 있었다. 득룡은 그것이 이해가 안 되는 얼굴이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이 화가 나는 얼굴이기도 했다.

“자백 받았어.”

득룡이 말했다.

“오늘 저녁에. 신월이 다 했다고 했어. 불 지른 것도.”

순돌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졸 방 구석에서 다른 나졸 둘이 내기 쪽지를 접던 손을 멈췄다. 득룡은 그 침묵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자네가 어깨를 안 잡아도 자백은 나왔어. 자네가 뭘 지킨 거야? 쌀 다섯 되 버리고 아무것도 못 바꿨잖아.”

순돌은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맞는 말이라서 아팠다. 그래도 순돌은 이렇게만 말했다.

“매 맞고 한 말이오.”

“매 맞고 한 말은 말이 아니야?”

“그건 나도 모르오.”

득룡은 혀를 차고 나갔다. 나가면서 문을 세게 닫았다. 문틀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구석의 나졸 하나가 그 먼지를 손으로 휘저으며 중얼거렸다.

“저 양반 문짝 값은 안 까나 몰라.”

다른 나졸이 키득거렸다. 순돌은 웃지 않았다. 그래도 그 키득거림이 고마웠다.

*

밤이 깊어서 억쇠가 다리를 절며 나졸 방 앞을 지나갔다. 예순일곱의 옛 우두머리는 잠이 없어서 밤마다 옥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돌다가 순돌이 방 앞 툇마루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멈췄다.

“갑산이 손자구나.”

“예.”

“쌀 다섯 되 깠다며.”

“예.”

억쇠는 툇마루 끝에 엉덩이를 걸쳤다. 절던 다리를 두 손으로 들어 올려 마루 위에 펴 놓았다. 그러고 나서 한참 마당을 보다가, 순돌이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자네 할아버지 젊을 때 이 마당에서 닭 한 마리가 세 바퀴를 돌았어. 내가 구경 값으로 받은 닭이었지. 그 닭이 알을 낳았는데, 그 알 하나를 두고 내가 닭 장수랑 반나절을 싸웠다. 그 알 결국 누가 먹었는지 알아?”

“모릅니다.”

“닭 장수가 가져갔어. 자네 할아버지가 줬지. 내가 자네 할아버지한테 먹으라고 던진 걸.”

억쇠는 그 말을 하고 혼자 웃었다. 웃다가 기침을 했다. 기침이 오래갔다.

“오씨네는 그래. 받은 것도 남 줘. 그래서 평생 쌀이 없어. 자네도 그렇게 살 거냐?”

순돌은 대답하지 않았다. 억쇠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다리를 도로 내리고 일어서서 마당 저편으로 절며 갔다. 순돌은 그 등이 할아버지 등보다 훨씬 굽었다고 생각했다. 같은 옥에서 같은 해를 보냈는데, 무엇이 저 등을 더 굽혔는지 순돌은 알 수 없었다.

*

5월 8일, 위에서 말이 내려왔다. 이번에도 맹 서리의 아버지가 들고 왔다. 맹 서리의 아버지는 이제 엿을 이로 끊지 못하고 입에 넣고 녹였다.

“다시 조사하래!”

억쇠가 다리를 절며 문간에서 나왔다. 득룡도 나왔다.

“무슨 소리야?”

“임금께서 자백을 다시 보라셨대. 매로 받은 자백이고, 증거가 분명하지 않다고. 다시 캐 보라고.”

마당이 조용해졌다. 빗소리만 들렸다. 비는 아직 그치지 않았다.

실록에는 그것이 남았다. 신월이 자백했고, 임금은 그 자백이 고문으로 나온 것과 증거가 분명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다시 조사하게 했다. 조사를 마친 쪽은 자백을 내밀었고, 임금은 그 자백을 그대로 받지 않았다. 그 뒤 다시 한 조사가 무엇을 밝혔는지, 불을 지른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이 기사가 정하지 않는다. 신월이 정말로 불을 질렀는지도, 기록의 이 대목은 확정하지 않는다.

득룡이 순돌 쪽을 보았다. 순돌은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득룡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면서 득룡이 말했다.

“다시 조사한다고 안 때리는 거 아니야.”

그 말은 순돌에게 한 말인지 자기에게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

그해 여름이 시작될 무렵 갑산은 옥을 떠났다. 무릎이 더는 우물가 돌에서 일어서지 못하게 했다. 마지막 날 갑산은 우물에서 물을 한 번 길었다. 사발에 담았다. 그 물을 마시지 않고 순돌에게 내밀었다.

“물이다.”

순돌은 사발을 받았다. 귀 떨어진 자리가 엄지에 닿았다. 순돌은 물을 마셨다. 쇠 맛이 났다.

“할아버지, 귀는 어쩌다 떨어졌어요?”

순돌은 처음으로 물었다. 갑산은 대답 대신 순돌의 손에서 빈 사발을 받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한참 내려다보았다.

“매 맞기 전의 여자한테 물을 주려다 떨어뜨렸다. 매 맞기 전에 물을 먹이면 소리를 안 지른다고, 누가 내 손을 쳤다.”

“누가요?”

“그건 안 중요하다.”

갑산은 사발을 순돌의 손에 도로 쥐여 주었다.

“그날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자백이고 소리고, 매 맞은 사람 입에서 나온 건 다 매 친 사람이 원하는 모양으로 나온다. 물 먹은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 그 사람 말이다. 나는 그거 하나 알고 옥에 서른일곱 해 있었다.”

순돌은 사발을 쥐었다. 생각보다 무거웠다. 할아버지가 일어섰다. 무릎이 마른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를 냈다. 갑산은 손자의 어깨를 한 번 짚고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대문 옆에 억쇠가 서 있었다. 다리를 절며 서 있었다. 억쇠와 갑산은 서로를 보았다. 서른일곱 해 동안 같은 옥에서 서로 다른 것을 센 두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줄 선 구경꾼을 셌고, 한 사람은 빈 사발을 셌다.

“가는가?”

“가오.”

“그 사발, 결국 손자 줬구먼.”

“줬소.”

억쇠는 웃으려다 말았다. 대신 대문을 조금 더 열어 주었다. 갑산은 그 문으로 나갔다. 돌아보지 않았다.

순돌은 우물가에 남아 사발에 다시 물을 길었다. 옥 칸 쪽으로 걸어갔다. 신월의 칸 앞에 쪼그려 앉아 사발을 판자 아래로 밀어 넣었다.

“물이오.”

칸 안에서 손 하나가 사발을 받아 갔다. 사발이 돌아 나왔을 때 비어 있었다.

그로부터 스물여덟 해가 지난다. 1492년 5월, 마흔여섯이 된 순돌은 형조에 딸린 옥 전옥서 마당에서, 끝까지 아니라고 말하는 한 여자의 칸 앞에 선다.

바탕: 『세조실록』 33권, 세조 10년(1464) 5월 8일 2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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