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041자)

형률에 없는 죽음

실록에 남은 조선의 불륜 재판 · 서지오

성종 11년, 1480년 10월 18일의 궐 안 편전은 아침부터 화로 냄새가 났다.

편전은 임금이 신하들을 불러 나랏일을 의논하던 건물이다. 그날 마루 끝 문가에는 갓 들어온 젊은 내관 하나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길상이라는 이 내관은 지어낸 사람이지만, 편전 문가에는 늘 그런 내관이 하나쯤 엎드려 있었다. 길상의 일은 화로의 숯이 꺼지지 않게 살피고, 부르면 대답하고, 부르지 않으면 숨도 크게 쉬지 않는 것이었다. 늦가을 마룻바닥의 냉기가 무릎뼈를 타고 올라와 허리께에서 멈췄다. 길상은 그 냉기를 견디려고 속으로 숯 개수를 셌다. 화로 안에 일곱 개, 그중 둘은 반쯤 재가 되어 있었다.

실록은 이날 누가 어떤 말로 맞섰는지 그 줄거리를 남겼다. 그 여자에게 사형을 적용할 수 있는가를 두고 의논이 갈렸고, 법 밖의 처벌에는 따를 수 없다는 신하들이 있었다. 마루에 오간 말은 대략 이랬을 것이다.

“형률에 이 죄를 죽음으로 다스리라는 조문이 없습니다. 조문이 없는데 죽인다면, 다음에 또 미운 사람이 생길 때마다 조문 없이 죽이게 됩니다.”

한 신하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목소리가 크지 않았는데 마루가 조용해서 문가의 길상에게까지 들렸다.

“풍속이 이 지경인데 형률만 보고 있겠습니까? 저잣거리에서 이 여자의 이름이 웃음거리로 오르내립니다. 본보기를 보이지 않으면 사대부 집안의 법도가 무너집니다.”

다른 신하가 받았다. 이쪽 목소리는 컸다. 길상은 그 소리에 놀라 숯 집게를 떨어뜨릴 뻔했고, 집게가 화로 테두리에 닿기 직전에 손가락 두 개로 겨우 잡았다. 놋 집게 끝이 뜨거워서 손가락이 따끔했다. 길상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내관이 편전에서 소리를 내면 그날 저녁밥이 없었다.

“본보기란 무엇입니까? 한 사람을 죽여 만 사람을 가르치겠다는 말씀이라면, 그 한 사람은 법이 아니라 겁으로 죽는 것입니다.”

“겁이 없어서 이 일이 생긴 것 아닙니까?”

두 신하는 같은 마루 위에서 서로를 보지 않고 임금 쪽을 보며 말했다. 그것이 편전의 법도였다. 서로를 향한 말을 임금에게 건네는 것. 그래서 말은 늘 한 번 꺾여서 상대에게 닿았고, 꺾인 자리에서 더 날카로워졌다.

여자의 이름은 그 마루 위에서 몇 번이나 불렸다. 그 여자는 거기 없었다. 의논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의논하는 자리에 없다는 것을 길상은 그날 처음 이상하게 여겼다. 그리고 그 이상함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기록은 그 자리에서 여자가 어떤 사람으로 그려졌는지를 남겼지만, 여자 자신이 무엇을 바랐는지는 남기지 않았다. 신하들이 풍속을 말할 때 그 여자는 풍속이었고, 형률을 말할 때 그 여자는 조문이었다.

해가 기울 무렵 결말이 났다. 교형이었다. 목을 졸라 죽이는 형벌이다. 법 밖의 처벌에 반대한 신하들의 말은 실록에 남았고, 결말도 실록에 남았다.

길상은 화로의 숯이 마지막 하나까지 재가 된 것을 그제야 보았다. 숯을 더 넣으라는 말은 끝내 없었다.

*

소식은 저녁 전에 의금부 옥에 닿았다. 맹 서리가 숨을 몰아쉬며 들고 왔다. 오늘은 엿을 물고 있지 않았다.

“교형이야.”

순돌은 우물가에서 사발을 헹구던 손을 멈췄다. 물이 사발 귀 떨어진 자리로 흘러넘쳐 손목을 적셨다. 차가웠다.

문간의 득룡이 먼저 일어났다. 득룡은 맹 서리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 번 두드리고, 무슨 셈을 하는 사람처럼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형장 앞줄이 열둘, 둘째 줄이 스물. 앞줄은 쌀 두 말, 둘째 줄은 한 말. 담장 위는 반 말. 나무에 올라가는 놈들은 공짜로 두면 안 되니까 그것도 반 말.”

“나무는 나라 건데 그건 왜 받소?”

순돌이 물었다. 사발을 쥔 손에서 물이 아직 떨어지고 있었다.

“나라 나무에 올라가다 떨어지면 누가 치우나? 우리가 치우지. 치우는 값이야. 안 그런가?”

“형장은 구경판이 아니오.”

“형장이 구경판이 아니면 왜 마당을 그렇게 넓게 만들었겠어? 나라가 보라고 만든 거야. 본보기라며. 편전에서 대감들이 본보기를 보이자고 했다며? 보는 사람이 있어야 본보기지. 나는 나라 일을 돕는 거야.”

득룡의 말은 매끄러웠다. 매끄러워서 더 미끄러웠다. 순돌은 그 말 어디를 잡아야 할지 몰랐다. 편전의 큰 목소리가 득룡의 입을 빌려 옥 마당까지 내려온 것 같았다.

“앞줄은 내가 서오. 앞줄엔 아무도 못 세우오.”

“자네가 앞줄에 서겠다고?”

득룡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자네가 압송을 맡게. 옥에서 형장까지 그 여자를 끌고 가는 일. 맨 앞줄보다 더 앞이야. 그 길에 서 있는 구경꾼은 쌀을 안 내도 돼. 길은 공짜니까. 자네가 끌고 가는 걸 공짜로 다 보겠지.”

맹 서리가 헛기침을 했다. 순돌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발을 우물 돌 위에 엎어 놓았다. 엎어 놓은 사발 위로 마지막 물방울이 하나 떨어졌다.

*

해 질 녘 형장 마당에는 벌써 새끼줄이 쳐져 있었다. 득룡이 부리는 젊은 나졸 둘이 말뚝을 박고 그 사이에 새끼줄을 걸어, 앞줄 열두 자리와 둘째 줄 스무 자리를 갈라 놓았다. 말뚝마다 숯으로 금이 그어져 있었다. 한 줄은 두 말, 두 줄은 한 말이었다.

줄 앞에는 벌써 사람이 서 있었다. 아침에 판자 틈을 못 보고 돌아간 그 생원이었다. 생원은 순돌을 보자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손을 들었다.

“오늘은 공무가 있네. 형장 앞줄에서 풍속을 바로잡는 광경을 봐야 상소를 마저 쓰지.”

“상소는 다 쓰신 게 아니었소?”

“한 줄이 모자라. 끝맺는 줄. 그걸 보고 써야 해.”

생원 뒤에는 아침의 그 총각이 서 있었다. 총각은 쌀자루 대신 빈손을 비비고 있었다.

“나는 구경하러 온 게 아니라 물어보러 왔어요. 앞줄에 서면 뭘 가져와야 해요? 돗자리요? 떡이요?”

“아무것도 가져오지 마시오.”

“그럼 빈손으로 와요?”

“오지를 마시오.”

총각은 그 말을 오래 생각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 사이 순돌은 앞줄 첫 말뚝으로 걸어가 말뚝을 두 손으로 잡고 흔들었다. 갓 박은 말뚝이라 흙이 덜 다져져 있었다. 세 번 흔들자 쑥 빠졌다. 새끼줄이 축 늘어져 흙바닥에 떨어졌다.

젊은 나졸 하나가 달려왔다.

“오 나장님, 그거 구 나장님이 박으라고…….”

“구 나장한테 내가 뽑았다고 하게.”

순돌은 둘째 말뚝을 뽑고, 셋째 말뚝을 뽑았다. 열두 개를 다 뽑는 동안 생원은 상소의 끝맺는 줄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고, 총각은 빠진 말뚝을 하나씩 주워 순돌 뒤를 따라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했다. 순돌이 돌아보자 총각이 말뚝 한 아름을 안은 채 말했다.

“이거 땔감으로 써도 돼요?”

“나라 거요.”

“나무에 올라가면 반 말이라던데, 나무를 가져가면 얼마예요?”

순돌은 처음으로 웃을 뻔했다. 웃지 않았다. 마당 저편 옥문 앞에서 득룡이 이쪽을 보고 서 있었다. 득룡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뒷짐을 진 채 오래 보다가, 몸을 돌려 옥 안으로 들어갔다. 말뚝 열두 개가 순돌에게 얼마짜리 값으로 돌아올지, 순돌은 그 등을 보며 셈해 보았다. 셈이 끝나지 않았다.

*

압송은 나장의 일이었다. 순돌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날 밤 순돌을 오래 깨어 있게 했다.

집에 가니 분이가 이미 알고 있었다. 떡장수 할미가 또 다녀갔다. 할미는 이번에는 떡을 팔지 않고 떡을 사 갔다고 했다. 형장에서 팔 떡을 내일 아침까지 두 함지를 쪄야 해서 이웃 떡을 다 사 모으는 중이라고 했다.

“할미가 이번 장에 집 한 칸 늘리겠다더라.”

분이는 그 말을 하면서 웃지 않았다. 웃으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

순돌은 마루에 앉아 품에서 사발을 꺼냈다. 옥에 두고 오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분이가 사발을 보았다.

“그걸 왜 가져왔어?”

“내일 그 길에 들고 가려고.”

“압송하는 나장이 사발을 들고 가?”

“물 달라면 줘야지.”

“그 여자가 물 달라고 한 적 있어?”

“없소.”

분이는 사발을 받아 들고 부엌으로 갔다.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재를 한 줌 집어 사발 안쪽을 문질렀다. 놋그릇은 재로 닦아야 빛이 났다. 시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가르쳐 준 것이라고 분이가 언젠가 말했다. 재 묻은 손끝이 떨어져 나간 귀 자리를 지날 때 분이의 손이 잠깐 멈췄다.

“할아버님이 이거 어떻게 떨어뜨리셨는지 알아?”

“모르오. 말을 안 하셨소.”

“나도 몰라. 근데 어머님이 그러셨어. 귀 떨어지고 나서 새 사발로 바꿔 드리려 해도 할아버님이 끝내 안 바꾸셨다고. 귀 떨어진 날부터 이걸 더 아끼셨다고.”

분이는 사발을 헹궈 마른행주로 닦았다. 사발이 등잔 불빛을 받아 둔하게 빛났다. 분이는 그것을 순돌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 여자 죽어?”

순돌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은 맹 서리가 이미 했다. 편전이 했고, 실록이 할 것이었다. 그래도 순돌의 입에서는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순돌은 무릎 위 사발의 무게만 느꼈다. 놋 사발은 크기에 비해 무거웠다.

분이가 순돌 옆에 앉아 순돌의 손을 사발 위에 포개 놓았다. 손이 차다고 분이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내일도 물은 주고 와.”

*

자정 무렵 맹 서리가 순돌의 집 사립문을 두드렸다. 손에 등불을 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귀신 소리를 하지 않았다.

“자네한테만 하는 말인데.”

“나리는 늘 그 말로 시작하시오.”

“이번엔 진짜야.”

맹 서리는 사립문 기둥에 등을 기대고 엿을 꺼냈다가, 도로 넣었다. 그 엿은 오늘 한 번도 입에 들어가지 못했다.

“따로 올라온 글이 하나 있어. 그 여자하고 엮인 일 가운데 하나가, 처음부터 좋아서 맺은 게 아니었다는 얘기야.”

“무슨 말이오?”

“협박이야. 누가 누구를 겁줘서 맺은 관계가 있었대.”

순돌은 사립문 손잡이를 쥐었다. 손바닥 안에서 마른 싸리가 바스락거렸다.

“그런데도 교형이오?”

맹 서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등불 심지가 바람에 한 번 눕고 다시 섰다.

“내일 압송 길에서 그 얘기는 하지 마. 아무한테도.”

“왜요?”

“그 얘기가 떠돌면 이야기가 재미없어지거든. 구 나장이 제일 싫어할 얘기야.”

맹 서리는 그 말을 남기고 등불을 들고 돌아갔다. 등불이 골목 끝에서 꺾였다. 순돌은 사발을 쥐고 오래 서 있었다. 재로 닦은 놋 냄새가 손바닥에서 올라왔다.

바탕: 『성종실록』 122권, 성종 11년(1480) 10월 18일 1기사·5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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