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러닝크루장이 도깨비였다
피곤을 덜어 주는 크루장, 대신 아무도 크루를 못 떠난다
도결애@dogyeorae작품 소개
2027년 9월 말, 서울 반포 한강 둔치의 새벽 다섯 시. 회사 건강검진에서 「당뇨 전 단계」를 받아 든 스물일곱 디저트 브랜드 마케터 소예서는 왼쪽 위팔에 혈당 측정 패치를 붙이고, 취향 모임 앱에서 찾은 새벽 러닝크루에 처음 나간다. 파란 깃발을 등에 꽂은 페이스메이커가 먼저 말을 걸어 주고, 이혼한 치과의사가 치실을 쥐여 주고, 막내 크루원이 숏폼 영상을 찍는다. 다섯 시 정각, 다리 밑 어둠에서 검은 후드를 쓴 키 큰 크루장 두억이 걸어 나와 메주콩으로 출석을 부른다. 달리기가 끝나자 두억이 방망이 모양 열쇠고리로 어깨를 톡 친다. 사흘 내리 야근한 피곤이 한순간에 빠져나가고, 다리 밑 조명 아래 크루장의 그림자에 뿔이 솟아 있다. 다시는 안 나오겠다며 크루를 탈퇴하고 잠든 이튿날 새벽, 예서는 곰돌이 잠옷 바람으로 분수 앞에 서 있다. 두억은 천 년 묵은 도깨비였고, 피곤을 덜어 받은 사람은 새벽 다섯 시면 발이 먼저 반포로 온다. 두억은 말한다. “여기 아니면 갈 데 없는 사람들이다.” 크루원 셋은 정말로 크루 말고는 만나는 사람이 없다. 예서는 내기를 건다. 입동 새벽, 한강 다리 열두 개를 해 뜨기 전에 먼저 도는 사람이 이긴다. 예서가 이기면 끈이 풀리고, 두억은 진 땅인 반포를 떠나야 한다. 입영 통지서를 받은 막내와 딸의 결혼식에 가야 하는 치과의사는 예서 편에 서고, 처음 말을 걸어 준 페이스메이커는 크루가 흩어지는 것이 싫다며 두억 옆에서 뛰겠다고 한다. 무대는 둔치 한 구간에서 한강의 다리 열두 개로, 다리 열두 개에서 반포를 노리는 서울의 밤길 도깨비들로 넓어진다. 끈이 풀린 다음 날 새벽 다섯 시, 분수 앞에는 누가 제 발로 나올까?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판타지 · 1020
러닝크루 후기를 읽다 보면 「다리가 가벼워져요」 「아침이 달라져요」 같은 말이 자주 보입니다. 혈당 패치를 붙이고 공복에 뛰는 스물몇 살들이 숫자 하나에 웃고 우는 것도 봤습니다. 취향 하나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 이름도 모른 채 별명과 직함으로 부르며 새벽마다 같은 자리에 오는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유일한 바깥이라는 것도요. 그 바깥을 지키려고 사람을 묶은 도깨비와, 묶인 바깥은 바깥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을 맞세우고 싶었습니다. 두억이 덜어 주는 것은 피곤뿐입니다. 슬픔과 화는 손도 대지 못합니다. 웃음은 콩으로 출석을 부르고 여섯부터는 주머니에 손이 들어가는 크루장, 사탕을 한 봉지씩 들고 다니는 치과의사, 탈영병이 되면 계정이 정지되느냐고 묻는 막내, 공복 혈당을 인사로 주고받는 대전 엄마의 걷기 모임에 맡겼습니다. 아픈 자리는 세 해 전 끈 없이 뛰다 혼자 떠난 경비원 할아버지의 러닝화와, 마지막 백 미터 앞에서 멈춘 크루장의 무릎에 두었습니다. 반포 둔치와 다리 열두 개, 성수동, 청계천, 흑석동, 대전 갑천은 실제 이름을 빌렸고 인물과 크루, 회사와 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 혈당과 운동에 관한 이야기는 소설의 장면일 뿐이니, 몸에 관한 판단은 의사와 상의해 주세요.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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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2화 · 평균 5,428자
1화(5,698자)
다섯 시 정각
2026.10.31
2화(5,375자)
잠옷 바람
2026.10.31
3화(5,399자)
내기
2026.10.31
4화(5,418자)
피곤 자급자족
2026.10.31
5화(5,387자)
입영 통지서
2026.10.31
6화(5,358자)
묶어 주세요
2026.10.31
7화(5,331자)
빈 땅
2026.10.31
8화(5,381자)
나라 끈, 도깨비 끈
2026.10.31
9화(5,503자)
콩 한 알
2026.10.31
10화(5,396자)
암사에서
2026.10.31
11화(5,345자)
가라
2026.10.31
12화(5,548자)
제 발로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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