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가상의 조선 중기, 늦가을 궁궐. 누런 주황 털에 옅은 줄무늬를 두른 수고양이 금손은 아침마다 어좌 방석을 먼저 데우고, 낮이면 수라상 반찬을 기미상궁보다 먼저 맡는다. 금손에게 궁궐은 담장으로 나뉜 영역들이고, 왕은 가장 큰 영역의 주인이다. 밤이면 꼬리를 높이 세우고 지붕을 돌며 제 영역의 냄새를 살핀다. 어느 밤 중궁전 용마루 위에서 금손은 초록 저고리에 자줏빛 치마를 입은 제조상궁 연옥이 등롱 곁에서 감나무 밑을 파는 것을 본다. 열쇠꾸러미가 숨죽여 짤랑이고, 다져진 흙 밑에서 피와 쇠 냄새가 올라온다. 연옥에게는 서른 해 묵은 원한이 있다. 중전의 친정 아버지인 대감이 역모 편지 한 장으로 연옥의 집안을 몰살시켰고, 연옥의 원한은 사실이다. 흙 밑의 냄새가 저녁마다 생선을 주던 나인의 소매에서도 난다는 것을 금손의 코는 먼저 안다. 금손은 묻힌 자리를 파헤치고, 연옥이 지날 때마다 털을 세운다. 왕의 눈이 고양이를 따라오기 시작하자 연옥은 스물두 살 수라간 나인을 부른다. 나인의 목숨은 두 해 전부터 연옥의 손에 있다. 명은 하나, 고양이를 궁 밖에 내다 버려라. 대감은 고양이를 요물로 몰아 죽이려 하고, 젊은 대신들은 중전의 자리를 노린다. 무대는 대전 지붕에서 내전으로, 내전에서 조정의 당파 싸움으로 넓어진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역사 · 동물
숙종 임금이 아끼던 누런 고양이 금손의 이야기를 읽다가, 임금의 고양이 눈에 궁궐이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사람에게 궁궐은 품계와 법도로 짜인 곳이지만 고양이에게는 담과 지붕과 밥때로 나뉜 땅일 것입니다. 금손은 사람 말을 제 이름과 밥, 생선, 저리 가 정도만 알아듣습니다. 나머지는 냄새로 읽습니다. 겁먹은 땀, 거짓말을 덮은 쑥물, 오래 묻힌 쇠. 그래서 금손은 제조상궁을 남의 마당에 먹이를 숨기는 여우로 읽고, 흉물을 먹이로 알고 임금에게 바칩니다. 웃음은 고양이의 버릇에서 냈습니다. 어좌를 데워 놓고 비키지 않는 고양이, 수라상 기미를 제 일로 아는 고양이, 대감의 수염이 흔들리면 앞발부터 나가는 고양이, 상소 더미와 역모 편지를 깔고 앉는 고양이. 아픈 자리는 연옥의 열쇠 소리가 멎는 대목과 은행나무 밑에 두었습니다. 연옥은 죄 없는 사람을 칼로 쓰려 했고, 대감은 제 집을 지키려 먼저 베었습니다. 둘의 이유를 끝까지 살려 두었습니다. 금손은 실제로 있던 고양이의 이름입니다. 숙종은 궁궐에서 굶주린 어미 고양이를 거두어 금덕이라 부르고, 새끼에게 금손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금덕이 죽자 손수 묻어 주고 글을 지어 넋을 달랬다고 합니다. 숙종 때 문인 김시민은 「금묘가」에 금손이 낮에는 궁궐 섬돌에서 세수하고 추운 밤에는 용상 곁에서 몸을 말고 잤다고 적었습니다. 이익은 『성호사설』에 임금이 세상을 떠나자 고양이도 밥을 먹지 않고 죽어 능 곁에 묻혔다고 남겼습니다. 이 소설의 이름과 어미 금덕, 임금이 손수 묻어 준 일은 이 기록에서 가져왔습니다. 궁궐과 왕, 중전, 대감, 모든 인물은 지어낸 것입니다. 실존 임금과 왕비, 실제 궁궐의 이름은 쓰지 않았습니다. 흉물은 무엇이 묻혔는지만 쓰고 만드는 법은 쓰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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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2화 · 평균 5,610자
1화(6,669자)
어좌 방석
2026.10.31
2화(5,757자)
쥐 대신
2026.10.31
3화(5,479자)
털을 세우다
2026.10.31
4화(5,483자)
무청 한 잎
2026.10.31
5화(5,458자)
두 번째 주머니
2026.10.31
6화(5,477자)
느린 눈
2026.10.31
7화(5,405자)
은수저
2026.10.31
8화(5,386자)
그믐
2026.10.31
9화(5,437자)
획 하나
2026.10.31
10화(6,025자)
광주리
2026.10.31
11화(5,366자)
용상 곁
2026.10.31
12화(5,379자)
열사흘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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