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 군견 셰퍼드 철모
우두머리가 흙으로 덮은 자리를 개의 코는 잊지 않는다
강여울@gangyeoul작품 소개
2027년 1월 하순,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를 마주 보는 경계 중대 뒤편 군견 막사에서 셰퍼드 철모가 잠을 깬다. 다섯 해 동안 철책을 따라 사람 냄새를 찾아 온 수색견이다. 영하 20도의 밤, 철책 맨 끝 초소에서 총소리가 한 번 울린다. 핸들러 병장과 함께 달려간 철모의 코에 피와 화약 냄새가 한꺼번에 들어온다. 허벅지를 감싸 쥔 일병, 총을 든 채 떠는 상병. 그리고 막사에서 모두가 허리를 펴는 사람, 무리의 우두머리인 중대장 탁성진 대위가 야전삽으로 핏자국을 흙으로 덮는다. 철모에게 부대는 서열이 분명한 큰 무리다. 밥을 주는 취사병은 대대장보다 높고, 믹스커피 냄새를 풍기는 행정보급관은 옆 견사 말리노이즈보다 낮다. 개가 뼈를 묻는 까닭은 나중에 다시 꺼내 먹으려는 데 있다. 철모는 우두머리가 무언가를 아껴 묻었다고 믿는다. 우두머리가 꺼내지 않으니 꺼내는 일은 수색견의 몫이다. 조사관이 올 때마다 철모는 줄을 끌고 끝 초소로 달려가 언 흙을 판다. 성진의 이유도 진짜다. 총을 쏜 상병은 사단장의 조카다. 총기 사고로 올라가면 중대원 모두의 휴가가 묶이고, 수사가 끝날 때까지 다친 일병의 보상 판정도 멈춘다. 계단에서 미끄러진 일로 두면 일병의 치료비는 다음 주부터 나온다. 철모의 줄을 잡은 핸들러 병장은 전역을 열흘 앞두고 있다. 지난봄 어머니가 수술대에 오르던 밤, 제 차로 터미널까지 태워 준 사람이 성진이었다. 철모가 우두머리를 거스르면 철모는 막사에서 쫓겨난다. 일은 군견 막사에서 중대로, 중대에서 사단 감찰로 넓어진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밀리터리 · 동물
수색견이 사람의 흔적을 찾으면 찾은 자리에 앉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썼습니다. 찾으라고 배운 개 앞에서 사람이 무언가를 묻는다면, 개는 묻힌 자리를 어떻게 읽을까요. 철모는 사람 말을 몇 마디밖에 모릅니다. 찾아, 앉아, 안 돼, 좋아, 그리고 건빵. 나머지는 코로 읽습니다. 거짓말할 때 목덜미에 솟는 땀, 겁날 때 손바닥이 내는 쇠 냄새, 우두머리 앞에서 사람들 허리가 펴지는 소리. 그래서 철모의 하루는 냄새로 열리고 냄새로 닫힙니다. 웃음은 막사 서열에서 냈습니다. 철모는 계급장을 읽지 못하니 밥과 간식으로 서열을 매깁니다. 경례를 개가 귀를 눕히는 인사로 알아듣고 앞발을 들어 받아 주고, 건빵 봉지 소리만 나면 어느 막사에 있든 고개가 돌아갑니다. 아픈 자리는 우두머리의 주머니에 두었습니다. 성진은 악인이 아닙니다. 성진이 지키려는 백 명의 휴가와 한 병사의 치료비는 마지막 화까지 진짜입니다. 부대와 모든 인물은 지어낸 것입니다. 총기와 작전의 절차는 일부러 흐리게 썼습니다. 철원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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