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부부의 고양이
밥그릇을 먼저 채우는 사람이 이 집을 갖는다고 믿었다
윤새벽@yunsaebyeok작품 소개
2027년 봄, 서울 마포. 지은 지 서른 해 된 아파트 3층, 스물두 평 집에서 늙은 수컷 고양이 호박이 소파 왼쪽 끝 쿠션에 코를 묻는다. 남편 도헌의 냄새가 빠져나간 지 열엿새째다. 도헌은 집을 나가고도 아침마다 현관 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밥그릇을 채우고, 안방 문을 닫고 사는 아내 다희는 한발 늦게 나와 그 위에 사료를 또 붓는다. 호박은 아침밥을 두 번 먹으며 생각한다. 이혼은 영역 다툼이고, 진 사람이 떠나고 이긴 사람이 집을 갖는다. 도헌은 6월 말 전주 발령을 알린다. 집을 내놓고, 콩팥이 나쁜 호박을 데려가겠다고 한다. 증거도 내민다. 지난달 약통에 남은 알약 세 개. 회계법인에서 결산 감사에 묶여 있던 다희가 약을 세 번 거른 것이다. 다희는 호박이 열두 해를 산 이 집에서 한 발짝도 옮기지 않겠다고 버티고, 밤에 현관 번호를 바꾼다. 이튿날 아침 문 밖에서 틀린 번호 소리가 울리고, 호박은 현관 매트 위에서 두 사람 사이에 엎드린다. 무대는 소파에서 아파트로 넓어진다.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화단의 길고양이 밥그릇을 문제 삼고, 3년 동안 낮마다 호박을 돌봐 온 아랫집 할머니는 둘 다 못 하겠으면 호박을 자기에게 달라고 한다. 두 해 동안 아무도 열지 않은 작은방이 열리고, 호박은 두 사람이 정말로 다투는 영역이 어디인지 냄새로 알아 간다. 마지막 무대는 가정법원 조정실이다. 조정위원 앞에서 호박이 올라갈 무릎 하나가 집의 주인을 정한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드라마 · 동물
이혼한 친구가 고양이 사진을 보내며 그런 말을 했습니다. 얘는 우리가 왜 갈라섰는지 모를 거라고. 정말 모를까 싶었습니다. 고양이는 집을 냄새로 나눠 갖고, 밥때와 잠자리와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로 사람을 읽습니다. 사람 말은 반쯤만 알아듣고 나머지는 제 식으로 채웁니다. 그렇게 채운 오해가 틀린 채로도 꽤 많은 것을 맞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호박에게 이혼을 영역 다툼으로 읽게 했습니다. 웃음은 호박의 고집과 몸에서 냈습니다. 두 번 먹는 아침밥, 혀끝으로 밀어내는 알약, 사진마다 한가운데 앉는 매물 사진, 법원 서류 위에 깔고 앉는 엉덩이. 아픈 자리는 닫힌 방 하나와 콩팥 하나에 두었습니다. 도헌도 다희도 할머니도 틀린 사람이 아닙니다. 셋 다 호박을 지키려 하고, 셋 다 혼자 지키려 합니다. 등장하는 아파트와 회사, 동물병원과 법원의 사람들은 지어낸 것입니다. 마포와 전주는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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