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옷에서 다른 개 냄새가 난다
진돗개의 코가 먼저 알았다. 남편에게는 다른 무리가 있다
윤새벽@yunsaebyeok작품 소개
2027년 9월, 경기 일산의 신혼 아파트. 아침마다 남편 서경모가 빨간 가슴줄을 들고 현관에 무릎을 꿇고, 다섯 살 수컷 진돗개 범돌은 목청껏 비명을 질러 경모의 무릎을 물리친다. 아내 한예리가 결혼 전부터 키운 범돌에게 경모는 다섯 달째 서열을 정하지 못한 새 무리원이다. 그런데 금요일 밤 경모의 외투에서 다른 집 라벤더 섬유유연제와 늙은 암캐의 냄새, 딸기 치약을 쓰는 작은 사람의 냄새가 난다. 주머니에서는 늙은 개에게 먹이는 관절 간식이 나온다. 범돌은 냄새를 읽는다. 경모는 다른 무리를 거느리고 있다. 산책길마다 경모가 걸음을 늦추던 오래된 동네의 막다른 골목 끝 파란 대문 위에서 귀가 늘어진 늙은 개가 경모의 등만 보고 꼬리를 흔든다. 범돌은 산책 때마다 예리를 끌고 가 골목 끝 대문 앞에 엉덩이를 박고 버틴다. 늙은 개는 제 무리를 지키려 범돌을 몸으로 누르고, 빵 굽는 집 여자는 개를 데리고 오지 말라며 예리를 막아선다. 경모의 거짓말은 하나를 막으면 다음 것을 부른다. 경모에게는 결혼 전에 낳은 여덟 살 아이와 혼자 아이를 키워 온 전 연인이 있고, 경모는 아버지의 두 집살림을 보며 자란 예리와, 숨이 약해 놀라면 발작이 오는 아이를 둘 다 지키려고 거짓말을 쌓는다. 개 두 마리가 먼저 서로를 알아 가는 동안 두 집 사람들이 마주치고, 파주에서 미용실을 하는 시어머니가 하얀 봉투를 들고 골목에 나타난다. 일은 산책길에서 두 집으로, 두 집에서 양가와 가정법원으로 넓어지고, 아이의 손을 끌던 시어머니의 손목에 늙은 개의 이빨이 닿는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스릴러·공포·추리 · 동물
진돗개는 주인 말도 가려 듣는 개로 유명합니다. 가기 싫은 길 한가운데서는 엉덩이를 땅에 박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걸 고집이라고 웃지만, 개의 자리에서 보면 가고 싶지 않은 길과 떠나고 싶지 않은 자리를 몸으로 말하는 일입니다. 범돌이 골목 끝 대문 앞에서 버티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비밀을 아내보다 개가 먼저 맡는다면, 개는 비밀을 어떻게 아내에게 보여 줄까요. 범돌은 말하지 못하니 버티고, 덮고, 가방 위에 앉고, 결국 처음으로 시키는 대로 코를 땅에 댑니다. 웃음은 범돌의 버릇에서 냈습니다. 가슴줄 앞의 비명, 체중계에서 한 발 내려놓기, 핫바 앞의 브레이크, 털갈이 털로 남편의 외투를 덮어 버리는 작전. 아픈 자리는 숨기는 사람들에게 두었습니다. 남편도, 전 연인도, 시어머니도, 예리의 어머니도 누군가를 지키려고 숨겼고, 숨긴 것은 늘 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악인이 아닙니다. 미용실 의자 밑에서 아들을 키운 사람의 겁은 마지막까지 진짜입니다. 인물과 아파트, 빵 공장과 미용실, 동물병원과 법원의 일은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 일산과 파주, 화정과 호수공원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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