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경주마 흑진주
맨 앞에 서고 싶은 말, 이기면 동무들이 실려 간다
윤새벽@yunsaebyeok작품 소개
2027년 가을, 경기 과천. 경마장 뒤편 언덕에 칸 열세 개짜리 마구간이 있다. 대상 경주를 사흘 앞둔 밤, 다섯 살 검은 수말 흑진주는 늙은 암말의 건초를 칸막이 틈으로 빼먹다가 코를 물린다. 자정이 넘어 마주 길덕춘이 낯선 사내를 데리고 들어온다. 사내는 가죽 장갑 낀 손으로 말들의 등을 차례로 쓸어 보며 무게를 짐작하고, 덕춘은 그 손을 쳐낸다. 사내가 문밖에 세워 둔 트럭에서는 오래 마른 피 냄새가 난다. 말에게 달리기는 무리의 맨 앞에 서는 일이다. 흑진주는 덕춘이 기수에게 “4코너에서 고삐를 당겨라”라고 하는 말을 귀를 세우고 듣는다. 뜻은 모른다. 기수의 손이 목덜미에서 차가워지고, 가슴에 맞닿은 기수의 심장이 빨라지는 것을 몸으로 안다. 덕춘은 불법 도박 조직에 진 빚을 이 경주로 갚아야 한다. 흑진주가 들어오면 월요일 아침 마구간의 말 열두 마리가 트럭에 실려 도축장으로 간다. 덕춘이 경주에서 이기지 못하는 늙은 말들을 한 마리도 팔지 않고 먹여 온 것이 빚의 시작이었다. 흑진주를 세 해 탄 기수는 조직의 협박과 말의 등에서 올라오는 뜻 사이에 끼어 있다. 조교사는 기수의 봉투를 흑진주가 씹어 먹어 버린 아침에 모든 것을 눈치챈다. 흑진주는 훈련 때마다 고삐를 거스르며 끝까지 달리고, 맨 앞에 설 때마다 마구간의 동무가 하나씩 사라진다고 믿기 시작한다. 일은 언덕 마구간에서 경마장으로, 경마장에서 바다 건너 서버를 둔 불법 도박 조직으로 넓어진다. 경주 날, 4코너에서 고개를 들면 언덕 위 마구간 울타리가 보인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스릴러·공포·추리 · 동물
경주마는 결승선을 모릅니다. 앞에 다른 말의 엉덩이가 있으면 앞으로 나가고, 앞이 비면 비로소 숨을 고릅니다. 무리의 맨 앞에 서려는 몸이 사람의 돈과 빚을 실어 나르게 되면 어떻게 될까, 거기서 시작했습니다. 흑진주는 사람 말을 몇 개밖에 모릅니다. 워, 가자, 착하지, 당근, 사과. 대신 등에 앉은 사람의 무게와 심장을, 고삐 끝 사람 손의 온도를 압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해도 등은 속지 않습니다. 웃음은 말의 식탐과 서열에서 냈습니다. 흑진주는 주머니란 주머니를 다 뒤지고, 봉투도 먹을 것인 줄 압니다. 늙은 암말에게는 번번이 코를 물리고, 경마장 옆 칸의 회색 수말과는 바나나 한 개로 전쟁을 치릅니다. 아픈 자리는 발판에 두었습니다. 트럭으로 올라가는 비탈진 발판 위에서 말들은 사람을 믿고 걸어 올라갑니다. 덕춘은 악인이 아닙니다. 늙은 말을 팔지 못하는 마음이 빚이 되었고, 빚이 다시 늙은 말을 팔게 만듭니다. 실장도 바보로 두지 않았습니다. 실장이 내미는 종이에는 덕춘의 손도장이 진짜로 찍혀 있습니다. 경마장과 마구간, 조직과 모든 인물은 지어낸 것입니다. 과천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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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0화 · 평균 5,417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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