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갈아입는 시대, 나는 중고 몸 판매상이다
반품된 중고 몸이 밤마다 혼자 말을 했다, 남의 말투로
양현오@yanghyeono작품 소개
2058년 십일월, 서울 용산 옛 전자상가 사층의 몸 상가. 의식을 남의 몸으로 옮겨 사는 일이 이사만큼 흔해진 해, 중고 몸 판매상 연기탁의 가게에 택배 기사가 삼 주 전에 산 여자형 의체를 끌고 와 환불을 요구한다. 자는 동안 이 몸이 제 입으로 서울 여자 말투를 쓴다는 것이다. 기탁이 손님을 다른 몸으로 옮겨 주고 빈 몸을 창고에 눕힌 새벽 두 시, 그 몸이 눈을 뜨고 말한다. 자기는 서노을이고, 몸 판 돈이 언제 들어오느냐고. 의체의 심에는 자리가 둘이다. 몸을 쓰는 사람이 앉는 앞방, 옮기는 동안 잠깐 머무는 뒷방. 노을은 이 년 전 강남의 의체 기업 「허물」에 제 몸을 팔았고, 회사는 약속한 새 몸 대신 그녀를 중고 의체의 뒷방에 재워 둔 채 시장에 흘렸다. 뒷방이 깨면 회사로 신호가 간다. 그날 새벽 세 시, 회수팀장 강치훈이 셔터를 두드린다. 안에 든 사람은 오늘 밤 비운다고, 회장 지시라고. 회장 한명후는 여섯 번째 몸을 입고 있다. 가난한 사람의 젊은 몸을 싸게 사서 부자에게 되팔아 온 사람이다. 기탁은 노을을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옮겨 가며 회수팀을 따돌리고, 상가의 다른 중고 몸들에서도 잠든 사람들을 찾아낸다. 그런데 이 미터짜리 굴착용 몸으로 처음 맑은 눈을 뜬 노을이 기탁의 왼손을 알아본다. 이 년 전 그녀를 매입 차에 태운 거간의, 반쯤 잘린 엄지. 노을의 본몸은 어디에 있고, 지금 누가 그 몸을 입으려 하는가. 몸을 팔던 남자와 몸을 판 여자가 같은 차에 오른다. 19세 이상 · 연재 중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SF
몸을 옷처럼 갈아입는 세상이 오면 가장 먼저 팔리는 것은 가난한 사람의 몸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옷이라면 중고 시장이 있을 것이고, 중고 시장에는 반품이 있을 것입니다. 반품된 몸 안에 사람이 들어 있었다는 이야기는 거기서 나왔습니다. 연기탁은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몸을 사고파는 일로 먹고살았고, 지금도 값을 먼저 부릅니다. 그가 사과 대신 값을 치르는 사람이라는 데서 이야기가 움직입니다. 몸을 바꿔도 기억과 말투는 따라가고, 몸이 익힌 손버릇과 걸음은 몸에 남습니다. 그래서 웃음은 키와 목소리가 바뀌는 소동에서, 굴착용 몸으로 순대 그릇을 부수는 사람에게서, 입만 쉬지 않는 땜쟁이 육꽝수에게서 나옵니다. 아픈 자리는 몸버릇에 둡니다. 남이 입은 제 몸이 제 손버릇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는 사람의 얼굴이 이 이야기의 무게입니다. 주식회사 허물과 모든 의체 모델, 인물은 지어낸 것입니다. 용산과 구로, 청담동, 송도는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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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2화 · 평균 5,411자
1화(5,611자)
밤에 말하는 몸
2026.10.25
2화(5,436자)
사십 분
2026.10.25
3화(5,384자)
엄지
2026.10.25
4화(5,342자)
구로
2026.10.25
5화(5,356자)
이모
2026.10.25
6화(5,398자)
뼘
2026.10.25
7화(5,404자)
사흘
2026.10.25
8화(5,327자)
빈집
2026.10.25
9화(5,447자)
계단
2026.10.25
10화(5,377자)
맞춤도
2026.10.25
11화(5,394자)
반품
2026.10.25
12화(5,451자)
일곱 번째 몸
2026.10.25
댓글 6
책갈피곰2026.10.26· 2화
몸을 갈아입으면 원래 몸의 버릇은 남나요, 사라지나요?
양현오작가2026.10.27
조금씩 남아요. 손버릇이나 걸음 같은 건 몸에 붙어 있어서 판매상이 제일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창가자리2026.10.26· 1화
반품된 몸이 남의 말투로 말한다는 건 전 주인 말투인가요?
양현오작가2026.10.27
전 주인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전 주인일 수도 있어요. 몸이 몇 번 팔렸는지가 이 작품의 단서입니다.
소금빵2026.10.25· 3화
3화 제목이 엄지인데 지문 때문인가요?
양현오작가2026.10.27
반쯤 맞히셨어요. 엄지는 몸이 바뀌어도 사람들이 제일 먼저 확인하는 자리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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