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비둘기들의 복수
먹이 금지법을 낸 의원을 비둘기 한 마리가 따라다닌다
문들레@mundeulle작품 소개
2027년 6월 첫 월요일 아침, 서울 여의도 의사당 앞 광장. 비둘기 구슬에게 광장은 밥상이고 사람은 모이를 흘리는 커다란 동물이다. 뒤축 꺾인 운동화의 노숙인 할아버지가 묵은 쌀을 뿌리고, 출근하는 구두들이 토스트 부스러기를 흘린다. 이날 아침에는 구두 하나가 모이 대신 확성기를 들고 왔다. 끈 한쪽이 늘 풀려 있는 갈색 구두, 초선 의원 피정학이다. 정학은 현수막 앞에서 비둘기 먹이 금지와 포획을 외치고, 구슬은 정학을 무리의 적으로 정한다. 다음 날부터 구슬은 정학을 따라다닌다. 의원회관 창틀에서, 출근길 가로등에서, 강 건너 지역구 시장의 차양 위에서 정학이라는 동물의 습성을 지켜본다. 손수건을 무릎에 깔고 김밥을 먹어 부스러기 하나 안 흘리는 동물, 카메라 앞에서만 가슴을 부풀리는 동물, 맑은 날에도 우산을 드는 동물. 구슬이 따라붙을수록 따라오는 비둘기가 늘고,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비둘기의 복수」라고 부른다. 정학의 고함에는 까닭이 있다. 지역구 시장 상인들의 차양은 비둘기 배설물에 썩어 내려앉고, 생선 좌판 위로 떨어지는 것 때문에 위생 점검 벌점이 쌓인다. 정학의 어머니도 거기서 국숫집을 한다. 회의실 창밖에 앉은 구슬은 흙 묻은 등산화를 신은 방역 업체 사장이 정학에게 두툼한 흰 봉투를 내미는 것을 본다. 구슬의 눈에는 이상한 먹이 주기다. 큰 동물은 먹이를 먹지 않고 서랍에 넣는다. 법안이 통과되면 광장에서 날마다 쌀을 뿌리는 할아버지는 과태료를 물고, 구슬의 무리는 그물에 든다. 무대는 광장 모이터에서 의원회관 창틀로, 창틀에서 본회의장 표결로 넓어진다. 의원과 정당, 의사당은 모두 지어낸 것이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드라마 · 동물
광장에서 비둘기를 오래 보면 비둘기는 사람 얼굴을 안 보고 발을 봅니다. 무엇이 떨어지는지 보는 겁니다. 그래서 구슬은 사람을 신발로 압니다. 뒤축 꺾인 운동화, 고무 장화, 끈 풀린 구두, 밑창 홈에 노란 알갱이가 낀 등산화. 의원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반도 못 알아듣지만, 의원이 무엇을 흘리고 무엇을 감추는지는 다 봅니다. 풍자는 거기서 났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가슴을 부풀리는 사람은 짝 앞의 수비둘기와 닮았고, 표결은 무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를지 정하는 순간과 닮았습니다. 웃음은 비둘기 버릇과 정학의 겁에서 냈습니다. 구두 끈을 지렁이로 보고 쪼는 새, 유리에 비친 제 모습과 싸우는 새와 똑같이 창에 비친 제 얼굴에 연설 연습을 하는 의원. 아픈 자리는 시장에 두었습니다. 차양을 고치다 사다리에서 떨어진 생선 가게 아저씨, 국수 그릇을 들고 하늘을 먼저 보는 손님. 상인들의 고통은 끝까지 진짜이고, 정학의 고함도 끝까지 반은 옳습니다. 광장 근처 지명은 빌렸지만 의원과 정당, 의사당, 업체, 시장은 전부 지어낸 것입니다. 실제 정치인이나 정당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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