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유언은 앵무새
서른 해를 회장 어깨에서 산 앵무새가 회장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문들레@mundeulle작품 소개
2027년 가을, 서울 성북동 회장 저택 서재. 회장이 하얀 차에 실려 나간 지 이레째 밤이다. 서른 해를 회장 어깨 위에서 산 회색앵무 앵두는 회장이 죽은 줄 모른다. 사람들이 “돌아가셨다”고 할 때마다 “돌아오셨다”를 잘못 들은 줄 알고, 언덕을 오르는 엔진 소리를 기다린다. 이레째 밤, 큰아들이 처음으로 회장의 가죽 의자에 앉는다. 앵두에게 회장 의자는 무리에서 가장 높은 가지이고, 빈 가지에 앉는 새는 우두머리 자리를 노리는 새다. 앵두는 등받이로 건너가 큰아들의 귀에 회장의 목소리를 넣는다. “막내한테 주지 마라. 기철이가 다 안다.” 큰아들의 얼굴이 붉어졌다가 하얘진다. 뒤이어 들어온 비서실장 문기철의 얼굴은 곧장 하얘진다. 기철은 회장이 마지막 석 달 판단력을 잃었다는 주치의 소견서를 꺼내 놓고, 앵두를 병든 새라며 보호소로 보내겠다고 한다. 소견서는 진짜다. 큰아들은 상속세를 낼 현금이 없어 저택을 팔아야 회사를 지킨다고 믿고, 밤마다 앵두에게 몰래 해바라기씨를 주던 막내딸은 공증 유언으로 받은 집을 끝까지 지키려 한다. 앵두는 사람들의 얼굴색을 바꾸는 소리를 하나씩 모아 차례로 꺼낸다. 기철의 “네, 회장님. 녹음 끝났습니다.”, 회장이 누군가를 부르던 “형님, 오셨소”, 막내딸이 옷장 문에 이마를 대고 한 통화. 소리 하나가 나올 때마다 누군가 숨겨 둔 것이 드러나고, 막내딸은 앵두의 말이 제 몫을 깎아 가자 새장에 검은 덮개를 덮을지 정해야 한다. 판은 서재 횃대에서 저택 전체로, 저택에서 그룹 이사회의 긴 탁자와 가정법원 심문실로 넓어진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스릴러·공포·추리 · 동물
앵무새는 들은 소리를 그대로 돌려줍니다. 뜻은 모르고 높이와 떨림과 숨까지 돌려줍니다. 그래서 앵두는 무엇도 해석하지 않고 묻기만 합니다. 소리를 넣고 얼굴을 봅니다. 해석은 사람들이 합니다. 같은 한마디를 큰아들은 제 편으로, 막내딸은 저를 버린 말로, 비서실장은 병이 한 말로 듣습니다. 저는 이 어긋남을 따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웃음은 흉내에서 냈습니다. 회장 서재의 다이얼 전화벨에 비서실장이 수화기를 들고, 압력밥솥 소리에 부엌 아주머니가 불을 줄이고, 이사회 임원들은 “됐다, 그만 읽어” 한마디에 서류철을 덮습니다. 아픈 자리는 소견서에 두었습니다. 소견서는 끝까지 진짜이고, 큰아들의 상속세도 끝까지 진짜입니다. 누구도 틀리지 않았는데 한 집이 갈라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저택과 그룹, 법원 사건과 모든 인물은 지어낸 것입니다. 성북동과 한남동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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