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무당과 신당 고양이
귀신을 보는 건 고양이, 굿값을 받는 건 무당
문들레@mundeulle작품 소개
2027년 가을, 인천 차이나타운 뒤 언덕. 짜장 볶는 냄새가 올라오는 골목 계단 중턱에 대나무 깃발을 단 점집 옥선녀 신당이 있다. 제단 밑 붉은 방석은 덩치 큰 검은 수고양이 깜이의 자리다. 흰 털 한 올 없는 새까만 긴 털에 샛노란 눈, 화가 나면 털이 온통 부풀어 몸이 두 배가 된다. 신당 주인 마춘심은 신기가 하나도 없다. 손님의 닳은 신발 굽과 손톱 밑과 눈 밑 그늘을 읽어 공수를 내리고, 굿값을 받아 요양원에 누운 어머니의 밀린 비용을 댄다. 손님들은 춘심의 말을 듣고 한참 울다가 가벼운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깜이에게는 사람 등에 업혀 오는 손님이 보인다. 냄새가 옅고, 꼬리를 밟아도 소리를 안 내고, 지나간 자리가 차가운 이상한 손님들이다. 어느 오후 검은 세단에서 내린 재개발 조합장의 등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젊은 남자가 업혀 있다. 조합장은 이 집을 사들인 새 건물주다. 다음 보름 언덕 꼭대기에서 위령굿을 열어, 끝까지 버티는 노인들 앞에서 넋들이 떠나도 좋다는 공수 한마디만 내려 달라며 오백만 원을 내민다. 춘심이 봉투에 손을 뻗는 순간 깜이가 제단 위로 뛰어올라 털을 세우고 운다. 촛대가 쓰러지고 거래는 깨지고, 젖은 남자는 깜이의 방석에 눌러앉는다. 춘심은 굿값을 쫓아낸 고양이를 마당으로 내던진다. 논문을 쓰겠다며 신딸로 들어온 긴 머리 대학원생은 깜이가 빈 구석을 노려볼 때마다 열화상 카메라를 든다. 영상 하나로 깜이가 영물로 소문나 손님이 계단 아래까지 줄을 서고, 조합장은 고양이까지 굿판에 데려오라며 값을 두 배로 올린다. 언덕 꼭대기의 새우젓 할머니는 옥선녀 신당이 마흔 해 전에도 선주 집안 편을 들었다고 소리친다. 무대는 제단 밑에서 신당으로, 신당에서 언덕 마을에 내려온 오래된 원한으로 깊어진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스릴러·공포·추리 · 동물
고양이가 허공을 오래 노려보는 걸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벌레겠지, 먼지겠지 하고 넘기다가, 만약 고양이에게 정말 무언가 보인다면 고양이는 무서워할까 귀찮아할까 궁금해졌습니다. 깜이는 귀찮아합니다. 깜이에게 귀신은 인사를 할 줄 모르는 손님입니다. 꼬리를 세워도 꼬리를 안 세우고, 눈을 천천히 감아도 따라 감지 않고, 남의 방석에 앉아 물을 떨어뜨리는 무례한 손님. 공포와 웃음이 같은 자리에서 나오도록, 무서운 장면은 늘 고양이의 짜증과 함께 놓았습니다. 춘심을 사기꾼으로만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춘심은 신령의 말을 못 듣지만 사람 얼굴을 누구보다 잘 읽고, 손님들은 춘심 앞에서 울고 나서 정말로 나아집니다. 진짜 신기를 가졌던 어머니가 단 한 번 돈을 받고 한 거짓말이 마흔 해 동안 언덕을 적셨다는 것, 신기 없는 딸이 제 눈으로 읽은 말로 넋들의 길을 가르게 된다는 것. 무속을 믿든 안 믿든, 누군가의 말에 기대 하룻밤을 견디는 사람들의 마음은 가짜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썼습니다. 옥선녀 신당과 언덕 마을, 조합과 요양원과 모든 인물은 지어낸 것입니다. 인천 차이나타운과 북성포구는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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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0화 · 평균 5,47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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