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연재 중역사긴장된재치 있는차가운비정기

조선 검시관, 한성부 연쇄 살인을 맡다

열사흘마다 칠패에 여자가 죽는다. 시신에 손을 대는 서리는 하나뿐

남시우중견 작가@namsiwoo
10화·조회 9·저장 0·완독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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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정조 12년(1788) 동짓달 열이레 새벽, 숭례문 밖 칠패시장 뒤 만초천이 얼었다. 얼음 위에 생선 광주리 장수 막례가 엎드려 있다. 칠패에서 목청이 제일 컸던 여자다. 포도청 사람들은 술 먹고 얼어 죽은 장사꾼이라고 한다. 한성부 검시 서리 유성은 남들이 다 막대기로 이불을 들출 때 맨손으로 시신의 턱을 받친다. 목을 한 바퀴 평평하게 돈 끈 자국, 손톱 밑에 낀 남색 비단실 한 올, 그리고 머리에 꽂힌 새 대추나무 비녀. 오작인 갑봉 영감이 담배쌈지에서 똑같은 비녀 하나를 꺼낸다. “이게 셋째요.” 시월에는 만리재 아래 삯바느질하던 끝분이 얼어 죽었다고 했고, 동짓달 초에는 국밥집 부엌일을 하던 월이가 스스로 목을 맸다고 했다. 사건마다 열사흘 간격이다. 그런데 포도대장 신경우는 사흘 만에 범인을 잡아 온다. 소 가죽을 벗기던 백정 갑쇠다. 갑쇠의 손은 비단실 한 올 집어 본 적 없는 손인데, 주리를 트는 포도청 뜰에서는 손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섣달 고과를 앞둔 포도대장은 사건을 닫고 싶고, 칠패 상인들은 포교들이 시장을 뒤지는 통에 장사를 못 하고, 피해자 가족은 시신을 빨리 묻고 싶다. 유성은 사건에서 밀려난 뒤에도 밤마다 칠패로 간다. 떡장수로, 무당으로, 방물장수로 얼굴을 바꾸는 포도청 다모 순덕이 신경우 몰래 탐문을 맡고, 마흔 해 시신을 씻긴 갑봉 영감은 잔소리를 하면서도 술지게미와 식초를 챙긴다. 죽은 세 여자는 모두 지난 칠월 칠패 강 객주 집 별채에 있었다. 그날 밤 그 집 우물에서 하녀 하나가 건져졌고, 그 검시를 한 사람이 유성이었다. 넷째 날은 동짓달 스무아흐레, 그리고 그 밤의 마지막 증인은 섣달 혼례를 앞둔 객주의 딸 연이다. 중인 서리는 양반을 심문할 수 없고, 형조판서 댁 서자는 웃으며 대문 안에 서 있다. 19세 이상 · 연재 중

작가의 창작 노트

장르
역사

조선의 검시는 생각보다 꼼꼼했습니다. 세종 때 주를 달아 펴낸 『신주무원록』에는 스스로 목을 맨 자국과 남이 조른 자국을 가르는 법, 술지게미와 식초를 덮어 멍을 드러내는 법이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신을 만지는 일은 천한 일이라 관원은 멀찍이 서 있고 오작인이 손을 댔습니다. 그 거리가 궁금했습니다. 책을 다 외운 사람이 시신에 손을 대지 않으면, 책은 누구를 지켜 줄까요? 그래서 손부터 대는 서리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서리도 한 번은 손을 대지 않고 넘어간 적이 있게 했습니다. 웃음은 산 사람들에게 맡겼습니다. 시신 앞에서 하품하면 망자가 따라 한다고 믿는 오작인 할아범, 변장이 너무 진해서 도리어 눈에 띄는 다모, 시신만 보면 쓰러지는 한성부 판관, 질문 하나에도 값을 매기는 생선 객주. 아픈 자리는 죽은 네 여자에게 두었습니다. 목청 큰 광주리 장수, 바늘쌈을 품고 다니던 과부, 부뚜막 앞에서 노래하던 부엌일꾼, 우물에서 건져진 하녀. 범행은 쓰지 않았습니다. 시신은 검시하는 사람의 눈으로만 보고, 그 여자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썼습니다. 정조 12년 겨울의 한성과 칠패시장, 『신주무원록』, 오작인·다모라는 직분은 기록에 있는 것입니다. 임금이 사형 옥사를 하나하나 다시 살폈다는 것도 기록에 있습니다. 그러나 유성과 포도대장 신경우, 형조판서 집안과 그 서자, 칠패 강 객주와 네 여자, 모든 사건은 지어낸 것입니다. 임금은 이야기의 바깥에서 멀리 있을 뿐, 이 소설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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