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094자)

칠월의 우물

조선 검시관, 한성부 연쇄 살인을 맡다 · 남시우

칠월 열여드레 아침의 칠패는 생선이 아니라 땀 냄새가 먼저 났다. 해가 뜨자마자 매미가 객주 집 회화나무에 달라붙어 울었고, 우물가 돌바닥은 벌써 발바닥이 뜨거웠다. 유성은 그 돌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거적 아래에 스물한 살 하녀가 누워 있었다. 젖은 머리가 풀어져 돌 위에 흩어졌고, 그 머리카락 사이로 파리 두 마리가 앉았다 날았다 했다.

한성부 판관 정 판관은 회화나무 그늘에 서서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시신 쪽은 보지 않았다. 보면 쓰러지니까.

“유 서리, 빨리 해. 덥다.”

유성은 분이의 손을 들었다. 물에 불은 손이 차갑고 무거웠다. 오른손목 안쪽에 손가락 네 개가 나란히 눌린 자리가 검푸르게 남아 있었다. 누가 세게 쥔 자리였다. 유성은 엄지로 그 멍을 쓸어 보았다. 손가락 하나 폭이 유성의 손가락보다 굵었다.

“판관 나리, 손목에 쥔 자국이 있습니다. 뒤집어서 목 뒤를 봐야겠습니다.”

“우물에 빠지면서 돌에 부딪혔겠지. 이 집 사람들이 다 봤다잖나. 밤에 물 길으러 나왔다가 발을 헛디뎠다고.”

우물가 처마 밑에 여자 넷이 서 있었다. 생선 비린내가 나는 여자, 부엌 연기 냄새가 나는 여자, 손가락에 골무를 낀 여자, 그리고 객주의 딸. 넷 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객주가 그 앞에서 손을 비비며 판관에게 허리를 굽혔다. 별채 툇마루에는 옥색 도포를 입은 젊은 양반 하나가 기둥에 기대 이쪽을 보고 있었다. 부채를 펴지도 않고 쥐고만 있었다.

판관이 부채를 접고 유성 곁으로 다가왔다. 다가오면서도 시신은 안 보고 유성의 정수리만 보았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저기 툇마루에 계신 분, 형벌과 옥사를 맡은 형조의 우두머리, 형조판서 댁 서방님이야. 판서 댁이 이 집 장사에 돈을 대. 판서 댁 서방님 계신 집에서 하녀가 죽었다는 말이 길게 돌면 누가 좋겠나? 실족으로 하고 끝내. 지금.”

유성은 분이의 손목을 다시 보았다. 네 개의 멍. 그리고 분이의 머리를 보았다. 풀어진 머리에 댕기가 없었다. 처녀는 머리를 땋아 댕기를 맨다. 물에 빠지며 풀렸을 수도 있었다. 우물 속에 가라앉았을 수도 있었다. 유성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 숨 한 번이 들었다.

유성은 분이의 손을 거적 위에 내려놓았다. 시신을 뒤집지 않았다. 매미가 계속 울었다.

*

동짓달 스무나흘 아침, 한성부 동헌 뒤 장독대 곁에서 정 판관은 그 칠월의 검안을 손에 들고 있었다. 유성이 서고에서 꺼내 온 것이었다. 사인은 실족 익사. 손목의 멍은 우물 돌에 부딪힌 자국. 맨 아래 검시한 사람 자리에 유성의 이름이 있었다.

판관은 종이를 오래 보지 않았다. 시신이 아니라 종이인데도 얼굴이 하얬다.

“이걸 왜 나한테 보이나?”

“그때 나리께서 서두르라 하셨습니다. 판서 댁 서방님이 계신 집이라고, 실족으로 하고 끝내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그랬나?”

“그러셨습니다.”

판관은 종이를 유성의 가슴에 도로 밀었다.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내가 붓을 잡았나? 여기 네 이름이 있지 내 이름이 있나? 검시는 검시한 놈이 책임지는 거야. 나는 시신도 안 봤어. 못 보잖나, 내가. 그건 한성부가 다 알아.”

“나리께서 보지 않으셨으니 제가 봤습니다. 보고도 내려놓았습니다. 이제 다시 들겠습니다. 칠월 사건을 다시 열어 주십시오.”

판관은 장독 뚜껑 하나를 손바닥으로 탁 쳤다. 뚜껑 위에 쌓인 눈이 튀었다.

“이 사람아, 그걸 열면 네가 먼저 다쳐. 거짓 검안을 올린 서리는 곤장을 맞고 귀양을 가. 그리고 그 우물 일을 다시 열면 판서 댁이 가만있겠나? 백정이 다 불었어. 닫힌 걸 왜 여나?”

“닫힌 게 아니라 덮인 겁니다.”

“덮인 거면 덮어 둬! 그 위에 눈도 오고 했잖나!”

판관은 제 말이 우스운 줄 모르고 소리쳤고, 소리친 다음에야 알았는지 헛기침을 했다. 장독대 뒤에서 아전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가 쏙 들어갔다. 판관은 목소리를 낮췄다.

“칠월에 판서 댁 살림을 맡은 청지기가 나를 찾아왔었어. 사례를 하겠다는 걸 내가 안 받았어. 안 받았으니까 나는 깨끗해. 하지만 너는 붓을 잡았어. 유 서리, 나는 너를 아껴. 네가 시체 만지는 건 끔찍하지만 너를 아껴.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판관은 돌아섰다가, 장독대 모서리에 발끝을 찧고 깨금발로 뛰어갔다. 유성은 구겨진 검안을 펴지 않고 품에 넣었다. 그 종이 위에 적힌 자기 이름이 품 안에서 무거웠다.

*

그날 낮, 객주가 창고에서 마포 배 짐을 받는 동안 연이가 뒷문 빗장을 풀어 주었다. 유성과 갑봉 영감은 별채 뒤뜰 우물 앞에 섰다. 다섯 달 전 유성이 무릎 꿇었던 돌바닥은 지금 얼어서 하얗게 서리가 앉아 있었다.

영감이 맷돌을 내리고 나무 뚜껑을 들어 올렸다. 우물 안에서 찬 숨이 올라왔다. 돌 냄새와 이끼 냄새, 그리고 오래 갇힌 물 냄새였다. 유성은 우물 난간에 몸을 붙여 섰다. 돌로 쌓은 난간이 유성의 허리띠보다 한 뼘 높았다.

“아기씨, 이리 와 서 보십시오.”

연이가 다가와 난간 옆에 섰다. 난간이 연이의 가슴께에 닿았다.

“분이는 아기씨보다 컸습니까, 작았습니까?”

“저보다 작았어요. 제 귀밑까지 왔어요.”

유성은 두레박줄을 잡고 난간 너머로 상체를 숙여 보았다. 발이 땅에서 떠야 겨우 물이 내려다보였다. 물을 길으려면 두레박을 던지고 줄만 당기면 되었다. 이 난간 너머로 몸이 넘어가려면 누군가 발을 들어 올려 주어야 했다.

“발 헛디뎌 빠질 높이가 아닙니다.”

갑봉 영감이 장대로 난간 높이를 재어 장대에 손톱으로 금을 그었다. 그러고는 그 장대를 연이 키에 대 보고, 제 키에 대 보고, 마지막으로 유성 키에 대 보았다.

“칠월에 이 장대 하나만 가져왔어도 되는 일이었소.”

영감이 그렇게 말하고 혀를 찼다. 유성은 그 말을 받지 않고 우물 뚜껑을 도로 덮었다. 맷돌을 올릴 때 손이 미끄러져 맷돌 귀퉁이가 손가락을 찧었다. 아팠다. 아픈 것이 차라리 나았다.

*

갑봉 영감의 집은 서소문 밖 개천가 언덕에 붙은 움막이었다. 방 한 칸에 아궁이 하나, 벽에는 검시 막에서 쓰던 장대와 거적이 걸려 있었고, 시렁 위에 지게미 단지와 식초 단지가 나란히 올라앉아 있었다. 방 안 공기는 그 두 단지 냄새로 늘 시큼들큼했다.

그 밤 유성은 영감이 데운 막걸리를 처음으로 받아 마셨다. 한 사발을 다 비우고 나서 칠월 이야기를 했다. 손목의 멍과 판관의 부채와 툇마루의 옥색 도포와, 뒤집지 않은 시신을 말했다. 영감은 중간에 한 번도 말을 끊지 않았다. 다 듣고 나서 아궁이에 장작 하나를 더 밀어 넣었다.

“그날 나는 칠패에 없었소. 다른 검시 막에 불려 가 있었지. 내가 있었으면 내가 뒤집었을 거요. 오작인은 시키지 않아도 뒤집으니까. 그게 천한 손의 좋은 점이오.”

“제가 최 서리를 욕할 자격이 없습니다.”

“자격은 산 사람 일이고.”

영감은 유성의 오른손을 끌어다 제 무릎에 올려놓았다. 늙은 손이 젊은 손을 뒤집어 손바닥을 보았다. 식초에 하도 담가서 손금이 하얗게 일어나 있었다.

“나리 손은 거짓말 안 했소. 그 애 손목을 들었잖소. 들고, 들여다보고, 멍을 쓸었잖소. 내려놓은 건 손이 아니라 입이오. 입은 판관 무서워서 내려놨지만 손은 다섯 달 동안 그 멍을 기억하고 있었소. 그래서 막례 목을 그렇게 오래 쓸었지. 내가 옆에서 다 봤소.”

유성은 대답하지 못했다. 손바닥 위에 영감의 손이 얹혀 있었다. 마흔 해 시신을 씻긴 손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다시 들면 되오. 이번엔 뒤집고.”

*

문밖에서 누가 기침을 했다. 갑봉 영감이 방망이를 찾다가, 방망이 대신 국자를 들고 문을 열었다. 순덕이 서 있었다. 다모 차림이었고, 머리에 눈이 앉아 있었다. 변장도 없고 웃음도 없었다.

“들어가도 되오? 대감이 나를 찾기 전에 할 말이 있소.”

순덕은 방에 들어와 아궁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손을 불에 쬐지 않고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손등의 튼 자리가 불빛에 붉었다.

“갑쇠 집 부뚜막에 소나무 비녀를 넣은 사람이 나요.”

방 안이 조용했다. 장작 타는 소리만 났다.

“대감이 쪽빛 보자기를 주면서 부엌에 먼저 들어가라 했소. 무엇인지 알았소. 알고 넣었소. 넣고 나서 나리한테 소나무라고 일렀소. 그렇게 하면 반은 갚는 줄 알았는데, 오늘 갑쇠가 불었소. 엿새 만에. 갑쇠 마누라가 포도청 담 밑에서 하루 종일 배를 안고 앉아 있소.”

“포도청 뜰에서 그 말을 해 주실 수 있습니까?”

순덕이 고개를 들었다. 유성을 보는 눈이 불빛에 젖어 있었다. 젖어 있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못 하오. 내가 그 말을 하면 갑쇠는 살지도 모르지만 나는 관비로 죽소. 면천 문서가 대감 서랍에 있소. 나리, 나는 서른하나요. 열네 살부터 남의 저고리 속을 뒤지고 살았소. 나도 내 이름으로 한번 살아 보고 싶소.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이오?”

“큰 욕심이 아닙니다.”

“그럼 그 욕심이 갑쇠 목숨보다 크오, 작소?”

유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이 방에 없었다. 순덕은 그것을 보고 짧게 웃었다.

“나리도 칠월에 뭘 내려놓았지요? 대감이 오늘 칠월 열이레를 두고 얼굴이 하얘졌소. 나리 덕에 나도 알았소. 우리 둘 다 내려놓은 게 있는 사람이오. 그러니 서로 탓하지 맙시다. 대신 같이 듭시다. 스무아흐레까지는.”

*

새벽녘, 유성은 객주 집 뒷문 앞에 섰다. 석봉이 물을 대는 때보다 조금 일렀다. 문을 두 번 두드리자 안에서 빗장이 풀렸다. 연이가 솜 누비 장옷을 머리에 쓰고 나왔다. 장옷 아래로 손목에 감은 붉은 비단 끝이 보였다. 연이도 자기 손목에 한 조각을 감고 있었다.

“분이 이야기를 들으러 오셨지요?”

“분이 머리에 댕기가 있었습니까?”

연이는 장옷 자락을 여몄다. 입김이 둘 사이에서 하얗게 흩어졌다.

“늘 남색 비단 댕기를 맸어요. 하녀가 비단 댕기라니, 다들 수군거렸어요. 분이가 저한테만 말했어요. 판서 댁 서방님이 주신 거라고. 그 서방님이 잔치 날마다 별채에 오셨어요. 우물에서 건졌을 때 댕기가 없었어요. 저는 그 뒤로 한 번도 그 댕기를 못 봤어요.”

유성은 품에서 무명 꾸러미를 꺼냈다. 대추나무 비녀 두 개 옆에, 막례의 손톱 밑에서 꺼낸 실 한 올이 종이에 싸여 있었다. 유성은 종이를 펴서 연이의 등불 가까이 들었다. 남색이었다. 꼬아 놓은 결이 고르고 윤이 났다.

연이가 그것을 보고 숨을 멈췄다. 장옷 자락을 쥔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그거예요. 그 색이에요.”

6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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