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178자)

넷째 날 새벽

조선 검시관, 한성부 연쇄 살인을 맡다 · 남시우

분이를 다시 묻은 것은 해 뜨기 직전이었다. 이번에는 거적 대신 갑봉 영감이 움막에서 지고 온 무명 한 필로 쌌다. 영감이 마흔 해 동안 아껴 둔 제 수의감이었다. 분이의 어머니는 그 무명 위에 대추나무 비녀를 도로 꽂아 주었다. 꽃 한 송이가 새겨진 쪽이 위로 오게 꽂았다.

“그 애한테 도로 줘야지. 제 거니까.”

어머니는 흙을 덮으면서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아들이 어디로 갔는지도 묻지 않았다. 아들이 사라진 비탈 아래쪽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유성은 터진 손으로 흙을 덮었다. 흙이 물집 자리에 들어가 쓰라렸다. 쓰라린 채로 끝까지 덮었다.

산비탈을 내려올 때 갑봉 영감이 말했다.

“나리, 오늘 밤이 넷째 밤이오. 석봉이 그놈이 어디로 갔을 것 같소?”

“객주 집입니다. 오늘 밤 안에.”

“그럼 우리도 객주 집이지.”

“장정 넷이 있습니다. 객주가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객주 말 들을 거면 나리가 무덤을 팠겠소?”

*

움막 앞에 포교 다섯이 기다리고 있었다. 곰보 박이 맨 앞에서 오랏줄을 둘둘 감아 들고 있었다. 순덕이 걸음을 멈췄다. 곰보 박이 순덕을 보고 씩 웃었다.

“다모, 대감은 다모 말만 듣는 줄 아쇼? 어젯밤 애오개 쪽으로 곡괭이 메고 가는 사람 셋을 본 눈이 칠패에만 열은 되오.”

“나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소.”

“그러니까 대감이 다모를 의심하시지.”

곰보 박은 유성의 손목에 오랏줄을 감았다. 감다가 유성의 터진 손바닥을 보고 잠깐 멈칫했다. 그러고는 줄을 조금 느슨하게 감았다.

“관원 아닌 자가 남의 무덤을 팠다. 파묘 죄다. 영감은 늙어서 봐준다고 하셨소. 다모는 대청으로 오라 하셨고.”

갑봉 영감이 오랏줄을 붙잡고 늘어졌다.

“이 사람은 검시를 한 거요! 무덤 판 게 아니라 망자 목을 본 거요!”

“영감, 망자 목 보려면 무덤을 파야 하잖소. 그게 파묘요.”

곰보 박의 말에 영감은 입을 다물었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유성은 끌려가면서 영감에게 고개를 돌렸다.

“영감, 오늘 밤 객주 집 뒷문을 봐 주십시오. 석봉이 물지게를 지고 오면, 아니, 물지게를 안 지고 와도요.”

“내가 씨름판에서 소를 탄 사람이오.”

영감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육모방망이를 찾아 움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방망이는 원래 포도청 것이었다.

*

포도청 옥은 반지하였다. 바닥이 땅보다 낮아서 한낮에도 볕이 무릎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볏짚이 깔려 있었는데 그 볏짚이 눅눅하게 얼어 있었다. 유성이 들어간 칸 옆 칸에 백정 갑쇠가 누워 있었다. 부목을 댄 두 다리를 볏짚 위에 뻗고, 천장을 보고 있었다.

“나리도 들어왔소? 나리도 소 잡았소?”

“무덤을 팠습니다.”

“아이고. 소 잡는 것보다 더한 걸 하셨구먼.”

갑쇠는 끙끙대며 고개만 돌려 유성을 보았다. 쇠창살 사이로 소 피 냄새와 석회 냄새가 아직 넘어왔다. 엿새를 옥에 있었는데도 갑쇠의 냄새는 그대로였다.

“나리, 형조에서 내 옥안이 대궐로 올라간답디다. 나라님이 그걸 보신다고. 나라님이 소 잡는 백정 이름도 아시게 생겼소. 우리 할아버지가 들으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시겠소.”

“나라님께서 그 옥안을 보시면 흠을 찾으실 겁니다.”

“흠이 있소?”

“흠뿐입니다.”

갑쇠는 그 말을 듣고 한참 천장을 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웃었다. 웃다가 다리가 울려 신음을 했고, 신음하면서도 웃었다.

“마누라가 그랬소. 내 코 고는 소리가 흠이라고. 그 흠 때문에 내가 살겠구먼.”

*

밤에 성문을 닫는 종, 인정이 울리고 한참 지나서였다. 옥 바깥에 등불이 다가왔다. 털배자 자락이 쇠창살 앞에 멈췄다. 신경우였고, 혼자였다.

“오늘 밤이 네가 세던 그 밤이라지?”

유성은 볏짚에서 일어나 창살을 잡았다. 손바닥의 터진 자리가 쇠에 닿아 아렸다.

“대감, 객주 집에 포교를 보내십시오. 둘이면 됩니다. 칠패 물지게꾼 석봉입니다. 분이의 오라비입니다. 분이 머리의 비녀와 죽은 셋의 비녀가 같은 손으로 깎은 것입니다. 석봉은 칠월 그 밤 별채에 있던 여자들이 분이를 두고 거짓말을 했다고 믿습니다. 남은 건 연이 하나입니다.”

신경우는 등불을 창살 가까이 들었다. 유성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물지게꾼이라. 너는 범인을 하루에 하나씩 지어내는구나. 엊그제는 판서 댁 서방님이더니, 그다음엔 나더니, 오늘은 물지게꾼이냐?”

“오늘 밤 아기씨가 죽으면 지어낸 게 아니라는 걸 아실 겁니다.”

“객주가 장정 넷을 샀다더라. 장정 넷이면 됐다.”

“장정 넷은 대문을 지킵니다. 석봉은 대문으로 오지 않습니다. 십 년 동안 새벽마다 뒷문으로 물을 댄 사람입니다.”

신경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성은 창살 사이로 손을 뻗어 신경우의 오른손 소매를 잡았다. 신경우가 소매를 뿌리치려 했지만, 유성의 손이 먼저 소매 끝을 걷었다. 등불 아래 손등의 흉터 세 줄이 드러났다.

“고양이에게 긁히신 자리가 아닙니다. 손톱 셋이 나란히 긁은 자리입니다. 사람 손톱입니다. 분이 손목에 남은 손가락 자국도 굵었습니다. 대감, 칠월 그 밤 분이 손목을 쥔 손이 누구 손입니까?”

신경우가 소매를 홱 뿌리쳤다. 등불이 흔들려 옥 안의 그림자가 한꺼번에 기울었다. 신경우는 한 걸음 물러섰다. 숨이 거칠었다. 처음 보는 신경우였다. 그 얼굴은 금방 다시 굳었다.

“너는 시체를 너무 많이 만져서 산 사람 손도 시체 손으로 보이는구나.”

신경우는 등불을 거두고 돌아섰다. 몇 걸음 가다가 옥지기를 불렀다.

“이놈 칸 문은 자물쇠를 하나 더 채워라. 파루 전에 열면 네 목이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옆 칸에서 갑쇠가 숨을 죽이고 있다가, 다 멀어진 뒤에 작게 말했다.

“나리, 방금 그거 대감 손이오? 소 잡는 손보다 무섭구먼.”

*

축시가 지나고 인시가 다가올 무렵이었다. 축시는 새벽 한 시부터 세 시까지였고, 인시는 그다음이었다. 옥지기의 코 고는 소리가 반지하 복도 끝에서 일정하게 울렸다. 그 소리 사이로 치맛자락 끌리는 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순덕이었다. 머리에 수건도 없고 변장도 없었다. 한 손에 열쇠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순덕은 유성의 칸 앞에 쪼그려 앉아 자물쇠 두 개를 차례로 열었다. 손이 말보다 빠른 사람이었다.

“곰보 박한테 떡을 먹였소. 술에 담근 떡. 떡장수 하다 배운 거요. 술떡은 찌면 찐 대로 나오는데 먹으면 먹은 대로 자오.”

“다모, 이러면 면천 문서가…….”

“숯이 되겠지. 대청에서 대감이 나를 불러 놓고 그 종이를 화로 위에서 흔들었소. 그때 알았소. 그 종이는 처음부터 숯이었소. 대감이 쥐고 있는 동안은 종이가 아니었소.”

순덕은 자물쇠를 벗겨 볏짚 위에 내려놓았다. 문이 열렸다. 옆 칸에서 갑쇠가 몸을 일으키려다 다리를 못 움직여 도로 누웠다.

“나리, 나도 데려가소. 아니, 못 가지. 이 다리로는. 그럼 다녀오쇼. 다녀와서 나 좀 꺼내 주쇼.”

“꺼내 드리겠습니다.”

유성은 갑쇠의 창살을 한 번 잡았다 놓았다. 그리고 순덕을 따라 반지하 복도를 빠져나갔다.

포도청 담을 넘자 도성 거리는 아직 어두웠다. 칠패는 숭례문 밖에 있었다. 성문은 인정에 닫혀 파루에 열렸다. 둘은 숭례문 앞까지 뛰었다. 문은 닫혀 있었다. 문 앞에 새벽 장을 보러 나가려는 장사치 몇이 지게를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유성은 문 앞에 섰다. 숨이 목까지 차올라 입김이 하얗게 끊어져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순덕이 유성의 등을 손바닥으로 한 번 쳤다.

“숨 고르쇼. 문은 나리가 째려본다고 안 열리오.”

종이 울렸다. 서른세 번을 치는 새벽 종, 파루였다. 첫 번째 종소리가 숭례문 기와를 흔들고 나서 문이 열리기까지, 유성에게는 그 서른세 번이 한 번 한 번 다 들렸다. 문이 열렸다. 유성은 장사치들 지게 사이를 뚫고 뛰어나갔다.

*

칠패는 아직 장이 서지 않았다. 생선전 화톳불이 두엇 붉었고, 어디선가 개가 두 번 짖고 그쳤다. 객주 집 대문 앞에 장정 둘이 몽둥이를 끌어안고 앉아 졸고 있었다. 유성은 그 앞을 지나쳐 뒷담 골목으로 돌았다.

골목 입구에 갑봉 영감이 쓰러져 있었다. 유성이 무릎을 꿇고 영감을 뒤집었다. 영감은 눈을 껌벅이더니 머리를 감싸 쥐고 신음했다. 뒤통수에 혹이 솟아 있었다. 육모방망이는 영감의 품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나리……. 뒤에서 왔소. 물지게를 안 지고 왔소. 내가 씨름판에서 소를 탄 사람인데, 소는 앞에서 오지 뒤에서 안 오잖소…….”

순덕이 영감의 머리를 받쳤다. 유성은 뒷문으로 달려갔다.

뒷문이 열려 있었다. 빗장이 안쪽에서 풀려 땅에 떨어져 있었다. 별채 뒤뜰 우물가에 물지게 하나가 내려져 있었다. 물통 두 개에 물이 가득했고, 물 위에 얇은 살얼음이 덮였다. 지고 와서 내려놓고는 그대로 둔 물이었다. 물을 대러 온 사람이 물을 붓지 않고 갔다.

유성은 우물부터 보았다. 나무 뚜껑 위에 맷돌이 그대로 얹혀 있었다. 맷돌 위의 서리도 그대로였다.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유성은 그것을 보고 나서야 숨을 한 번 쉬었다.

안채로 뛰어 들어갔다. 안방 문을 열자 강 객주가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앉았다. 객주는 유성을 보고 소리를 지르려다, 유성의 눈이 제 옆자리를 보고 있는 것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객주 옆자리의 요가 비어 있었다. 이불이 반쯤 걷혀 있었고, 요 위에 손을 대 보니 식어 있었다. 연이가 한참 전에 일어난 자리였다.

베개 위에 비녀 하나가 가로로 놓여 있었다. 붉은빛이 도는 대추나무였다. 유성은 그것을 들어 등불 쪽으로 돌렸다. 끝에 작은 매듭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칼이 지나간 자리가 등불에 번들거렸다.

강 객주의 입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입만 벌어져 있었다. 그 입이 한참 뒤에야 딸의 이름을 불렀다. 연이야. 연이야. 대답이 없었다.

유성은 비녀를 품에 넣고 뒷문으로 다시 달려 나갔다. 순덕이 갑봉 영감을 부축하고 골목에 서 있었다. 날이 희붐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 뒷문 바깥, 밤새 내린 얇은 눈 위에 발자국이 나 있었다. 하나는 크고 깊었고, 하나는 작았다. 작은 발자국은 끌려간 자국이 아니라 걸어간 자국이었다. 두 발자국은 나란히 만초천 쪽으로 이어졌다.

순덕이 뒷문 고리를 가리켰다. 쇠고리 끝에 실 한 올이 걸려 바람에 떨고 있었다. 유성은 손을 뻗어 그것을 떼어 냈다.

붉은 비단실이었다. 끝분이 치수를 재고, 연이가 이로 물어 찢고, 연이가 제 손목에 감았던 그 혼수 비단의 실이었다.

그제 저녁 빗장 너머에서 연이가 손목을 들어 보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유성은 실을 손가락에 감았다. 그리고 만초천 쪽으로 뛰었다. 등 뒤에서, 포도청 쪽 성문 너머로 징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옥이 빈 것을 안 소리였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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