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366자)

찾아

남편 옷에서 다른 개 냄새가 난다 · 윤새벽

목요일 오후 다섯 시 반⁠, 예리 어머니 집 베란다에서 나는 해를 보고 있었다⁠. 해는 짧아졌고 방석은 빨리 식었다⁠. 예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예리가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쏟아졌다⁠. 갈라진 목소리였다⁠. 버터 냄새는 전화기를 건너오지 못하는데도 나는 누구인지 알았다⁠.

“⁠애가 없어졌어요⁠. 돌봄 교실에서 네 시에 나갔대요⁠. 혼자요⁠. 친구한테 할매 보러 간다고 했대요⁠. 내일 할매 평가하는 날인 거⁠, 내가 전화로 말하는 걸 들었나 봐요⁠.⁠”

“⁠어디세요⁠? 지금 갈게요⁠.⁠”

“⁠집이요⁠. 경찰에 전화했어요⁠. 저 사람한테도 했어요⁠. 언니⁠, 범돌⁠…⁠.⁠”

애 엄마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예리는 끝까지 듣지 않고 내 가슴줄을 집었다⁠. 나는 예리 앞으로 가서 등을 내밀었다⁠. 고리가 두 번 잠겼다⁠. 예리 어머니가 부엌에서 뛰어나왔다⁠.

“⁠무슨 일이야⁠?⁠”

“⁠애가 없어졌대⁠. 엄마⁠, 택시 좀 불러 줘⁠.⁠”

예리 어머니는 묻지 않았다⁠. 전화기를 들어 택시를 부르고⁠, 현관에서 우산 두 개를 꺼내 예리 손에 쥐여 주었다⁠. 현관문이 닫히기 전에 작은 노란 우산 하나를 더 내밀었다⁠.

“⁠애 찾으면 애도 씌워⁠.⁠”

예리 어머니의 손에서 들기름 냄새가 났다⁠. 택시 안에서 예리는 우산 세 개를 무릎에 올려놓고 내 등을 쓸었다⁠. 노란 우산에서 오래된 고무 냄새와 어린 예리의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예리가 어릴 때 쓰던 우산이었다⁠.

*

골목 끝 집 대문은 열려 있었다⁠. 애 엄마가 마당에 서 있었다⁠. 앞치마를 입은 채였고⁠, 손에 아이의 하늘색 내복 윗도리를 쥐고 있었다⁠. 감나무 밑 늙은 개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애 엄마가 내복을 예리에게 내밀었다⁠. 예리가 무릎을 꿇고 내복을 내 코앞에 펼쳤다⁠. 딸기 치약⁠, 크레파스⁠, 땀에 젖었다가 마른 머리카락⁠, 흡입기 약의 쓴 냄새⁠. 그리고 늙은 개⁠. 아이는 늙은 개를 안고 잤다⁠.

“⁠범돌⁠.⁠”

예리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손이 떨렸다⁠.

“⁠찾아⁠.⁠”

두 달 전 이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하품을 했다⁠. 찾아는 지금도 내가 아는 소리가 아니다⁠. 예리 손바닥에 간식이 없다는 것은 안다⁠. 오늘은 누구도 무엇을 내밀지 않았다⁠. 나는 내복에 코를 묻고 짧게⁠, 여러 번 끊어서 맡았다⁠. 층이 갈렸다⁠. 맨 아래에 아이의 겁이 있었다⁠. 경모의 겁과 같은 결이었다⁠.

나는 코를 땅에 댔다⁠.

*

아이의 냄새는 집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아이는 오늘 집에 오지 않았다⁠. 예리와 애 엄마가 나를 데리고 큰길 건너 학교 정문까지 뛰었다⁠. 정문 옆 돌봄 교실 출입문에 아이의 냄새가 가장 늦게 남아 있었다⁠. 거기서 냄새는 집 쪽으로 가지 않고 반대로 꺾였다⁠.

나는 걸었다⁠. 예리가 줄을 잡고 따라왔고 애 엄마가 예리 뒤에서 따라왔다⁠. 냄새는 큰길을 따라 횡단보도 두 개를 건넜다⁠. 아이는 신호를 지켰다⁠. 횡단보도마다 연석 앞에 냄새가 고여 있었다⁠. 기다린 자리였다⁠. 편의점 앞에서 냄새가 한 번 멈췄다⁠. 딸기우유⁠. 경모가 늘 사던 것이었다⁠. 아이는 돈이 없어서 사지 못하고 유리문 앞에서 서성였다⁠. 핫바 냄새가 났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공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냄새가 흩어졌다⁠. 사람이 너무 많이 지나간 자리였다⁠. 수십 사람의 신발 냄새와 담배꽁초와 떡볶이 국물이 아이 냄새를 덮었다⁠. 나는 멈췄다⁠. 예리가 줄을 당기지 않고 기다렸다⁠. 나는 정류장 둘레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코를 땅에서 떼지 않고⁠, 조금씩 바깥으로 넓혀 가며⁠. 두 바퀴째에 공원 쪽 화단 모서리에서 딸기 치약이 다시 코에 잡혔다⁠. 아주 옅었다⁠. 옅어도 있었다⁠.

“⁠찾았어⁠? 범돌⁠, 찾았어⁠?⁠”

애 엄마가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화단 모서리를 돌았다⁠. 애 엄마가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는 것을 나는 걸으면서 알았다⁠.

호수공원 가장자리로 들어가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는 비였다⁠. 가는 비는 냄새를 지우지 않고 땅에 눌러 붙인다⁠. 개들은 안다⁠. 나는 더 빨리 걸었다⁠.

산책로 한가운데 물웅덩이가 있었다⁠. 냄새는 웅덩이를 돌아가지 않고 가로질렀다⁠. 아이는 웅덩이를 피하지 않았다⁠. 나는 웅덩이 앞에서 한 번 멈췄다⁠. 우리 종은 젖은 땅을 밟지 않는다⁠. 나는 다섯 해 동안 비 오는 날 산책을 거부해 왔고⁠, 예리는 비 오는 날마다 우산을 쓰고 나를 안고 다녔다⁠. 웅덩이 위로 가로등 불빛이 떨렸다⁠.

나는 웅덩이를 밟았다⁠. 네 발이 다 젖었다⁠. 크림색 발이 흙탕물로 검게 물들었다⁠. 예리가 뒤에서 작게 소리를 냈다⁠. 놀란 소리였는지 우는 소리였는지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뒤에서 뛰는 발소리가 났다⁠. 구두 소리였다⁠. 골판지와 지게차 기름 냄새가 빗속을 뚫고 왔다⁠. 경모였다⁠. 회사에서 곧장 뛰어온 몸이었다⁠. 넥타이가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경모가 예리 옆에 따라붙었다⁠. 예리는 경모를 보지 않았다⁠. 대신 줄을 쥔 손을 조금 늦췄다⁠. 경모가 내 옆에서 같이 뛸 만큼⁠.

나는 경모가 옆에서 뛰는 것을 막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오늘은 걸 이유가 없었다⁠.

“⁠청구서 취하할게⁠.⁠”

경모가 뛰면서 말했다⁠. 숨이 찼다⁠.

“⁠애 찾고 말해⁠.⁠”

예리가 말했다⁠. 경모는 더 말하지 않았다⁠. 셋의 발소리와 내 발톱 소리가 젖은 산책로에서 섞였다⁠. 예리의 운동화⁠, 경모의 구두⁠, 애 엄마의 슬리퍼⁠. 애 엄마는 슬리퍼를 신은 채 나왔다⁠. 슬리퍼가 물을 먹어 걸음마다 철벅 소리가 났다⁠. 아무도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

냄새는 호수공원을 빠져나가 상가 뒤 좁은 길로 들어갔다⁠. 소독약 냄새가 짙어졌다⁠. 철망 우리의 냄새⁠, 기다리는 개들의 냄새⁠. 동물병원이었다⁠. 병원은 불이 꺼져 있었다⁠. 아이의 냄새는 병원 정문이 아니라 건물 뒤로 돌아갔다⁠.

건물 뒤에 낡은 환풍구가 있었다⁠. 철판 덮개 틈으로 격리장의 공기가 새어 나왔다⁠. 연고 냄새와 오래 누운 털 냄새⁠. 환풍구 밑에 아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아이는 하늘색 마스크를 손에 쥐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비에 젖어 이마에 붙어 있었다⁠. 무릎을 끌어안고 환풍구에 대고 말하고 있었다⁠.

“⁠할매⁠. 할매⁠, 나 왔어⁠. 할매 밥 먹어⁠. 내일 시험 잘 봐⁠. 물지 마⁠. 아무도 물지 마⁠.⁠”

숨이 말을 따라오지 못했다⁠. 쌕⁠, 쌕⁠. 말과 말 사이가 점점 길어졌다⁠. 환풍구 안쪽에서 낮게 쉰 짖음이 한 번 났다⁠. 숨을 아끼는 짖음이었다⁠. 늙은 개가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아이에게 달려갔다⁠. 아이 옆에 몸을 붙이고 엎드렸다⁠. 옆구리를 아이의 다리에 대고 내 온 무게를 실었다⁠. 늙은 개가 경모에게 하던 대로⁠.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짖었다⁠. 짧게⁠, 크게⁠, 여러 번⁠. 여기라는 소리였다⁠.

아이의 몸이 차가웠다⁠. 숨이 더 좁아졌다⁠. 아이가 나를 보았다⁠.

“⁠범돌⁠… 여우가 호랑이래⁠…⁠.⁠”

웃으려다 숨이 막혔다⁠.

경모가 먼저 닿았다⁠. 경모는 아이 앞에 무릎을 꿇고 외투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작은 플라스틱 통이 나왔다⁠. 쓴 약 냄새가 났다⁠. 두 달 전 금요일 밤⁠, 관절 간식 옆에 들어 있던 통이었다⁠. 경모는 아픈 데가 없다⁠. 경모는 이 년 동안 아이의 약을 외투에 넣고 다녔다⁠.

“⁠숨 내쉬어⁠. 다 내쉬어⁠. 됐어⁠. 이거 물어⁠.⁠”

칙⁠.

“⁠하나⁠, 둘⁠, 셋⁠, 넷⁠.⁠”

경모가 숫자를 세었다⁠. 애 엄마가 세던 것과 같은 빠르기였다⁠. 이 년 동안 대문 앞에서 들은 빠르기였다⁠. 칙⁠. 하나⁠, 둘⁠, 셋⁠, 넷⁠. 아이의 숨이 조금 길어졌다⁠. 다시 조금 길어졌다⁠. 아이가 경모의 외투 깃을 붙잡았다⁠. 경모가 아이를 안아 올렸다⁠. 아이는 밀어내지 않았다⁠.

예리와 애 엄마가 뛰어왔다⁠. 애 엄마가 아이에게 손을 뻗다가 멈췄다⁠. 아이가 경모의 목에 팔을 감고 있었다⁠. 애 엄마는 손을 거두지 않고 아이의 젖은 등에 얹었다⁠.

“⁠할매 내일 죽어⁠?⁠”

아이가 경모의 어깨에 대고 물었다⁠.

“⁠안 죽어⁠.⁠”

“⁠아저씨가 막아⁠?⁠”

경모가 숨을 한 번 쉬었다⁠. 경모의 귀 뒤는 젖지 않았다⁠. 비에 젖었을 뿐이었다⁠.

“⁠아빠가 막을게⁠.⁠”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경모의 목을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예리가 고개를 돌렸다⁠. 나는 아이의 늘어진 운동화 끈을 핥았다⁠. 흙탕물 맛이 났다⁠.

*

차 한 대가 골목 입구에 급히 멈췄다⁠. 머리 굳히는 약 냄새가 빗속에서도 진했다⁠. 시어머니가 우산도 없이 내렸다⁠. 붕대 감은 손목을 가슴에 대고 뛰어왔다⁠. 경모가 전화를 돌린 사람 가운데 시어머니도 있었다⁠.

시어머니는 경모 품의 아이를 보았다⁠. 아이가 고개를 들어 시어머니를 보았다⁠. 아이의 숨이 다시 짧아졌다⁠. 아이가 경모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일어났다⁠. 경모와 시어머니 사이로 걸어가 멈췄다⁠. 귀를 뒤로 붙였다⁠. 세모난 귀는 늘어진 귀처럼 붙지 않지만⁠, 힘을 주면 머리에 바짝 눕는다⁠. 이빨은 보이지 않았다⁠. 소리도 내지 않았다⁠. 늙은 개가 감나무 밑에서 한 일 가운데 앞의 절반만 했다⁠. 시어머니가 걸음을 멈췄다⁠. 시어머니의 눈이 내 이빨을 찾다가 찾지 못하고 내 얼굴에서 멈췄다⁠.

“⁠봐라⁠.⁠”

시어머니가 말했다⁠. 목소리가 빗속에서 떨렸다⁠.

“⁠여덟 살짜리가 혼자 이 밤에 이 비를 맞고 이 킬로를 걸었어⁠. 숨도 못 쉬는 애가⁠. 엄마는 뭐 했니⁠. 이게 법원에 다 들어간다⁠.⁠”

“⁠제가 일하는 동안 애가 할매를 찾으러 나왔어요⁠.⁠”

애 엄마가 말했다⁠. 아이 등에 얹은 손을 떼지 않았다⁠.

“⁠할매를 가둔 건 어머님이에요⁠.⁠”

“⁠그 개가 나를 물었어⁠.⁠”

“⁠어머님이 애를 끌고 가니까요⁠.⁠”

경모가 아이를 안은 채 시어머니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나는 비키지 않았다⁠. 경모가 내 옆에 와서 멈췄다⁠.

“⁠엄마⁠. 청구서 취하할 거야⁠. 조정 날 내가 들어가서 직접 말할 거야⁠. 애는 엄마랑 살아⁠.⁠”

“⁠그러면 나는 진술서 다시 낸다⁠. 내일 평가 위원회에⁠. 처분해 달라고⁠.⁠”

“⁠내⁠.⁠”

경모의 목소리는 낮았다⁠. 낮아서 빗소리를 뚫었다⁠.

“⁠엄마 손목 문 개가 내 아들을 지켰어⁠. 엄마가 팔 년 전에 못 한 걸 저 늙은 개가 했어⁠. 엄마는 그때 나를 지켰다고 했지⁠. 아니야⁠. 엄마는 엄마를 지켰어⁠. 엄마 같은 인생이 나한테 다시 올까 봐⁠. 그 인생은 오지도 않았는데⁠.⁠”

시어머니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붕대 감은 손목을 다른 손으로 쥐었다⁠. 오래전에 물린 바짓단을 쥐던 손이었다⁠.

“⁠나는 너를 미용실 의자 밑에서 키웠다⁠.⁠”

“⁠알아⁠. 그래서 고마워⁠. 그래서 애는 엄마처럼 안 키울 거야⁠. 숨기고 빼앗아서 키우지 않을 거야⁠.⁠”

시어머니는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나를 보았다⁠. 나는 시어머니와 아이 사이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비가 내 붉은 갈색 털을 등에 납작하게 붙였다⁠. 생쥐 꼴이었다⁠. 생쥐 꼴로도 비키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돌아서서 차로 걸어갔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차 문이 닫혔다⁠. 차는 한참 동안 출발하지 않았다⁠. 와이퍼만 움직였다⁠.

예리가 노란 우산을 펴서 아이 머리 위로 씌웠다⁠. 우산이 작아서 아이의 머리만 가렸다⁠. 애 엄마가 경모 품에서 아이를 받아 안았다⁠. 아이는 이번에는 엄마의 목을 감았다⁠. 애 엄마가 경모를 보았다⁠.

“⁠조정 날 와요⁠. 와서 직접 말해요⁠.⁠”

애 엄마는 한 번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

“⁠아빠면⁠.⁠”

환풍구 안쪽에서 늙은 개가 다시 한 번 짖었다⁠. 이번에는 숨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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