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670자)

두 어머니

남편 옷에서 다른 개 냄새가 난다 · 윤새벽

경모는 일주일째 거실에서 잔다⁠. 안방 문은 닫혀 있고⁠, 문 안에는 예리 혼자 있다⁠. 거실 소파는 하나라서 밤마다 경모와 나는 소파를 두고 다툰다⁠. 첫날은 경모가 먼저 누웠다⁠. 나는 경모의 배 위로 올라가 한가운데에 몸을 말았다⁠. 경모가 숨이 막힌다며 바닥으로 내려갔다⁠. 둘째 날부터 경모는 처음부터 바닥에 이불을 깔았다⁠. 소파는 내 땅이 되었다⁠.

밤이 깊으면 경모는 바닥에 누운 채 천장을 보았다⁠. 잠든 숨이 아니었다⁠. 나는 소파 위에서 경모의 숨을 들었다⁠. 사흘째 밤에 경모가 손을 소파 쪽으로 뻗었다⁠. 내 털 끝에 손가락이 닿을락 말락 했다⁠. 나는 몸을 빼지 않았다⁠. 대신 등을 돌렸다⁠. 손가락은 내 등 털에 닿은 채 아침까지 그대로 있었다⁠.

아침에 경모는 가슴줄을 들지 않았다⁠. 다섯 달 동안 날마다 현관에서 무릎을 꿇던 사람이 일주일째 가슴줄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는 현관에 앉아 경모가 구두 신는 것을 보았다⁠. 가슴줄을 들고 오지 않는 경모는 싸울 상대가 없었다⁠. 이상하게 허전했다⁠. 비명을 지를 일이 없는 아침은 아침 같지 않았다⁠.

*

오후 산책은 날마다 골목 끝 집이었다⁠. 예리는 이제 줄을 당기지 않았다⁠. 예리가 먼저 골목 끝 집으로 걸었다⁠.

애 엄마와 예리는 대문 앞에서 짧게 말했다⁠. 들어오라고도 하지 않았고 가라고도 하지 않았다⁠. 예리가 편의점에서 산 딸기우유를 대문 기둥 위에 올려놓으면 애 엄마가 식빵 테두리를 한 봉지 내밀었다⁠. 사람 무리 둘이 서로 먹이를 바꿨다⁠. 개들은 먹이를 바꾸는 일을 휴전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다음 날도 온다⁠.

늙은 개의 뒷다리는 더 나빠졌다⁠. 마루 앞 댓돌을 오르지 못해 미닫이문 앞에 눕지 못하고 댓돌 아래 시멘트에 누웠다⁠. 아이가 자는 방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진 자리였다⁠. 늙은 개는 거기서도 고개를 미닫이문 쪽으로 두었다⁠.

“⁠병원에서는 수술하래요⁠. 관절을 갈아 끼우는 거래요⁠. 열네 살 개를요⁠. 수술비가 내 석 달 월급이에요⁠.⁠”

애 엄마가 말했다⁠. 예리는 대답하지 않고 늙은 개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줄 끝까지 가서 늙은 개 옆에 엎드렸다⁠. 늙은 개는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세 걸음이 한 걸음이 되었다⁠. 늙은 개의 옆구리가 오르내릴 때마다 연고 냄새와 오래 누운 털 냄새가 올라왔다⁠. 나는 늙은 개가 고개를 둔 대로 고개를 두었다⁠. 미닫이문을 향해서⁠.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마당 끝에서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털은 만지지 않았다⁠. 대신 쪼그려 앉아 내 앞에서 킁킁 냄새를 맡았다⁠. 짧게 끊어서⁠. 그러고는 예리를 올려다보았다⁠.

“⁠여우 엄마⁠, 아저씨 왜 안 와⁠? 아저씨가 할매 산책시켜야 되는데⁠. 엄마는 할매를 너무 빨리 걸려⁠.⁠”

예리가 애 엄마를 보았다⁠. 애 엄마는 빨래를 걷다가 손을 멈췄다⁠.

“⁠아저씨 요즘 바빠⁠.⁠”

“⁠바쁘면 밤에 오면 되잖아⁠. 밤에는 안 바쁘잖아⁠.⁠”

아이의 말은 틀린 데가 없었다⁠. 어른 둘이 대답하지 못했다⁠. 늙은 개가 늘어진 귀를 한 번 털었다⁠.

*

토요일 오후⁠, 우리 집에 손님이 둘 왔다⁠.

먼저 온 사람은 예리 어머니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전부터 들기름 냄새와 파스 냄새가 복도를 타고 왔다⁠. 나는 현관문에 몸을 던졌다⁠. 우리 종은 반가움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들 한다⁠. 나도 평소에는 그렇다⁠. 예리 어머니 앞에서는 아니다⁠.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예리 어머니의 다리 사이를 다섯 바퀴 돌았고⁠, 바닥에 드러누워 배를 보였고⁠, 다시 일어나 비명을 질렀다⁠. 아침마다 경모에게 지르던 소리와 같은 소리였는데 뜻이 정반대였다⁠. 예리 어머니가 나를 안아 올렸다⁠.

“⁠아이고⁠, 우리 범돌⁠. 할미 보고 싶었어⁠? 살 빠졌네⁠. 너네 엄마가 밥 안 주니⁠?⁠”

“⁠엄마⁠, 범돌 사료 정해진 양 있어⁠. 아무거나 주지 마⁠.⁠”

예리 어머니는 대답 대신 가방에서 은박지 뭉치를 꺼냈다⁠. 북어 껍질을 들기름에 구운 것이었다⁠. 내가 강아지 때 두 해를 산 집에서 일요일마다 얻어먹던 냄새였다⁠. 예리가 고개를 저었고⁠, 예리 어머니는 예리가 돌아선 사이에 은박지를 내 입에 밀어 넣었다⁠.

다음에 온 사람은 시어머니였다⁠. 머리 굳히는 약 냄새가 현관에 들어서자 나는 재채기를 했다⁠. 시어머니는 거실 소파 맨 끝⁠, 나와 가장 먼 자리에 앉았다⁠. 가방은 무릎 위에 올렸다⁠. 지난번에 내가 가방 위에 앉은 것을 시어머니는 잊지 않았다⁠.

시어머니 뒤로 경모가 들어왔다⁠. 경모는 식탁 의자를 끌어와 두 어머니 사이에 앉았다⁠. 예리는 부엌 입구에 서 있었다⁠. 나는 거실 한가운데 깔개 위에 엎드렸다⁠. 사람 넷이 나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은 모양이 되었다⁠.

시어머니가 가방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종이에서 복사기 냄새와 남의 손 냄새가 났다⁠. 변호사의 손이었다⁠.

“⁠사부인⁠, 바쁘신데 오시라고 해서 죄송해요⁠. 먼저 말씀드릴게요⁠. 우리 경모한테 아들이 있어요⁠. 저는 이 애를 서씨 집 호적에⁠, 아니 요새 말로 가족관계에 올리려고 해요⁠. 경모가 인지 신고라는 걸 하면 법적으로 아빠가 돼요⁠. 그다음에 법원에 아이를 누가 키울지 정해 달라고 하면 돼요⁠.⁠”

“⁠누가 키울지요⁠?⁠”

예리 어머니가 북어 은박지를 접으며 물었다⁠.

“⁠애 엄마는 새벽 네 시에 빵 공장에 나가요⁠. 여덟 살짜리를 늙은 개랑 둘이 두고요⁠. 애가 천식이에요⁠. 작년 겨울에 응급실을 세 번 갔대요⁠. 변호사 말이 법원은 그런 걸 본대요⁠. 아빠 집은 아파트고⁠, 엄마가 집에서 일하고⁠, 할머니가 근처에 있고⁠.⁠”

시어머니가 예리를 보았다⁠. 엄마가 집에서 일한다는 말이 예리를 가리켰다⁠. 예리가 부엌 입구에서 팔짱을 꼈다⁠.

예리 어머니가 은박지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천천히 움직이는 손이 가장 무섭다⁠. 개들은 안다⁠.

“⁠사부인⁠. 우리 애 아버지도 집이 둘이었어요⁠. 저는 삼십 년을 남의 집 애 생일 챙기는 남편 와이셔츠를 다리며 살았어요⁠. 그 셔츠에서 남의 집 냄새가 났어요⁠. 비누 냄새가 달랐어요⁠. 우리 애한테 이제 와서 남의 집 애를 데려다 키우라고요⁠?⁠”

“⁠남의 집 애 아니에요⁠. 경모 애예요⁠.⁠”

“⁠우리 애한텐 남의 집 애예요⁠.⁠”

“⁠그러면 이혼시키세요⁠. 그건 사부인 댁 마음이에요⁠. 우리 손주는 우리가 데려와요⁠.⁠”

거실 공기가 굳었다⁠. 경모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앉았다⁠. 예리의 숨이 멈췄다⁠. 예리 어머니가 시어머니를 똑바로 보았다⁠.

“⁠애가 천식이라면서요⁠. 그럼 범돌은요⁠? 이 집에 개가 있는데⁠.⁠”

“⁠개는 친정으로 보내야지요⁠. 원래 사부인 댁에서 키우던 개라면서요⁠.⁠”

모두가 나를 보았다⁠.

사람 넷의 눈이 한꺼번에 나에게 왔다⁠. 나는 깔개 위에서 고개를 들었다⁠. 친정이라는 소리는 모른다⁠. 보내라는 소리도 뜻으로는 모른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개를 볼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안다⁠. 동물병원 진료대에 올라가기 전에도⁠, 강아지 때 예리 어머니 집에서 예리 품에 안겨 이 아파트로 오기 전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나를 보았다⁠. 개가 옮겨질 때다⁠. 개의 자리가 바뀔 때다⁠.

나는 일어나서 예리에게 갔다⁠. 예리 다리 뒤에 몸을 붙이고 앉았다⁠. 꼬리가 등에서 저절로 풀려 내려왔다⁠.

“⁠범돌은 어디도 안 가요⁠.⁠”

예리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애가 오면⁠?⁠”

시어머니가 물었다⁠. 예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예리가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나는 처음 들었다⁠.

모두가 경모를 보았다⁠. 두 어머니 사이에 앉은 경모는 두 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경모의 귀 뒤는 젖지 않았다⁠. 대신 손바닥이 젖었다⁠. 힘쓰는 땀이었다⁠.

“⁠인지 신고는 할게요⁠.⁠”

경모가 말했다⁠. 시어머니의 어깨가 내려갔다⁠. 예리 어머니가 고개를 돌렸다⁠.

“⁠애가 크면 아빠 없다는 거짓말도 같이 커요⁠. 예리가 그랬어요⁠. 맞는 말이에요⁠. 아빠는 있는 거로 할게요⁠. 그건 제가 해요⁠.⁠”

경모가 시어머니를 보았다⁠.

“⁠애 데려오는 건 안 해요⁠. 애는 엄마랑 살아요⁠. 엄마가 법원에 뭘 내든 저는 이름 안 빌려줘요⁠. 범돌도 어디 안 가요⁠.⁠”

시어머니가 종이를 가방에 도로 넣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인지만 해 놓으면 나머지는 법원이 정한다⁠. 네가 이름을 빌려주든 말든⁠.⁠”

시어머니는 먼저 일어났다⁠. 현관에서 구두를 신다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예리 다리 뒤에서 시어머니를 보았다⁠. 시어머니가 경모에게 말했다⁠.

“⁠너 어릴 때 개 키우자고 그렇게 졸랐지⁠. 미용실에 개털 날리면 안 된다고 내가 끝까지 안 된다고 했어⁠. 그랬더니 대학 가서 시장에서 한 마리 사 왔잖니⁠. 저 집 늙은 개⁠.⁠”

경모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문을 닫고 나갔다⁠. 머리 굳히는 약 냄새가 현관에 한참 남았다⁠.

예리 어머니는 늦게까지 있었다⁠. 싱크대에서 그릇을 씻으며 예리에게 등을 보인 채 말했다⁠.

“⁠네 아빠는 끝까지 말 안 했어⁠. 내가 먼저 알아냈지⁠. 저 사람은 말은 하네⁠.⁠”

“⁠엄마⁠, 그게 편드는 거야⁠?⁠”

“⁠편드는 거 아니야⁠. 다른 걸 다르다고 하는 거지⁠. 범돌 방석 우리 집에 아직 있다⁠. 언제든 와⁠.⁠”

예리 어머니가 고무장갑을 벗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에서 들기름과 세제 냄새가 같이 났다⁠. 언제든 오라는 소리를 나는 모른다⁠. 예리 어머니 집의 내 방석은 기억한다⁠. 해가 드는 베란다 구석에 있었다⁠.

*

월요일 아침⁠, 경모는 출근 대신 골목 끝 집에 먼저 갔다⁠. 예리와 내가 따라갔다⁠. 경모가 그러자고 했다⁠. 애 엄마한테 말하는 것을 예리가 직접 보라고⁠.

애 엄마는 새벽 일을 마치고 막 돌아온 몸이었다⁠. 밀가루가 소매에서 아직 떨어지고 있었다⁠. 늙은 개는 댓돌 아래 누워 고개만 들었다⁠. 경모가 대문 안에 들어서지 않고 문턱 밖에서 말했다⁠.

“⁠오늘 인지 신고 하러 가⁠.⁠”

“⁠하지 마요⁠.⁠”

애 엄마의 대답은 빨랐다⁠.

“⁠그 순간부터 그 집 어머니가 법적으로 할머니가 돼요⁠. 법원에 우리 애 데려가겠다고 서류 넣을 수 있게 돼요⁠. 내가 팔 년을 막았는데⁠, 당신이 하루 만에 문을 열어 주는 거예요⁠.⁠”

“⁠애가 아빠 없다는 거짓말⁠, 언젠가 알게 돼⁠.⁠”

“⁠그 거짓말은 내가 했어요⁠. 갚아도 내가 갚아요⁠. 당신이 왜 대신 정해요⁠?⁠”

“⁠내가 아빠라서⁠.⁠”

경모가 말했다⁠. 애 엄마의 손에서 밀가루가 떨어졌다⁠. 늙은 개가 댓돌 아래에서 경모를 보았다⁠. 늘어진 귀가 들썩였다⁠. 경모는 휘파람을 불지 않았다⁠. 불고 싶은 입이었는데 불지 않았다⁠.

“⁠팔 년 동안 아빠 아니었잖아요⁠.⁠”

“⁠몰랐어⁠. 이제는 알아⁠. 알면서 모른 척하면 우리 엄마랑 똑같아져⁠.⁠”

애 엄마가 대문을 닫았다⁠. 쾅 소리가 나지 않았다⁠. 천천히 닫았다⁠. 문이 다 닫히기 전에 문틈으로 늙은 개의 눈이 보였다⁠. 늙은 개는 경모를 끝까지 보았다⁠.

주민센터는 큰길 건너 상가 2층에 있었다⁠. 개는 들어갈 수 없어서 예리와 나는 건물 앞 은행나무 밑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은행 열매가 발밑에서 터져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나는 은행 열매를 하나하나 피해 걸었다⁠. 우리 종은 더러운 것을 밟지 않는다⁠. 예리가 그런 나를 보며 처음으로 조금 웃었다⁠.

“⁠너는 이 와중에도 깔끔 떠니⁠.⁠”

삼십 분 뒤에 경모가 내려왔다⁠. 손에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종이에서 도장 인주 냄새가 났다⁠. 경모는 벤치 앞에 서서 예리에게 종이를 보여 주지 않았다⁠. 대신 예리 옆에 앉았다⁠.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예리 옆에⁠.

예리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경모가 화면을 보았다⁠. 예리가 화면을 보았다⁠. 나는 화면 대신 경모의 손을 보았다⁠. 손바닥이 다시 젖었다⁠. 찬 땀이었다⁠.

“⁠「⁠들었다⁠. 잘했다⁠. 이제 법원 가자⁠.⁠」⁠”

예리가 소리 내어 읽었다⁠. 은행나무에서 열매 하나가 떨어져 벤치 옆에서 터졌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경모의 손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더 짙었다⁠. 경모는 문을 하나 열었다⁠. 열린 문으로 누가 먼저 들어올지 경모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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