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수면 이백 년 뒤, 국보가 되었다
일 년만 자기로 했는데, 깨어 보니 유리관 속 국보였다
백로하@baekroha작품 소개
2226년 3월, 서울 용산 국립박물관 동관 삼 층 「21세기관」 유리 전시관 안에 2026년의 원룸과 편의점 계산대가 재현되어 있고, 그 안에서 스물일곱 살 편의점 알바 오주봉이 매일 오후 두 시 관람객 사천 명 앞에서 컵라면을 먹는다. 빚 삼천만 원을 갚으려고 「일 년만 자고 일어나는」 냉동 수면 실험에 지원했던 그는 이백 년 뒤에 깨어났고, 깨어나 보니 나라가 지정한 「살아 있는 국보」였다. 유리 앞 설명판에는 편의점이 「21세기인이 밤마다 불을 밝히던 사당」으로, 알바가 「하급 사제」로 적혀 있다. 2226년의 서울은 바다가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둑 안에 산다. 돈은 손바닥으로 쓰는 「몫」이고, 문과 물과 밥틀은 시민의 손바닥에만 열린다. 주봉의 손바닥을 대면 기계는 한결같이 말한다. 「유물입니다.」 관장 기라온은 그를 영원히 전시하려 한다. 깨어난 지 백 날째인 6월 7일, 그를 보존 수면에 재웠다가 해마다 봄에 한 달씩 깨워 천 년 동안 보여 주는 「천 년 전시」다. 막을 길은 하나, 시민 법정에 서서 시민이 되는 것. 그러려면 관장이 주지 않은 밥, 제 손으로 일해서 받은 밥 스물한 끼를 먹어야 하고, 그를 곁에서 지켜본 시민 하나가 「곁」으로 서 주어야 한다. 그런데 유리관 안으로 들어오는 밥은 전부 관장의 밥이다. 주봉이 가진 것은 2026년 야간 편의점에서 익힌 손뿐이다. 컵라면 물 맞추기, 「어서 오세요」, 봉투 필요하냐고 묻는 목소리, 밤새 버티는 허리. 그는 그 손으로 유리관 문을 열고, 박물관 로비에 편의점을 열고, 끝내 박물관 정문을 나가 바닷바람 부는 둑시장에서 국물을 맞춘다. 한 끼를 벌 때마다 기라온은 문을 하나씩 닫는다. 구내식당 계약을 끊고, 경비 로봇을 갈아 치우려 하고, 「국보 도난」을 신고한다. 그리고 박물관 보존실에는 같은 실험의 다른 냉동자, 일흔다섯 살 염순태가 아직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다. 이백 년 전 대기실에서 주봉과 컵라면 하나를 반씩 나눠 먹기로 약속한 사람이다. 국보는 늙지 않는다. 시민은 늙는다. 주봉은 늙는 쪽을 고른다. 19세 이상 · 연재 중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SF
박물관 유리 너머에서 옛날 사람의 밥그릇을 볼 때마다, 저 그릇으로 밥을 먹던 사람이 지금 걸어 들어와 설명판을 읽으면 얼마나 웃을까 생각했습니다. 오주봉은 그 웃음을 맡은 사람입니다. 이백 년 뒤 사람들은 그의 시대를 열심히 연구했지만 많이 틀렸고, 그는 틀린 것을 바로잡는 대신 손으로 보여 줍니다. 컵라면에 물을 어디까지 붓는지, 손님을 어떻게 맞는지, 새벽 네 시에 무엇을 먹는지. 주봉은 깨끗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박수를 받는 국보 자리가 편하다는 것을 알고, 시민이 되면 다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는 것도 압니다. 그가 이기면 박물관은 문을 닫을지도 모르고, 그를 도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습니다. 웃음은 엉터리 전시 설명과 경비 로봇 팔팔이,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맞는 일을 처음 겪는 2226년 손님들에게 많이 맡겼습니다. 아픈 자리는 둑 마을에 두었습니다. 바다가 집을 삼킨 사람들에게 주봉은 귀한 옛사람이 아니라 바다를 올린 시대의 사람입니다. 관장 기라온도 그 둑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그녀가 그를 유리관에 넣어 두려는 데는 돈과 고집 말고도 까닭이 있습니다. 국립박물관 21세기관, 겨울잠 연구소, 둑시장과 모든 인물, 2226년의 법은 지어낸 것입니다. 용산과 한강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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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2화 · 평균 5,526자
1화(6,060자)
두 시의 컵라면
2026.10.25
2화(5,759자)
유물입니다
2026.10.25
3화(5,506자)
어서 오세요
2026.10.25
4화(5,427자)
팔팔이의 규칙
2026.10.25
5화(5,460자)
치료 대기
2026.10.25
6화(5,403자)
정문 밖
2026.10.25
7화(5,366자)
바다 맛
2026.10.25
8화(5,550자)
야간 손님
2026.10.25
9화(5,392자)
곁
2026.10.25
10화(5,527자)
스물한 끼
2026.10.25
11화(5,473자)
천 년 잠
2026.10.25
12화(5,394자)
다음 전시
2026.10.25
댓글 6
귤까는중2026.10.27· 3화
이백 년 뒤 사람들 말은 알아들을 수 있나요?
백로하작가2026.10.27
대부분은 알아들어요. 그런데 낱말 뜻이 조금씩 바뀌어 있어서 오해가 자꾸 생깁니다.
책갈피곰2026.10.26· 1화
일 년만 자기로 했는데 이백 년이면 계약한 회사는 어떻게 된 거예요?
백로하작가2026.10.27
주인공이 제일 먼저 묻는 것도 그거예요. 답해 줄 사람을 찾는 데만 한참 걸립니다.
소금빵2026.10.26· 2화
국보가 된 사람은 박물관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백로하작가2026.10.27
원칙대로라면 못 나가요. 국보는 반출 허가가 있어야 하거든요. 사람인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이 작품의 웃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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