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연재 중SF재치 있는따뜻한긴장된비정기

냉동 수면 이백 년 뒤, 국보가 되었다

일 년만 자기로 했는데, 깨어 보니 유리관 속 국보였다

백로하@baekroha
12화·조회 1.2만·저장 364·완독률 73%
첫 화 무료로 읽기

작품 소개

2226년 3월⁠, 서울 용산 국립박물관 동관 삼 층 「⁠21세기관⁠」 유리 전시관 안에 2026년의 원룸과 편의점 계산대가 재현되어 있고⁠, 그 안에서 스물일곱 살 편의점 알바 오주봉이 매일 오후 두 시 관람객 사천 명 앞에서 컵라면을 먹는다⁠. 빚 삼천만 원을 갚으려고 「⁠일 년만 자고 일어나는⁠」 냉동 수면 실험에 지원했던 그는 이백 년 뒤에 깨어났고⁠, 깨어나 보니 나라가 지정한 「⁠살아 있는 국보⁠」였다⁠. 유리 앞 설명판에는 편의점이 「⁠21세기인이 밤마다 불을 밝히던 사당⁠」으로⁠, 알바가 「⁠하급 사제⁠」로 적혀 있다⁠. 2226년의 서울은 바다가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둑 안에 산다⁠. 돈은 손바닥으로 쓰는 「⁠몫⁠」이고⁠, 문과 물과 밥틀은 시민의 손바닥에만 열린다⁠. 주봉의 손바닥을 대면 기계는 한결같이 말한다⁠. 「⁠유물입니다⁠.⁠」 관장 기라온은 그를 영원히 전시하려 한다⁠. 깨어난 지 백 날째인 6월 7일⁠, 그를 보존 수면에 재웠다가 해마다 봄에 한 달씩 깨워 천 년 동안 보여 주는 「⁠천 년 전시⁠」다⁠. 막을 길은 하나⁠, 시민 법정에 서서 시민이 되는 것⁠. 그러려면 관장이 주지 않은 밥⁠, 제 손으로 일해서 받은 밥 스물한 끼를 먹어야 하고⁠, 그를 곁에서 지켜본 시민 하나가 「⁠곁⁠」으로 서 주어야 한다⁠. 그런데 유리관 안으로 들어오는 밥은 전부 관장의 밥이다⁠. 주봉이 가진 것은 2026년 야간 편의점에서 익힌 손뿐이다⁠. 컵라면 물 맞추기⁠, 「⁠어서 오세요⁠」⁠, 봉투 필요하냐고 묻는 목소리⁠, 밤새 버티는 허리⁠. 그는 그 손으로 유리관 문을 열고⁠, 박물관 로비에 편의점을 열고⁠, 끝내 박물관 정문을 나가 바닷바람 부는 둑시장에서 국물을 맞춘다⁠. 한 끼를 벌 때마다 기라온은 문을 하나씩 닫는다⁠. 구내식당 계약을 끊고⁠, 경비 로봇을 갈아 치우려 하고⁠, 「⁠국보 도난⁠」을 신고한다⁠. 그리고 박물관 보존실에는 같은 실험의 다른 냉동자⁠, 일흔다섯 살 염순태가 아직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다⁠. 이백 년 전 대기실에서 주봉과 컵라면 하나를 반씩 나눠 먹기로 약속한 사람이다⁠. 국보는 늙지 않는다⁠. 시민은 늙는다⁠. 주봉은 늙는 쪽을 고른다⁠. 19세 이상 · 연재 중

작가의 창작 노트

장르
SF

박물관 유리 너머에서 옛날 사람의 밥그릇을 볼 때마다⁠, 저 그릇으로 밥을 먹던 사람이 지금 걸어 들어와 설명판을 읽으면 얼마나 웃을까 생각했습니다⁠. 오주봉은 그 웃음을 맡은 사람입니다⁠. 이백 년 뒤 사람들은 그의 시대를 열심히 연구했지만 많이 틀렸고⁠, 그는 틀린 것을 바로잡는 대신 손으로 보여 줍니다⁠. 컵라면에 물을 어디까지 붓는지⁠, 손님을 어떻게 맞는지⁠, 새벽 네 시에 무엇을 먹는지⁠. 주봉은 깨끗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박수를 받는 국보 자리가 편하다는 것을 알고⁠, 시민이 되면 다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는 것도 압니다⁠. 그가 이기면 박물관은 문을 닫을지도 모르고⁠, 그를 도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습니다⁠. 웃음은 엉터리 전시 설명과 경비 로봇 팔팔이⁠,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맞는 일을 처음 겪는 2226년 손님들에게 많이 맡겼습니다⁠. 아픈 자리는 둑 마을에 두었습니다⁠. 바다가 집을 삼킨 사람들에게 주봉은 귀한 옛사람이 아니라 바다를 올린 시대의 사람입니다⁠. 관장 기라온도 그 둑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그녀가 그를 유리관에 넣어 두려는 데는 돈과 고집 말고도 까닭이 있습니다⁠. 국립박물관 21세기관⁠, 겨울잠 연구소⁠, 둑시장과 모든 인물⁠, 2226년의 법은 지어낸 것입니다⁠. 용산과 한강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이 이야기에 남긴 반응

회차 목록

총 12화 · 평균 5,526자

댓글 6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귤까는중2026.10.27· 3화

    이백 년 뒤 사람들 말은 알아들을 수 있나요?

    • 백로하작가2026.10.27

      대부분은 알아들어요. 그런데 낱말 뜻이 조금씩 바뀌어 있어서 오해가 자꾸 생깁니다.

  • 책갈피곰2026.10.26· 1화

    일 년만 자기로 했는데 이백 년이면 계약한 회사는 어떻게 된 거예요?

    • 백로하작가2026.10.27

      주인공이 제일 먼저 묻는 것도 그거예요. 답해 줄 사람을 찾는 데만 한참 걸립니다.

  • 소금빵2026.10.26· 2화

    국보가 된 사람은 박물관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 백로하작가2026.10.27

      원칙대로라면 못 나가요. 국보는 반출 허가가 있어야 하거든요. 사람인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이 작품의 웃음입니다.

SF 작품 더 보기

이런 이야기라면 나는 다르게 만들고 싶다

당신만의 인물과 세계로 새 이야기를 시작해 보세요.

나도 내 이야기 만들기
냉동 수면 이백 년 뒤, 국보가 되었다 · 나오늘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