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366자)

바다 맛

냉동 수면 이백 년 뒤, 국보가 되었다 · 백로하

짰다⁠.

처음에는 이것밖에 몰랐다⁠. 눈이 따가워 감았고⁠, 코로 물이 들어와 기침이 났고⁠, 입술 사이로 스민 물이 혀에 닿았다⁠. 짠맛 뒤에 쇠 맛이 왔고⁠, 다음에 기름 맛이 왔다⁠. 2026년에 한강 둔치에서 맡던 물비린내를 백 배쯤 진하게 졸인 맛이었다⁠. 머리카락에서 물이 떨어져 국수 그릇에 들어갔다⁠. 똑⁠, 똑⁠.

“⁠국보의 얼굴이 젖었습니다⁠.⁠”

팔팔이가 말했다⁠. 새 경비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였다⁠.

“⁠훼손은 아닙니다⁠.⁠”

천막 아래에서 누가 웃음을 터뜨렸다가 얼른 입을 막았다⁠. 손목 기계 둘이 내 얼굴 바로 앞에서 찍고 있었다⁠. 무늬가 솥 앞에서 뛰어나와 할머니와 나 사이에 서려 했는데⁠, 할머니가 빈 바가지를 내리면서 이 사람을 한 번 쳐다봤다⁠. 무늬가 멈췄다⁠. 둑 마을 사람이 둑 마을 사람을 보는 눈이었다⁠.

나는 소매로 눈을 닦았다⁠. 소매도 젖어 있어서 소금이 더 들어갔다⁠.

“⁠맛이 어떠냐⁠?⁠”

할머니가 물었다⁠.

“⁠짜요⁠.⁠”

“⁠우리 영감은 그 물을 배 속 가득 먹고 죽었다⁠. 마흔 해 전에⁠. 둑이 한 번 터졌을 때야⁠.⁠”

할머니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천막 아래에 모인 이백 명이 다 들을 만큼은 됐다⁠.

“⁠너네는 유리 안에서 천 년 산다며⁠. 사람들이 줄 서서 너 라면 먹는 걸 본다며⁠. 우리는 둑 바깥에서 한 해씩 산다⁠. 물이 들어오면 기둥을 한 칸 더 올리고⁠, 또 들어오면 또 올린다⁠. 우리 집은 그 아파트 칠 층에서 시작해서 지금 열한 층 꼭대기에 붙어 있다⁠.⁠”

*

나는 국수 그릇을 솥 옆에 내려놓았다⁠. 사과를 해야 한다는 건 알았다⁠.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지 몰랐다⁠.

“⁠제가 바다를 올렸다고는 못 하겠어요⁠.⁠”

할머니의 눈썹이 움직였다⁠. 둑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낮은 소리가 났다⁠.

“⁠그런데 안 막은 건 맞아요⁠. 저는 2026년에 편의점에서 밤일을 했어요⁠. 새벽 세 시가 되면 유통기한 지난 도시락을 버렸어요⁠. 하룻밤에 스무 개⁠, 많으면 서른 개요⁠. 비닐봉지에 담아서⁠, 그 봉지를 또 큰 비닐봉지에 담아서요⁠. 그게 다 어디로 가는지 안 궁금했어요⁠. 손님한테 봉투 필요하냐고 하루에 이백 번 물어봤어요⁠. 필요 없다고 하면 좀 섭섭했어요⁠. 컵라면 그릇도 하루에 마흔 개씩 버렸고요⁠. 다 알았어요⁠. 그래도 그냥 했어요⁠. 다들 그랬으니까⁠.⁠”

나는 허리를 접었다⁠. 2026년 편의점에서 본사 점검 나온 사람에게 하던 인사였다⁠. 이마가 무릎에 닿을 만큼 숙였다⁠. 머리에서 바닷물이 떨어져 돌바닥에 동그랗게 번졌다⁠.

“⁠죄송합니다⁠.⁠”

「⁠습니다⁠」였다⁠. 천막 아래 이백 명이 고개를 숙였다⁠. 둑 마을 사람들은 숙이지 않았다⁠. 할머니도 숙이지 않았다⁠.

내가 허리를 펴자 할머니가 말했다⁠.

“⁠사과는 몫이 안 된다⁠.⁠”

이 말이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입을 닫았다⁠.

“⁠네가 숙인 허리로 우리 집 기둥 한 칸 못 올린다⁠. 네가 버린 도시락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고개 들고 있어라⁠. 숙이는 건 쉽다⁠.⁠”

할머니는 빈 바가지를 옆구리에 끼고 돌아섰다⁠. 둑 마을 사람들이 뒤를 따라 천막 사이로 빠져나갔다⁠. 판을 든 사람들도 판을 내렸다⁠. 그중 하나가 「⁠탄소 세대는 유리 안에⁠」 판을 뒤집어 들고 갔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손목 기계를 든 둘은 남아 있었다⁠. 이들은 할머니가 떠난 쪽을 찍고 나서 다시 내 얼굴을 찍었다⁠. 상인회장이 팔짱을 풀고 이 둘에게 다가갔다⁠.

“⁠둑 마을 사람 아니죠⁠.⁠”

“⁠지나가던 사람이에요⁠.⁠”

“⁠신발이 깨끗해요⁠. 물가에서 둑 계단을 올라오면 신발이 그렇게 안 깨끗해요⁠.⁠”

상인회장이 둘 중 하나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봤다⁠.

“⁠박물관 정문 앞 화면에서 봤어요⁠. 「⁠천 년 잠⁠」 자리 판다고 떠들던 얼굴⁠.⁠”

둘은 대답하지 않고 시장 바깥으로 걸어갔다⁠. 걸음이 빨랐다⁠. 무늬가 솥 앞에서 국자를 쥔 채 말했다⁠.

“⁠관장이 보낸 거예요⁠. 둑 마을에 소문 낸 것도 관장이고요⁠. 국보가 둑시장에 온다고⁠.⁠”

나는 바닷물에 젖은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겼다⁠. 「⁠밖에 나가 봐요⁠. 둑 바깥에는 안 그런 사람들이 살아요⁠.⁠」 이 사람은 이 말을 해 놓고 이 사람들을 불렀다⁠.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이 사람은 늘 정확했다⁠.

*

해 지기 한 시간 전⁠, 둑 위 전차 화면마다 이 장면이 떴다⁠. 할머니의 바가지⁠, 내 얼굴로 쏟아지는 물⁠, 허리를 접은 나⁠. 이 위에 글씨가 박혔다⁠. 「⁠국보⁠, 둑 마을에서 공격당해⁠」

새 경비의 얼굴판에 기라온의 얼굴이 떴다⁠. 이 사람은 관장실 창 앞에 있었다⁠.

“⁠대여는 끝났어요⁠. 국보가 밖에서 위험하다는 게 오늘 다 보였어요⁠. 다음 장날은 없어요⁠. 지금 정문으로 돌아와요⁠.⁠”

새 경비가 팔팔이의 팔에서 손목을 빼냈다⁠. 은빛 손가락이 내 팔꿈치 쪽으로 왔다⁠.

나는 솥 쪽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안 가요⁠.⁠”

얼굴판 속 기라온이 나를 봤다⁠.

“⁠국보는 가고 안 가고를 정하지 않아요⁠.⁠”

“⁠그럼 저는 지금 처음 정해 보는 거예요⁠.⁠”

새 경비가 한 걸음 따라왔다⁠. 이 앞에 팔팔이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파란 불이 오래 켜져 있었다⁠. 셈하는 중이었다⁠. 둑시장 사람들이 천막 사이에서 숨을 죽이고 이 불을 봤다⁠. 상인회장이 「⁠저거 왜 저래⁠」라고 했고⁠, 무늬가 「⁠생각하는 거예요⁠」라고 했다⁠.

“⁠국보의 무게를 잽니다⁠.⁠”

팔팔이가 말했다⁠.

“⁠국보는 깨어난 날 육십칠 킬로그램이었습니다⁠. 박물관에서 사 킬로그램 줄었습니다⁠. 구내식당에서 일 킬로그램 되돌아왔습니다⁠. 다시 박물관에서 일 킬로그램 줄었습니다⁠. 오늘 둑시장에서 칠백 그램 되돌아왔습니다⁠.⁠”

새 경비가 팔팔이를 밀어내려 했다⁠. 팔팔이는 밀리지 않았다⁠.

“⁠박물관은 국보의 무게를 줄입니다⁠. 둑시장은 국보의 무게를 되돌립니다⁠. 국보의 모양이 상하지 않는 곳은 둑시장입니다⁠. 국보는 둑시장에 있습니다⁠.⁠”

얼굴판 속에서 기라온의 입이 한 번 다물렸다⁠. 둑시장 사람들 사이에서 누가 손뼉을 쳤고⁠, 이 손뼉이 번지려다 기라온의 다음 말에 멈췄다⁠.

“⁠해가 지면 당신은 도난당한 국보예요⁠. 국보를 데리고 있는 사람은 도둑이고요⁠. 그 사람이 누군지는 당신이 정했어요⁠.⁠”

얼굴판이 꺼졌다⁠. 새 경비는 이 자리에 섰다⁠. 손은 내리고 있었지만 돌아가지도 않았다⁠. 나를 보는 것이 이것의 일이었다⁠.

*

이날 밤부터 나는 무늬의 노점 뒷방에서 잤다⁠. 천막 뒤에 판자로 막은 방이었고⁠, 다시마 통과 정어리 상자 사이에 겨우 사람 하나 누울 자리가 있었다⁠. 밤새 정어리 냄새가 났다⁠. 나는 이 냄새를 맡으며 쉰한 날 중 가장 잘 잤다⁠.

둑시장은 장날 말고는 저녁에만 섰다⁠. 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해 진 뒤에 밥을 먹으러 왔다⁠. 나는 아침에 무늬와 둑 아래 물가로 정어리를 받으러 갔고⁠, 낮에는 정어리 대가리를 떼고 다시마를 담갔고⁠, 저녁에는 솥 앞에 섰다⁠. 무늬는 아침과 점심도 차려 주었는데 나는 그건 셀 수 없다고 했다⁠. 일하기 전에 받은 밥이었다⁠. 장사가 끝나고 설거지까지 마친 다음에 받는 저녁 한 그릇만 셌다⁠.

“⁠아홉 끼⁠.⁠”

이튿날 저녁 둑 마을 할머니가 시장에 왔다⁠. 노점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시장 끝 계단참에 앉아 무늬의 천막을 내려다보았다⁠. 국수를 사 먹으러 온 게 아니었다⁠. 그냥 보고 있었다⁠. 나는 솥 앞에서 고개를 들고 있었다⁠. 숙이는 건 쉽다고 했다⁠. 할머니는 한 시간쯤 있다가 갔다⁠.

이날 밤 장사가 끝나자 상인회장이 노점 마흔두 곳 주인들을 무늬의 천막 아래로 불러 모았다⁠. 박물관에서 알림이 왔다고 했다⁠. 대여한 국보를 돌려보내지 않았으니 위약금을 물리고⁠, 이때까지 둑시장 상인회가 모은 몫을 묶는다는 것이었다⁠. 장날 대여료로 낸 마흔두 곳의 몫이 그대로 묶였다⁠.

“⁠돌려보내요⁠.⁠”

순대 노점 주인이 먼저 말했다⁠. 팔뚝만 한 순대를 썰던 칼을 아직 쥐고 있었다⁠.

“⁠국보 하나 때문에 시장 전체가 묶이면 우리는 뭘 먹고 살아요⁠? 둑 마을 사람들은 또 와서 물 뿌릴 거고⁠.⁠”

몇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늬가 일어나려는 것을 상인회장이 눈짓으로 앉혔다⁠. 나는 솥 옆에 서서 이 말을 다 들었다⁠. 맞는 말이었다⁠. 이 사람들은 내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다⁠.

이때 「⁠21세기 커피⁠」 상인이 손을 들었다⁠. 장날에 나와 맛 대결을 했던 남자였다⁠.

“⁠돌려보내면 국물 맛도 같이 가요⁠.⁠”

천막 아래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 사흘 내리 저 줄 끝에 섰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내 커피 물을 바꿨어요⁠. 저 사람이 물을 몇 도에 끓이냐고 물어봤거든요⁠. 오늘 내 노점에 손님이 두 배 왔어요⁠. 돌려보내면 내일부터 우리는 또 분홍 떡볶이 팔아요⁠.⁠”

순대 노점 주인이 칼을 내려놓았다⁠. 회의는 이걸로 끝났다⁠. 상인회장은 묶인 몫을 풀 길을 따로 찾겠다고 했다⁠. 이 사람은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나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라고 하면 다들 묵념을 할 테니까⁠.

“⁠열 끼⁠.⁠”

사흘째 되던 날 저녁에는 손님이 두 배로 왔다⁠. 전차 화면의 이 장면을 보고 온 사람들이었다⁠. 반은 나를 구경하러 왔고 반은 할머니 편이었다⁠. 국수는 양쪽 다 먹었다⁠. 할머니 편 사람 하나가 국수를 다 먹고 그릇을 내려놓으며 「⁠국물은 판판하다⁠」고 했다⁠. 괜찮다는 말이었다⁠. 2226년 사람이 내 앞에서 이 말을 쓴 건 처음이었다⁠.

“⁠열한 끼⁠.⁠”

새 경비는 사흘 동안 천막 기둥 옆에 서 있었다⁠. 팔팔이는 이 반대편 기둥 옆에 섰다⁠. 손님들은 두 로봇 사이를 지나 국수를 받아 갔다⁠. 사흘째 밤에는 둑시장 아이들이 두 로봇 머리에 정어리 비늘로 별을 붙여 놓고 도망갔다⁠. 팔팔이는 이 비늘을 떼지 않았다⁠. 국보의 모양이 아니었으니까⁠.

*

나흘째 아침⁠, 무늬와 내가 물가에서 정어리 상자를 지고 올라왔을 때 노점 앞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기라온이었다⁠. 이 옆에 남색 옷을 입은 사람이 둘 있었다⁠. 가슴에 둑 경비와는 다른 은빛 표식이 달려 있었다⁠. 2226년의 순찰관이었다⁠. 뒤로 시장 사람들이 멀찍이 둘러서 있었고⁠, 둑 마을 할머니가 계단참에서 그쪽을 보고 있었다⁠.

“⁠국보 도난 신고가 들어왔어요⁠.⁠”

순찰관 하나가 말했다⁠. 2226년 말이었지만 이 말은 2026년과 똑같이 들렸다⁠.

“⁠국보를 사흘 동안 데리고 있던 사람이 누구예요⁠?⁠”

무늬가 정어리 상자를 내려놓았다⁠. 상자가 땅에 닿으면서 얼음이 쏟아졌다⁠.

“⁠나예요⁠. 근데 이 사람이 자기 발로⁠…⁠”

순찰관이 무늬의 손목을 잡았다⁠. 무늬는 순찰관보다 머리 하나가 컸다⁠. 손을 빼지 않았다⁠. 둑 마을에서 자란 사람이 순찰관 손을 뿌리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아는 얼굴이었다⁠.

“⁠국보는 자기 발이 없어요⁠.⁠”

기라온이 말했다⁠. 이 사람은 무늬를 보지 않고 나를 봤다⁠. 외투에서 여전히 바닷바람 냄새가 났다⁠. 이번에는 진짜 바닷바람 속에 서 있어서 냄새가 섞이지 않았다⁠.

“⁠국보 도난은 중죄예요⁠. 무늬 씨는 둑시장 자리를 잃고⁠, 몫이 묶여요⁠. 처음 걸린 거니까 감옥은 안 가겠지만⁠.⁠”

이 사람이 정문 쪽으로 고개를 한 번 돌렸다가 다시 나를 봤다⁠.

“⁠지금 돌아오면 신고를 거둘게요⁠. 당신이 돌아오는 순간 국보는 도난당한 적이 없는 거예요⁠.⁠”

순찰관의 손이 무늬의 손목을 조금 더 세게 쥐었다⁠. 무늬의 손등에 정어리 비늘이 하나 붙어 있었다⁠.

7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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