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185자)

세 번째 잔

적국 황태자를 인질로 데려왔더니 내 책사가 되었다 · 윤재하

연회각 마루는 기름을 먹여 닦은 느티나무였다. 버선발로 디디면 발바닥에 기름기가 살짝 붙었다가 떨어졌다. 사슬을 끌면 그 마루에 자국이 남았다. 연회가 시작되기 전 내관 하나가 내 뒤를 따라다니며 젖은 걸레로 자국을 지웠다. 내가 한 바퀴 돌면 그도 한 바퀴 돌았다. 그는 연회가 끝날 때까지 그 일만 했다.

해산 사열은 그날 아침에 끝났다. 연경 서쪽 교장에서 북방군 팔천이 창을 내려놓고 고향 쪽으로 흩어졌다. 나는 교장 언덕 위에서 그것을 보았다. 창을 내려놓는 소리는 비가 지붕을 치는 소리와 비슷했다. 팔천 개의 창이 다 내려지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맹수는 남는 쪽에 들었고, 맹초는 아무 말 없이 아우의 등을 한 번 쳤다.

그리고 저녁에 정전을 축하하는 잔치가 열렸다.

“책사께서 오늘 잔을 채워 주시지요.”

곽문이 말했다. 황제가 윗자리에 앉고, 신하들이 양쪽으로 길게 앉고, 그 한가운데 빈 마루에 내가 서 있었다. 이번에도 무명옷이었다. 은비녀는 하나였다. 오 씨가 둘은 너무 했다고 했다.

“인질이 따르고 책사가 따르니 한 사람이 두 몫을 합니다. 하나라 술 따르는 법도를 연나라 신하들도 한번 보아야지요. 넘치게 따르는 법도요.”

신하들이 웃었다. 그날 정당 이야기가 연경에 다 돈 모양이었다.

나는 술병을 들고 아랫자리부터 돌았다. 잔을 채우고 한 걸음 옮기고, 잔을 채우고 한 걸음 옮겼다. 사슬이 마루를 긁었고, 내관이 걸레로 그 뒤를 따랐다. 어느 늙은 신하는 잔을 받으며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고 물었다.

“그대가 개구리 맛을 아는 그 황태자요?”

“개구리 맛은 연나라 금군이 더 궁금해합니다.”

“나도 궁금하오.”

“여름에 하나라로 오십시오. 국경에 호시가 열리면 개구리도 팔겠습니다.”

그 신하가 껄껄 웃으며 잔을 비웠다. 옆자리 신하가 그 소매를 잡아당겼다. 곽문 쪽을 보라는 손짓이었다. 늙은 신하는 곽문을 보고도 계속 웃었다. 늙으면 무서운 것이 줄어드는 모양이었다.

넘치게 따르지는 않았다. 잔마다 아홉 푼까지만 채웠다. 넘치게 따르면 넘친 것을 내가 닦아야 했고, 그날 연회각에 앉은 사람은 마흔이었다.

*

위강의 자리는 무관 줄 맨 위였다. 그는 앞에 놓인 잔에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내가 그 잔을 채울 때 그의 귀는 아직 하얬다.

곽문이 잔을 들고 일어섰다.

“정전을 이끈 북방 대장군께 신이 석 잔을 올리겠습니다.”

연회각이 조용해졌다. 연나라에서 재상이 황제 앞에서 올리는 석 잔은 거절하지 못한다고 했다. 거절하면 그 잔을 내린 사람과 그 자리에 앉은 황제를 함께 욕보이는 것이 된다. 위강은 일어섰다. 내가 채운 잔을 들었다.

첫 잔을 비웠다. 귀가 붉어졌다.

곽문이 손짓했다. 시종이 다시 채웠다. 위강이 두 번째 잔을 들었다. 그 손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그는 그 잔을 비웠다. 뺨이 붉어졌고, 딸꾹질이 목구멍에서 올라오다가 이를 문 턱에 걸렸다.

시종이 세 번째 잔을 채웠다. 위강의 눈이 한 번 감겼다가 떠졌다. 두 잔이면 잔다고 했다. 그는 이미 반쯤 자고 있었다. 마흔 명이 앉은 연회각에서 북방 대장군이 탁자 밑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곽문은 보고 싶어 했다. 연경 사람이면 다 아는 그 이야기를 오늘 황제 앞에서 다시 한번 만들고 싶어 했다.

나는 술병을 내려놓고 위강의 손에서 세 번째 잔을 받아 들었다.

“하나라 법도에, 책사는 장수의 세 번째 잔을 대신 마십니다.”

“하나라 법도는 참 편리하군요.”

곽문이 말했다.

“진 나라의 법도는 편리해야 살아남습니다.”

나는 잔을 비웠다. 연나라 술은 수수로 빚어 독했다. 목구멍이 불을 삼킨 것처럼 뜨거웠다가, 뜨거운 것이 가슴 한가운데로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 나는 빈 잔을 곽문 쪽으로 기울여 바닥을 보였다.

“그럼 책사께도 석 잔을 올리지요.”

곽문이 시종에게 손짓했다. 나는 석 잔을 마셨다. 넷째 잔도 받았다. 다섯째 잔에서 곽문이 먼저 잔을 내려놓았다. 하나라 궁에서 열네 살에 배우는 것이 소매로 잔을 가리는 법만은 아니었다. 그때 나는 위강이 내 등 뒤에서 탁자 모서리를 붙잡고 서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앉지 않았다. 내가 다 마실 때까지 서 있었다.

*

곽문이 다시 일어선 것은 그다음이었다. 이번에는 잔을 들지 않았다.

“폐하, 하나 아뢸 것이 있습니다. 책사께서도 모르실 것 같아서요.”

그가 나를 보았다.

“정전 협정의 첫 초안에는 하나라 황태자를 보낸다고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하나라 황태자의 머리를 상자에 담아 보낸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신이 그렇게 썼습니다. 전쟁을 시작한 것은 하나라 황실이니, 황실의 맏이가 그 값을 치르는 것이 옳다고 보았습니다.”

연회각이 조용해졌다. 내관의 걸레질 소리마저 멈췄다.

“그 초안을 고친 사람이 북방 대장군입니다. 장군께서는 승전의 공을 하나도 받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땅도, 작위도, 은도. 대신 하나라 황태자를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데려오게 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폐하께서 들어주셨지요.”

황제가 잔을 굴리며 웃었다.

“그랬지. 장군이 공 대신 사람 하나를 달라고 했소. 짐은 그때 장군이 그 황태자에게 원한이 깊은가 보다 했지.”

“원한이었다면 머리가 더 나았겠지요.”

곽문이 말했다.

“장군께서 사사로이 아끼시는 적국 사람이 지금 장군의 협정을 짜고 있습니다. 그 협정에 하나라 마을 셋과 백하가 걸려 있습니다. 신은 그것을 폐하께서 아셔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신하들이 위강을 보았다. 위강은 붉은 얼굴로 서 있었다. 술 때문인지 다른 것 때문인지 그 자리에서는 아무도 가를 수 없었다. 나도 가를 수 없었다.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두 잔을 마신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보지 않고 곽문을 보았다.

“재상께서 첫 초안을 그대로 두셨으면 하나라는 지금 하나로 뭉쳐 있었을 겁니다.”

내가 말했다. 목구멍에 아직 수수 술의 불이 남아 있었다.

“죽은 황태자는 나라를 하나로 묶습니다. 하나라 사람들은 상자에 담겨 돌아온 제 머리를 보고 아우 밑에 줄을 섰을 겁니다. 산 황태자는 다릅니다. 산 황태자는 하나라를 둘로 가릅니다. 아우를 따르는 쪽과 저를 기다리는 쪽으로요. 장군께서는 하나라를 둘로 가를 사람을 연나라에 데려오셨습니다. 원한도 사사로운 정도 아닙니다. 그것이 승전의 공보다 값이 나간다고 보셨을 뿐입니다.”

황제가 잔을 내려놓았다. 웃지 않았다. 한참 나를 보다가 말했다.

“그대는 그대 자신을 연나라의 칼이라고 하는군.”

“칼이 아니라 쐐기입니다, 폐하. 칼은 한 번 쓰면 무뎌집니다. 쐐기는 오래 박혀 있을수록 갈라집니다.”

곽문이 소매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의 눈이 처음으로 움직였다. 놀란 눈이 아니라 셈하는 눈이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내가 방금 연회각에서 한 말은 하나라에도 닿는다. 아우의 귀에도 닿는다. 형이 연나라 황제 앞에서 자기를 하나라를 가르는 쐐기라고 불렀다는 말이 닿는다. 곽문은 그 말을 나보다 빨리 셈했다.

*

연회각을 나서니 궁 마당에 서리가 내려 있었다. 수수 술의 불이 머리끝까지 올라와서 서리 위를 걷는 발바닥이 차가운 줄도 몰랐다. 궁문 앞에 재상의 가마가 서 있었다. 곽문은 가마에 오르지 않고 그 옆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강은 맹초의 어깨에 기대 마차 쪽으로 가고 있었다.

“책사의 주량은 셈에 넣지 못했습니다.”

곽문이 말했다. 입김이 그의 흰 수염에 서렸다.

“다섯 잔이면 셈에 넣으셔도 됩니다. 여섯 잔부터는 저도 모릅니다.”

나는 그의 손을 보았다. 손난로를 쥐고 있었다. 연회 내내 소매 안에 넣어 두었던 것이라 이제 식었을 터였다.

“재상, 손난로가 식었습니다.”

“그렇군요.”

“하나라에서는 식은 손난로는 진 쪽이 데웁니다.”

나는 몸을 숙여 그의 손난로에 입김을 길게 불었다. 수수 술 냄새가 그 위에 하얗게 서렸다. 곽문의 가마꾼들이 서로 얼굴을 보았다. 곽문은 손난로를 거두지 않았다. 내가 다 불 때까지 손을 내맡기고 있었다. 정당에서 술을 닦을 때와 똑같았다.

“덤이 점점 무거워지는군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가마에 올랐다. 가마 휘장이 내려지기 전에 그의 얼굴을 보았다. 웃고 있었다. 이번에는 눈도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웃음이 술보다 무서웠다.

*

장군부에 돌아왔을 때 나는 똑바로 걷지 못했다. 사슬이 자꾸 발에 엉켰다. 맹초가 한쪽 팔을 붙들었고, 석두가 다른 쪽 팔을 붙들었다. 석두는 장군부 마당을 쓸게 된 그 젊은 금군이었다. 위강은 앞서 걸었다. 그는 마차 안에서 잠깐 잤다가 깬 뒤로 말이 없었다.

별채에 나를 앉혀 놓고 맹초와 석두가 나갔다. 오 씨가 꿀물을 한 대접 놓고 나갔다. 위강만 남았다. 그는 문을 닫고 화로 앞에 앉았다. 귀는 이제 하얬다.

“왜 그렇게 말했소?”

“무엇을요?”

“쐐기라고.”

“그럼 사실대로 말할까요? 장군이 왜 제 목을 살리셨는지?”

나는 꿀물을 마셨다. 단맛이 혀뿌리에 붙었다. 위강이 화로를 보았다. 숯불이 그의 얼굴 아래쪽만 비췄다.

“두 해 전 백하에서.”

그가 말했다.

“해가 다 뜰 때까지 남쪽 기슭에 서 있던 장수가 있었소. 물에 빠진 군사를 하나씩 세고 있었소. 입술이 움직이는 게 언덕에서도 보였소. 나는 그때까지 군사를 세는 장수를 많이 봤소. 남은 군사를 세는 장수였소. 빠진 군사를 끝까지 세는 장수는 그날 처음 봤소.”

그는 화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런 사람 머리가 상자에 담겨 국경을 넘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았소. 그게 다요.”

“그게 다라는 말은 연나라 사람들이 거짓말할 때 하는 말입니까?”

“…연나라 사람들은 거짓말할 때 아무 말도 안 하오.”

나는 꿀물 대접을 내려놓았다. 대접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났다. 그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허리띠에서 가죽끈을 풀었다. 쇠 열쇠가 끈 끝에서 흔들렸다. 그가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아 손바닥을 위로 펴고, 그 위에 열쇠를 올려놓았다. 열쇠는 그의 허리에 한 달 넘게 매달려 있어서 그의 몸만큼 따뜻했다.

“열쇠는 당신이 가지시오.”

“지금 풀면 재상이 내일 장군이 인질을 풀어 줬다고 할 겁니다.”

“그러니 당신이 정하시오. 풀 날은 당신이 정하오. 나는 정하지 않겠소.”

그는 내 손을 놓고 일어섰다. 문 앞에서 멈췄다가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나는 손바닥 위의 열쇠를 오래 보았다. 그다음에 손을 쥐었다. 쇠의 온기가 내 손 안에서 천천히 내 온기로 바뀌었다. 나는 그날 밤 사슬을 풀지 않았다. 열쇠를 베개 밑에 넣고 잤다. 사슬은 발목에 그대로 있었고, 처음으로 그 무게가 나를 묶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들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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