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183자)
사흘
적국 황태자를 인질로 데려왔더니 내 책사가 되었다 · 윤재하
금군은 임금을 지키는 군사다. 연나라 금군은 붉은 술을 단 투구를 썼는데, 그 붉은 술 스무 개가 장군부 담장을 따라 한 줄로 늘어섰다. 아침 해가 담 위로 올라오자 술 그림자가 마당에 스무 개의 붓 자국처럼 찍혔다.
“사흘이면 됩니다.”
곽윤이 마당 한가운데에 서서 말했다. 위강은 정당 계단 위에 섰고, 나는 별채 툇마루 끝에 섰다. 사슬 때문에 마당까지 내려가는 데 시간이 걸렸으므로 나는 그냥 거기 서 있기로 했다.
“장군께서 간밤에 보낸 종이를 보여 주시지 않으니, 더 보내지 않으시도록 사흘 동안 지켜 드리겠습니다. 선발 이천이 교장에 들어오는 날까지요. 숙부의 뜻이 아니라 병부의 뜻입니다.”
“병부가 언제부터 재상 집 사랑방이 됐소?”
위강이 말했다. 곽윤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장군께서 그런 말씀도 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나도 몰랐소.”
나는 툇마루 끝에서 곽윤을 불렀다. 곽윤이 고개를 돌렸다. 인질이 먼저 부르는 일은 없다는 얼굴이었다.
“낭중께 하나 여쭙겠습니다. 병부 군량 수레도 백하로 건넙니까?”
“북방군이 교장에서 먹을 쌀입니다. 수레 서른이 동지 열닷새 전에 건넙니다. 그건 왜 물으십니까?”
“건너지 마십시오. 그날 얼음은 수레를 못 받칩니다. 사흘만 늦추시든지, 흑송령으로 돌리십시오.”
마당이 조용해졌다. 금군 몇이 서로 얼굴을 보았다. 곽윤이 웃었다. 이번에는 소리 내서 웃었다.
“인질의 말을 듣고 병부가 수레 길을 바꾸면 연경 저잣거리의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장군 한 분이면 충분하지요.”
“웃음거리는 사흘이면 잊힙니다.”
“전하께서는 무엇을 거시겠습니까? 가진 것이 없으실 텐데.”
“목이 있습니다. 낭중께서는 무엇을 거시겠습니까?”
“저는 걸 것이 많아서 아무것도 걸지 않습니다.”
곽윤이 고개를 숙여 위강에게 예를 하고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 등을 보며 생각했다. 영리한 사람이었다. 영리한 사람은 남의 말을 듣지 않을 이유를 늘 하나 더 가지고 있다. 나는 그에게 한 번 말했다. 두 번 말하지 않았다. 그 일을 나는 오래 생각하게 된다.
*
첫날은 길었다. 나는 별채 방에서 대추나무를 세었다. 가지가 서른하나, 남은 대추가 일곱이었다. 오후에 일곱이 여섯이 되었다. 까치가 하나 가져갔다.
해 질 녘에는 별채 뒤 담장 너머에서 누가 말을 걸었다. 금군 하나가 담장 기와 사이로 붉은 술 끝만 내밀고 있었다. 목소리가 젊었다.
“거기, 하나라 황태자 맞소?”
“칙서에는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하나라 사람들은 개구리를 먹는다던데, 참말이오?”
“여름에만 먹습니다. 겨울에는 개구리가 땅속에 들어가서 못 잡습니다.”
담장 너머가 한동안 조용했다. 그다음에 아주 작은 목소리가 났다.
“…맛은 어떻소?”
“닭 맛이 납니다. 연나라 닭보다 조금 낫습니다.”
“우리 닭이 어때서!”
다른 금군이 그를 불러 가는 소리가 났다. 붉은 술 끝이 기와 사이로 사라졌다. 사흘 동안 나를 가둔 사람들이 개구리 맛을 궁금해했다. 나는 그 일로 조금 덜 갇힌 기분이 들었다.
둘째 날 저녁에 위강이 다시 술병을 들고 왔다. 이번에는 오 씨가 따라 들어와서 술병 옆에 물 주전자를 놓았다.
“물 반 술 반이오. 장군이 연습을 하겠다고 해서.”
“무슨 연습입니까?”
“정전 잔치가 있소.”
위강이 앉으며 말했다.
“해산 사열이 끝나면 폐하가 연회를 여오. 재상이 거기서 내게 잔을 몇 번 돌릴지 모르오.”
“재상께서 장군의 주량을 아십니까?”
“연경 사람이면 다 아오. 내가 승전 잔치에서 두 잔 먹고 탁자 밑에서 잤소.”
나는 고개를 숙이고 화로를 뒤적였다. 이번에도 어깨가 떨렸다. 위강이 헛기침을 했다.
“웃으시오. 참지 말고.”
“참는 것이 하나라 법도입니다.”
“하나라 법도가 몇 개요?”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있습니다.”
오 씨가 물 반 술 반을 잔에 따랐다. 위강이 반을 마셨다. 귀가 붉어졌다. 오 씨가 나가면서 말했다. “물을 더 탈 걸 그랬소.”
나는 그에게 잔을 입에 대고 마시는 척하는 법을 가르쳤다. 잔을 들 때 손목을 안으로 꺾어 소매로 잔 끝을 가리고, 입술만 적시고, 내려놓을 때 잔을 조금 기울여 바닥이 보이지 않게 한다. 하나라 궁에서는 열넷만 되면 다 아는 법이었다. 위강은 그것을 세 번 따라 했다. 세 번 다 술을 소매에 흘렸다. 네 번째에는 진짜로 마셨다.
“장군.”
“미안하오. 잊었소.”
그는 그 잔을 내려놓고 조금 있다가 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고개가 앞으로 꺾였다가 옆으로 기울었다. 옆에 내가 있었다. 그의 이마가 내 어깨에 닿았다. 무거웠다. 머리 하나가 그렇게 무거운 줄 몰랐다. 그의 머리카락에서 말 냄새와 바깥바람 냄새가 났다.
그의 허리띠에 쇠 열쇠 하나가 가죽끈으로 매달려 있었다. 내 사슬의 열쇠였다. 한 달 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았다.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담장 밖에 금군 스물이 있었고, 사슬을 풀어도 담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그것은 핑계였다. 나는 그때 이 사람이 깨어났을 때 열쇠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를 바랐다. 왜 그렇게 바랐는지는 그날 밤에는 몰랐다.
화로의 숯이 다 사위도록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가 저렸다. 새벽에 그가 깼다. 눈을 뜨고, 자기가 어디에 기대 있는지 보고, 몸을 바로 했다. 귀가 다시 붉어졌다. 술 때문은 아니었다.
“…몇 잔 먹었소?”
“한 잔 반입니다. 반은 소매가 드셨습니다.”
*
셋째 날 오후에 곽문이 왔다. 이번에도 정당 윗자리에 앉았고, 손난로를 무릎에 올렸고, 곽윤이 그 옆에 섰다. 위강은 아랫자리에 섰다. 나는 정당 문 안쪽 기둥 옆에 섰다. 사슬은 바닥에 늘어뜨렸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지만 아무도 나를 내보내지 않았다.
“오늘 해 지기 전에 소식이 오겠지요.”
곽문이 말했다.
“장군의 이천이 교장에 이틀 늦게 오든지, 백하에서 오지 못하든지.”
“이틀 늦게 오오.”
“늦게 오면 군령 위반이고, 못 오면 장군이 길을 잘못 고른 것이고. 어느 쪽이든 조정이 할 일이 생기는군요.”
나는 기둥에 등을 대고 그 말을 들었다. 재상은 두 갈래 길을 다 막아 두고 앉아 있었다. 어느 쪽으로 와도 그가 기다리는 자리로 온다.
해가 담 위에 걸렸을 때 말발굽 소리가 골목으로 들어왔다. 금군이 대문을 열었다. 진흙을 허리까지 뒤집어쓴 사내 둘이 마당으로 들어왔다. 앞에 선 것은 맹초였고, 뒤에 선 것은 맹초를 조금 줄여 놓은 듯한 젊은 사내였다. 스물셋이라고 나중에 들었다. 맹초의 아우 맹수였다. 선발을 이끄는 장수가 장군께 직접 아뢰라고 그를 딸려 보냈다고 했다.
맹초가 정당 계단 밑에 무릎을 꿇었다. 진흙이 계단에 떨어졌다.
“선발 이천, 어제 해 질 녘 흑송령 갈림길에서 돌려세웠습니다. 백하 나루 사십 리 앞이었습니다. 지금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군마 사백, 수레 마흔. 빠진 놈 없습니다.”
위강이 숨을 내쉬었다. 내 쪽으로는 그 소리가 들렸다. 곽문 쪽으로는 들리지 않았다.
맹초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위강을 보지 않고 나를 보았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그 뒤에서 맹수가 나를 보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형보다 셈이 빠른 사람 같았다.
그때 금군 하나가 대문으로 뛰어 들어와 곽윤에게 무엇을 건넸다. 반나절을 쉬지 않고 달려 온 병부의 급보였다. 곽윤이 그것을 읽었다. 읽는 동안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다 읽고 나서도 그는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곽문이 손가락을 하나 들었다.
“읽어라.”
“병부 군량 수레 서른, 오늘 아침 백하 나루에서 얼음이 깨져… 수레 스물둘과 말 쉰여섯이 빠졌습니다. 수레꾼 열하나가 죽었습니다.”
정당 안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손난로의 뚜껑이 한 번 딸깍 소리를 냈다. 곽문이 손을 떼는 소리였다.
수레꾼 열하나.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다. 연경 서쪽 마을에서 품삯을 받고 수레를 끌던 사람들이었으리라. 군령도 행군도도 모르고, 쌀을 싣고 강을 건너라는 말만 들은 사람들이었다. 내가 사흘 전 아침에 한 번 말하고 두 번 말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전하.”
곽문이 나를 불렀다.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백하 얼음이 깨질 날을 그렇게 정확히 아셨다면, 하나라 사람들이 그 얼음에 무슨 짓을 했는지도 아시겠군요.”
맹초가 벌떡 일어났다. 위강이 손을 들어 그를 세웠다.
“저는 사흘 전 아침 이 마당에서 낭중께 수레를 멈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내가 말했다.
“낭중께서 웃음거리가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곽문이 곽윤을 보지 않고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또 있습니까?”
나는 마당을 보았다. 그날 아침 마당에 있던 것은 금군 스물과 곽윤과 위강과 나였다. 금군 스물은 병부의 사람들이었다. 위강은 내 편으로 셈해질 사람이었다. 곽문은 그것을 알고 물었다.
“내일 아침 조회에 전하를 세우겠습니다.”
곽문이 일어섰다.
“폐하께서 직접 물으실 겁니다. 하나라 황태자가 연나라 장군의 군령을 어떻게 고쳤는지, 연나라 병부의 수레가 어떻게 빠졌는지.”
그는 나가면서 이번에는 내 옆에 멈추지 않았다.
*
그날 밤 위강이 별채로 탁자를 하나 들고 왔다. 직접 들고 왔다. 먹으로 얼룩진 낡은 서안이었다. 서안은 글을 읽고 쓸 때 앞에 놓는 낮은 책상이다. 그 뒤로 맹초가 벼루와 붓통을 들고 따라 들어왔다. 맹수는 종이 묶음을 안고 들어왔다.
“장군부 서생 자리요.”
위강이 서안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녹봉은 없소. 밥은 오 씨가 주오.”
“인질을 서생으로 앉히시면 재상이 내일 그것도 묻습니다.”
“물으라고 하시오.”
맹초가 벼루를 서안 위에 놓았다. 그리고 한 걸음 물러나 허리를 굽혔다. 굽히다 말고 멈췄다가 다시 굽혔다.
“…서생.”
“예, 부장.”
“밥은 다 드시오. 오 씨가 장군을 혼내면 그 소리가 내 방까지 들리오.”
맹수가 형 뒤에서 웃음을 참았다. 참는 법은 아직 못 배운 얼굴이었다.
그들이 나간 뒤 나는 서안 앞에 오래 앉아 있었다. 벼루에 물을 붓고 먹을 갈았다. 먹 가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수레꾼 열하나를 생각했다. 이천이 살았다는 소식과 열하나가 죽었다는 소식이 같은 해 질 녘에 같은 마당으로 들어왔다. 나는 이천 쪽에만 서 있을 수 없었다.
문 밖에서 위강이 말했다. 아직 가지 않고 있었다.
“내일 조정에 내가 같이 서겠소.”
“같이 서시면 장군이 지는 겁니다.”
문 밖이 조용해졌다. 나는 먹을 계속 갈았다. 한참 뒤에 발소리가 멀어졌다. 대답은 듣지 못했다. 듣지 않아도 알았다. 그 사람은 내일 내 옆에 설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