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상 돼지가 산신령 시험에 붙었다
산신령한테 바칠 돼지가, 산신령 시험에서 일등을 했다
차무겸@chamugyeom작품 소개
2026년 섣달, 강원 정선 가리왕산 자락의 산골 마을. 동지 지나 첫 토요일에 산 너머 터널 공사 회사가 마을 산신제 겸 안전기원제 잔치를 연다. 잔칫상에 올릴 돼지는 마을 어귀 우리의 흑돼지 두름이다. 두 해 전 봄 할아버지가 두릅 바구니에 담아 데려와 할머니가 젖병으로 키운 돼지. 노부부는 서울 대학 새내기가 될 손녀 연지의 등록금에 모자라는 이백만 원을 대려고, 이장 앞에서 두름을 팔기로 약조하고 계약금 봉투를 받았다. 두름은 사람 말을 다 알아듣는다. 사람은 돼지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 같은 날 밤 까마귀가 우리 지붕에 내려앉는다. 늙은 산신령이 물러나니, 해 뜰 녘 산신 바위 앞에 선 짐승은 누구든 후계 시험을 친다고. 곶감 냄새에 끌려 울타리 밑을 파고 나간 두름은 멧돼지 우두머리 구릉에게 떠밀려 시험 판 안으로 굴러들고, 첫 판에서 덜컥 일등을 한다. 구릉은 온 산 짐승 앞에서 맹세해 두었다. 산신령이 되면 산과 마을 사이의 금줄을 걷고 사람 밭을 무리에게 열겠다고. 겨울 산에는 정말 먹을 것이 없고, 구릉의 새끼들은 갈비뼈가 보인다. 남은 시험은 두 판. 산신령이 되는 날 해가 뜨면 사람 눈에서 사라진다. 이기면 잔칫상에 오를 돼지가 없어져 연지의 등록금이 날아가고, 지면 두름은 잔칫상에 오르고 구릉의 무리가 마을 밭을 덮친다. 두름은 빚을 코로 센다. 할머니의 젖병 냄새, 할아버지의 짚 냄새, 연지의 핸드크림 냄새. 갚으려고 산에서 더덕을 캐 오면 산에 빚이 생기고, 산에 갚으면 마을에 빚이 생긴다. 산 너머 발파 소리가 먼 골짜기 짐승들을 이쪽으로 몰아오고, 싸움은 우리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산 전체와 터널 공사판으로 넓어진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판타지 · 동물
시골 잔치에서 돼지 잡는 날을 기억합니다. 어른들은 아침부터 솥을 걸었고, 아이들은 우리 앞에서 돼지 이름을 불렀습니다. 잔칫날 돼지한테도 할 말이 있었을 겁니다. 잔칫상 돼지가 산신령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은, 바쳐질 몸이 바치는 자리에 서는 뒤집힘이 우스우면서도 서늘했기 때문입니다. 두름은 은혜를 갚으려는 돼지입니다. 문제는 갚는 족족 새 빚이 생긴다는 데 있습니다. 웃음은 돼지의 코와 배에서 나옵니다. 냄새 하나에 몸이 먼저 끌려가는 두름, 판정하다 조는 산신령, 툭하면 마이크를 켜는 이장, 전 부치기로 싸움을 말리는 할머니들, 무엇이든 먹어 치우는 염소에게 맡겼습니다. 아픈 자리는 밭둑의 녹슨 쇠줄 하나에 두었습니다. 구릉은 적이지만 틀린 말을 하지 않습니다. 겨울 산은 정말 비었고, 사람의 밭은 정말 산 밑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노부부도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손녀를 빚 없이 학교에 보내고 싶었을 뿐입니다. 마을과 인물, 터널 공사는 모두 지어낸 것입니다. 정선과 가리왕산은 실제 지명을 빌렸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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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2화 · 평균 5,372자
1화(5,583자)
잔칫상에 올릴 놈
2026.10.30
2화(5,495자)
예순 해 묵은 뼈
2026.10.30
3화(5,359자)
이기면 못 본다
2026.10.30
4화(5,315자)
더덕 삼만 원
2026.10.30
5화(5,322자)
동짓날 언 땅
2026.10.30
6화(5,374자)
빨간 실
2026.10.30
7화(5,333자)
막걸리 한 사발
2026.10.30
8화(5,335자)
다람쥐가 아껴 둔 것
2026.10.30
9화(5,341자)
몰이
2026.10.30
10화(5,329자)
밧줄
2026.10.30
11화(5,372자)
해 뜰 녘
2026.10.30
12화(5,302자)
잔칫날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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