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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내 이름을 쓰지 말아 주십시오
이름을 쓰지 말아 주십시오. 다른 이름으로 불러 주십시오.
눈 오는 날만 미래에서 편지가 온다
그 정거장에서는 아직 오지 않은 편지를 받을 수 있다
도서관 창고에서 엄마의 연애편지가 나왔다
첫인상은 틀렸고, 두 번째 인상은 더 틀렸다. 세 번째는 묻기로 했다
석 달째 이름을 못 물은 단골
아홉 시에 가로등이 꺼져도 이 골목은 늦어도 받아 준다
솥을 뒤집을 때마다 사람이 늘어나는 섬
솥이 늘면 배가 온다. 그 섬에서 아무도 떠나겠다고 말하지 않는 이유.
십이 년 전 내가 보낸 고백이 반송돼 돌아왔다
십이 년 전 답장이 오늘 밤 반송함에 있었다.
악녀는 결혼 첫날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처형 결말을 아는 악녀가 위자료로 드레스 서른 벌을 챙겼다
이 년째 서로를 몰래 기록한 두 사람
이 년 동안 말 한 번 안 한 사람이, 나를 칠백열두 번 적었다
이 집의 규칙: 22층은 열지 말 것
12층에서 내려다보면 사람은 점이다. 이름을 알기 전까지는.
이름을 맡기면 일자리를 주는 목욕탕
안에서 부르면 안에 묶이고, 밖에서 부르면 밖으로 기운다.
재벌 3세의 경호원은 연애 금지 조항을 어겼다
연애 금지를 계약서에 넣은 사람이, 그 계약의 피경호인이다
폐쇄 직전 우주정거장, 마지막 연락 상대가 그녀였다
편지가 닿는 데 십사 분. 그 십사 분이 두 사람 사이의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