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022자) · 여섯째가 말하면 듣는다

여울목은 장부가 없다

아직 하지 않은 말 · 한도윤

삼월 초닷새에 돌아왔습니다.

스승은 장부방에 계셨습니다. 제가 들어가니까 고개를 안 드셨습니다.

“다녀왔냐.”

“…다녀왔습니다.”

“여울목이지.”

“…예.”

“말 안 하고 갔다.”

“…죄송합니다.”

스승이 붓을 놓으셨습니다.

“몇이더냐?”

저는 그 물음이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여섯입니다.”

스승이 한참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아홉이었는데.”

“열한 해 전에 짐배가 뒤집혔답니다.”

“…셋인가.”

“셋입니다.”

스승이 장부를 덮으셨습니다.

“그럼 못 채웠겠구나.”

“못 채웠습니다.”

“…그러면 그 여섯은 어떻게 하고 있냐?”

“셋이 두 자리씩 맡고 있습니다.”

스승이 저를 보셨습니다.

“…그게 되냐?”

“됩니다.”

저는 그 말을 하고 하란의 뭉치를 꺼냈습니다.

“스승님.”

“어.”

“이걸 보셔야 합니다.”

스승이 그것을 받으셨습니다.

한 장씩 넘기셨습니다. 백서른두 줄입니다. 다 넘기는 데 한 식경이 걸렸습니다.

다 보시고 나서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스승님.”

“…”

“안 돌아온 사람이 스물하나입니다.”

“…”

“그중 열여섯이 한 번에 맞은 사람입니다.”

스승이 뭉치를 상에 놓으셨습니다.

“…누가 셌냐.”

“아랫여울 장부지기가 세 해 동안 셌습니다.”

“그 사람 이름이 뭐냐?”

“하란입니다.”

스승이 그 이름을 입 안에서 한 번 굴리셨습니다.

“…하란.”

“아십니까?”

“모른다.”

스승이 뭉치를 다시 폈습니다.

“유원아.”

“예.”

“나는 스물셋에 여울목에 갔다.”

“압니다.”

“그때 아홉이었다.”

“…예.”

“아홉이 서로 때리는 걸 봤다.”

스승이 손을 폈습니다.

“보고 와서 여기 표국주께 말씀드렸다.”

“…뭐라고요?”

“나눠 때리면 덜 잃는다고 말씀드렸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스승이 손을 접으셨습니다.

“세어 봤냐고 물으셨다.”

저는 그 말에 숨을 한 번 쉬었습니다.

“…못 세셨습니까?”

“못 셌다.”

“…왜요?”

“세려면 여울목 장부를 봐야 하는데, 여울목은 장부가 없다.”

저는 그 말에 손을 멈췄습니다.

“…없습니까?”

“없다. 그 사람들은 안 적는다.”

스승이 하란의 뭉치를 짚으셨습니다.

“그래서 열두 해 동안 이 셈이 없었다.”

“…”

“이제 있다.”

스승이 뭉치를 접으셨습니다.

“유원아.”

“예.”

“이걸 세 도시 표국주 앞에 가져갈 수 있겠냐.”

저는 그 물음에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제가요?”

“네가 가져온 거잖냐.”

“…하란 님이 세셨습니다.”

“하란은 아랫여울 사람이고 너는 건너말 여섯째다.”

스승이 붓을 드셨습니다.

“여섯째가 말하면 듣는다.”

“…왜요?”

“일곱째부터는 잃은 사람이라 말이 무겁다.”

저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섯째는 안 무겁습니까?”

“안 무겁다.”

스승이 저를 보셨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안 듣는 대신 아무도 안 막는다.”

세 도시 표국주가 모이는 자리는 삼월 보름입니다.

한 해에 두 번 모입니다. 장부를 맞추는 자리입니다.

저는 그 열흘 동안 종이를 정리했습니다.

넉 장이었는데 여섯 장이 됐습니다.

안 돌아온 것 — 스물셋 줄 대답 안 하신 것 — 다섯 줄 멈춘 사람 — 열 줄 없어진 것 — 한 줄 여울목 — 아홉 줄 셈 — 두 줄

마지막 장에 두 줄만 적혀 있습니다.

한 번에 맞고 안 돌아온 사람 열여섯 나눠 맞고 안 돌아온 사람 다섯

저는 이 두 줄을 보름날 아침에 세 번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손이 떨렸습니다.

떨린 이유는 무서워서가 아닙니다.

이 두 줄이 맞으면, 건너말이 백 몇 해 동안 잘못 때렸다는 뜻입니다.

저는 그 두 줄을 스승께 보여 드리기 전에 하루를 더 생각했습니다.

보여 드리면 스승이 백스물셋을 다시 세게 됩니다.

마흔한 번이 두 번째였다는 것을 이미 세셨습니다.

거기에 열여섯 대 다섯을 얹으면, 스승이 열두 해 동안 한 일이 다 셈이 됩니다.

셈이 되면 옳고 그름이 나옵니다.

저는 그것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하루를 미뤘습니다.

미룬 것을 둘째 종이에 적었습니다.

스승께 보이는 것을 하루 미룸 — 셈이 되면 옳고 그름이 나오니까

적고 나서 그 줄을 읽었습니다.

읽으니까 제가 스승을 지키려고 미룬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제가 그 대답을 듣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스승이 열두 해 동안 잘못했다고 하면, 저는 열두 해 동안 그 밑에 있었습니다.

저는 그 줄을 고쳤습니다.

내가 듣기 무서워서 미룸

고치고 나서 이튿날 아침에 보여 드렸습니다.

스승이 두 줄을 읽고 나서 장부방을 나가셨습니다.

한 식경쯤 안 들어오셨습니다.

저는 그동안 먹을 갈았습니다. 갈 필요가 없는데 갈았습니다.

들어오셔서 앉으셨습니다.

“유원아.”

“예.”

“내가 백스물셋을 때렸다.”

“…예.”

“그중 마흔한 번이 두 번째였다.”

“…예.”

“그러면 나는 백스물셋 중에 여든둘만 한 번에 때린 거다.”

저는 그 셈을 따라갔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든둘 중에 안 돌아온 사람이 몇이냐?”

저는 하란의 뭉치를 폈습니다.

건너말 줄만 세어 봤습니다.

“…열하나입니다.”

“마흔한 번 다시 때린 사람 중에는?”

“…둘입니다.”

스승이 붓을 놓으셨습니다.

“여든둘에 열하나면 일곱에 하나다.”

“…예.”

“마흔하나에 둘이면 스물에 하나다.”

스승이 장부를 덮으셨습니다.

“내가 마흔한 번 다시 때린 게 나았구나.”

저는 그 말에 아무 대꾸도 못 했습니다.

“유원아.”

“예.”

“나는 그걸 미안해하면서 열두 해를 살았다.”

“…”

“주저앉게 만든 게 내 잘못인 줄 알았다.”

스승이 손을 폈습니다.

“그런데 셈이 반대구나.”

저는 그때 처음으로 스승 손이 떨리는 것을 봤습니다.

“스승님.”

“…어.”

“이걸 표국주께 말씀드리면 어떻게 됩니까?”

스승이 손을 접으셨습니다.

“안 믿는다.”

“…왜요?”

“수가 적다.”

“백서른둘입니다.”

“백서른둘은 세 도시 열한 해 치다.”

스승이 붓을 드셨습니다.

“한 해에 열둘이다. 열둘로는 아무것도 못 정한다.”

저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스승이 저를 보셨습니다.

“세는 사람을 늘려야지.”

저는 그 말에 종이를 폈습니다.

세는 사람이 셋입니다. 저와 하란과 당신입니다.

서인이 넷째입니다.

“…넷입니다.”

“넷이면 한 해에 마흔이다.”

“…열 해면 사백입니다.”

스승이 붓을 놓으셨습니다.

“열 해를 기다리겠냐.”

저는 그 물음에 대답을 골랐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열 해 뒤에 너는 서른넷이다.”

“…예.”

“그때까지 여섯째냐.”

저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예.”

스승이 한참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유원아.”

“예.”

“그건 내가 못 한 거다.”

“…무엇을요?”

“나는 스물셋에 여울목을 보고 와서, 세어 보라는 말을 듣고 못 셌다.”

스승이 장부를 펴셨습니다.

“못 센 게 아니라 안 셌다.”

“…왜요?”

“세면 열두 해가 걸릴 것 같아서.”

스승이 저를 보셨습니다.

“그때 세었으면 지금 사백이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종이를 접었습니다.

“스승님.”

“어.”

“지금부터 세면 열 해 뒤에 사백입니다.”

스승이 붓을 드셨습니다.

“그렇다.”

“그러면 스승님은 마흔 몇이십니다.”

“마흔여섯이다.”

“…그때 무엇을 하실 겁니까?”

스승이 붓끝을 벼루에 눕히셨습니다.

“여전히 때리고 있겠지.”

저는 그 말에 손을 멈췄습니다.

“…열 해 더요?”

“그게 내 일이다.”

“…”

“유원아, 나는 안 바꾼다. 못 바꾼다.”

스승이 장부를 덮으셨습니다.

“나는 세는 것까지만 한다.”

저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습니다.

세는 것과 바꾸는 것이 다른 일입니다.

스승은 열두 해 동안 안 세었고, 이제 세기로 하셨습니다.

거기까지입니다.

바꾸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스승은 세는 데까지 한다 바꾸는 것은 누가 하나 — 아직

적고 나서 아직을 지웠습니다.

지우고 다시 적었습니다.

바꾸는 것은 내가 한다

적고 나서 손이 떨렸습니다.

열두 해 동안 제가 한 일 중에 제일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무서운 이유는 틀릴까 봐가 아닙니다.

적어 놨으니까 이제 해야 합니다.

저는 그 줄을 스승께 안 보여 드렸습니다.

보여 드리면 스승이 말리실 것 같았습니다.

말리시면 안 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것도 적었습니다.

스승께 안 보인 것 — 한 줄

그날 밤에 저는 여섯째 궤짝 앞에 다시 섰습니다.

스승은 안 계셨습니다.

열두 해 동안 안 연 궤짝입니다.

저는 손을 얹었습니다.

얹고 한참 있었습니다.

열면 넷을 세게 됩니다. 보임으로 앉았다가 못 일어난 넷입니다.

저는 그 넷이 열 몇 살이었다는 것만 압니다.

이름은 모릅니다.

이름을 모르면 흐려집니다. 흐려지면 편합니다.

저는 열다섯에 그것이 편하다고 생각한 사람입니다.

이제는 안 편합니다.

저는 궤짝을 열었습니다.

안에 종이가 넉 장 있었습니다.

한 장에 한 이름입니다.

이름 아래에 나이가 적혀 있었습니다.

열둘, 열셋, 열셋, 열넷.

저는 그 넉 장을 상에 폈습니다.

펴 놓고 한참 봤습니다.

그리고 제 종이에 옮겨 적었습니다.

여섯째 종이입니다. 건너말에서 열한 해 동안 간 사람을 적는 종이인데, 이 넷은 열한 해보다 앞입니다.

저는 칸을 고쳤습니다.

건너말에서 간 사람

열한 해를 지웠습니다.

지우고 넷을 먼저 적었습니다.

그다음에 아홉을 적었습니다.

열셋이 됐습니다.

열셋을 적고 나서 저는 그 종이를 오래 봤습니다.

앞의 넷은 열한 해보다 앞입니다.

그러면 그 앞에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아래에 빈 줄을 셋 남겨 두었습니다.

셋이면 모자랄 것입니다.

모자란 줄 알면서 셋을 남겼습니다.

다 남기면 종이가 모자랍니다.

종이가 여섯 장 남았습니다.

여섯 장이면 몇 줄인지 저는 압니다.

백여든 줄입니다.

백여든 줄에 이름을 몇 적을 수 있는지도 압니다.

한 줄에 하나면 백여든입니다.

9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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